이스라엘 여행기 #.1 이 비행기는 이스라엘로 떠납니다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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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지원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이스라엘 구경한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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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랑 여권을 손에 쥐고도 믿기지가 않는다. 머리통을 이리저리 흔들어 본다. 결코 꿈은 아닌데 여전히 엉겁결이다. 이걸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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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2025년의 초입, 이스라엘 대사관으로부터 뜬금없이 한 통의 메일이 날아들었다. 열지도 않고 지우려고 했다. 스팸 메일이 참 창의적이구나 생각하면서.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이걸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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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두바이를 거쳐 텔 아비브로 간다. 20시간 남짓의 여정이다. 이걸 가네.. 진짜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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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꽤 많이 남았다. 대사관에서 나눠준 책자를 펼쳐 든다.


제대로 교과서네. 덮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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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경험하는 것이 많은 여행이다. 이스라엘은 말할 것도 없고, A380 또한 처음 경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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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한 몸뚱아리만큼이나 널찍하고 안락하다. 하지만 다리가 짧아 슬픈 짐승, 나는 이 자리가 마냥 편하지 않다. 의자가 너무 높아서 다리가 땅에 닿지 않는다. 딱히 방법이 없다. 이따금 신음 소리만 허공에 흩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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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한 쇳덩어리는 한참 활주로를 달리더니 변변한 기척 하나 없이 인천의 밤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알알이 박힌 불빛들을 망연한다. 여전히 꿈 속을 거닐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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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정신 놓고 잠에 취했다. 두 번째 기내식이 지나간 줄도 몰랐으니 말이다. 창밖으로 시선을 옮긴다. 기름 냄새 진득하니, 두바이의 밤이 화려하게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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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처음 마주하는 친구다. 하지만 반가움을 나눌 여유가 없다. 환승 간격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빡빡한 탓이다. 간신히 눈 인사만 건네고는 연결편의 행방을 찾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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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한숨을 돌리고는 주변에 놓인 것을 슬그머니 둘러본다. 머금을 만한 이슬 따위 없어서 잔뜩 메마른 활주로는 이른 새벽부터 분주하다. 그토록 고대하던 이스라엘이 마침내 눈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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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레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부산한 도시의 풍경이 나른하다. 장장 19시간의 여정 끝에 나는 마침내 텔 아비브의 하늘을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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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뵙겠습니다. 눈물 나게 반갑네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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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입국 심사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겁을 잔뜩 먹었지만 이스라엘 현지 외무부의 협조 덕분에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우리를 기다리던 미니 버스에 몸을 싣고는 차창 너머로 스치는 길섶의 풍경을 망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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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숙소까지 30분이면 된다고 했다. 두 배 하고도 20분 남짓이 더 필요했다. 명절도 아니고 휴일도 아닌데 이게 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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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많으셨네. 뭐 그건 그거고, 배부터 채우셔야지. 식사는 자셨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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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요. 퍼뜩 주십쇼. 어질어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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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여행 인플루언서와 점심이 예정되어 있다. 지금으로부터 두 시간 뒤에. 하지만 그런 걸 생각할 겨를 따위 없다. 나는 당장의 배고픔을 털어내 줄, 지금 눈앞에 놓인 계란 한 알과 빵 한 조각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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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채우고 숙소 열쇠를 받았다. 짐을 풀고는 미지근한 물로 몸에 묻은 피로를 털어냈다. 잠시 눈을 붙일까 싶지만 영 애매하다. 곧장 카메라를 챙기고는 엎어지면 코 닿을 만한 거리의 해변으로 걸음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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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만나서 반갑습니다. 강릉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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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시간을 날아 강릉을 만났다. 당황스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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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한 번 더 했다. 그리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묘하게 베트남의 호치민을 닮은 도심을 지나 'PORTER라는 이름의 밥집에 닿았다. 고기 잘 치기로 유명한 동네의 유서 깊은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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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서의 첫 끼는 'Ella Kenan'이라는 인플루언서와 함께했다. 꽤나 이름난 여행 블로거이며, 국제 정세에도 관심이 많아서 정치 활동도 활발하게 하는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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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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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게 배를 불리고는 광안리, 아니 야파라는 이름의 항구로 향했다. 무려 4천 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항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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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 됐다. 구약 성경에도 흔적이 남아 있을 정도로 오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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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빛깔이 사방에 넘실거린다. 과연 봄의 언덕이라는 뜻을 가진 텔 아비브 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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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피할 요량으로 카페에 들어가 아아를 시켰다. 한 잔에 8천 원 남짓이다. 여행지임을 감안해도 살짝 비싸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감당할 만한 수준이다. 물론 서막에 불과하다. 한 잔에 8천 원짜리 커피는 이 동네 당황스러운 물가의 지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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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우리를 두고 홀연히 떠났다. 이 낭만을 차창 너머에서 즐기고 싶은 이가 아무도 없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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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대사관 직원의 인도로 걸음하였다.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 '크나페'를 이 동네에서 가장 잘 치는 집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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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매우 즐겨 먹는 간식이다. 카다이프 면을 설탕 시럽에 절이면서 튀긴다. 그리고는 설탕 시럽을 잔뜩 끼얹는다. 한 입 물면 정신없이 미간이 출렁인다. 얼마나 단맛이 강하던지, 이어서 입으로 가져간 아이스크림에서는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달달한 걸 정말 좋아하는 편인데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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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하루의 끝자락을 향한다. 먼동이 마주 보는 곳에 옅은 어스름이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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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가 출렁이는 흔적을 따라 흥청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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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한복판이다. 비행기에 몸을 싣기 전까지도 걱정스러운 소식 일색이었다. 하지만 이 도시에는 희한하리만치 평온한 일상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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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넘실거린다. 이질감이 사방에 드리웠지만 사뿐히 즈려밟는다. 그러고는 주변에 놓인 것들을 가만히 망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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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으로 마주하고 있지만 믿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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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대체 어떤 나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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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의문 속에서 깊은 어스름이 드리웠다. 거리에는 여전히 안온한 일상이 만개하였다. 이스라엘 여행의 첫날 밤이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