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지원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이스라엘 구경한 썰

비자랑 여권을 손에 쥐고도 믿기지가 않는다. 머리통을 이리저리 흔들어 본다. 결코 꿈은 아닌데 여전히 엉겁결이다. 이걸 가네.

때는 바야흐로 2025년의 초입, 이스라엘 대사관으로부터 뜬금없이 한 통의 메일이 날아들었다. 열지도 않고 지우려고 했다. 스팸 메일이 참 창의적이구나 생각하면서.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이걸 가네.

인천에서 두바이를 거쳐 텔 아비브로 간다. 20시간 남짓의 여정이다. 이걸 가네.. 진짜 가는구나..

시간이 꽤 많이 남았다. 대사관에서 나눠준 책자를 펼쳐 든다.
제대로 교과서네. 덮어야겠다.

처음 경험하는 것이 많은 여행이다. 이스라엘은 말할 것도 없고, A380 또한 처음 경험하는 것이다.

육중한 몸뚱아리만큼이나 널찍하고 안락하다. 하지만 다리가 짧아 슬픈 짐승, 나는 이 자리가 마냥 편하지 않다. 의자가 너무 높아서 다리가 땅에 닿지 않는다. 딱히 방법이 없다. 이따금 신음 소리만 허공에 흩을 뿐이다.

육중한 쇳덩어리는 한참 활주로를 달리더니 변변한 기척 하나 없이 인천의 밤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알알이 박힌 불빛들을 망연한다. 여전히 꿈 속을 거닐고 있는 듯하다.

제대로 정신 놓고 잠에 취했다. 두 번째 기내식이 지나간 줄도 몰랐으니 말이다. 창밖으로 시선을 옮긴다. 기름 냄새 진득하니, 두바이의 밤이 화려하게 피어오른다.

역시나 처음 마주하는 친구다. 하지만 반가움을 나눌 여유가 없다. 환승 간격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빡빡한 탓이다. 간신히 눈 인사만 건네고는 연결편의 행방을 찾기 바쁘다.

간신히 한숨을 돌리고는 주변에 놓인 것을 슬그머니 둘러본다. 머금을 만한 이슬 따위 없어서 잔뜩 메마른 활주로는 이른 새벽부터 분주하다. 그토록 고대하던 이스라엘이 마침내 눈앞이다.

시원스레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부산한 도시의 풍경이 나른하다. 장장 19시간의 여정 끝에 나는 마침내 텔 아비브의 하늘을 날고 있다.

처음 뵙겠습니다. 눈물 나게 반갑네요잉.

이스라엘은 입국 심사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겁을 잔뜩 먹었지만 이스라엘 현지 외무부의 협조 덕분에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우리를 기다리던 미니 버스에 몸을 싣고는 차창 너머로 스치는 길섶의 풍경을 망연한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30분이면 된다고 했다. 두 배 하고도 20분 남짓이 더 필요했다. 명절도 아니고 휴일도 아닌데 이게 뭔..?

고생 많으셨네. 뭐 그건 그거고, 배부터 채우셔야지. 식사는 자셨어들?

그럴 리가요. 퍼뜩 주십쇼. 어질어질합니다.

이스라엘의 여행 인플루언서와 점심이 예정되어 있다. 지금으로부터 두 시간 뒤에. 하지만 그런 걸 생각할 겨를 따위 없다. 나는 당장의 배고픔을 털어내 줄, 지금 눈앞에 놓인 계란 한 알과 빵 한 조각이 더 중요하다.

배를 채우고 숙소 열쇠를 받았다. 짐을 풀고는 미지근한 물로 몸에 묻은 피로를 털어냈다. 잠시 눈을 붙일까 싶지만 영 애매하다. 곧장 카메라를 챙기고는 엎어지면 코 닿을 만한 거리의 해변으로 걸음을 향했다.

예 만나서 반갑습니다. 강릉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스무 시간을 날아 강릉을 만났다. 당황스럽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한 번 더 했다. 그리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묘하게 베트남의 호치민을 닮은 도심을 지나 'PORTER라는 이름의 밥집에 닿았다. 고기 잘 치기로 유명한 동네의 유서 깊은 맛집이다.

이스라엘에서의 첫 끼는 'Ella Kenan'이라는 인플루언서와 함께했다. 꽤나 이름난 여행 블로거이며, 국제 정세에도 관심이 많아서 정치 활동도 활발하게 하는 친구다.

예 잘 먹었습니다.

기분 좋게 배를 불리고는 광안리, 아니 야파라는 이름의 항구로 향했다. 무려 4천 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항구다.


정말 오래 됐다. 구약 성경에도 흔적이 남아 있을 정도로 오래 됐다.

포근한 빛깔이 사방에 넘실거린다. 과연 봄의 언덕이라는 뜻을 가진 텔 아비브 답다.

더위를 피할 요량으로 카페에 들어가 아아를 시켰다. 한 잔에 8천 원 남짓이다. 여행지임을 감안해도 살짝 비싸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감당할 만한 수준이다. 물론 서막에 불과하다. 한 잔에 8천 원짜리 커피는 이 동네 당황스러운 물가의 지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버스는 우리를 두고 홀연히 떠났다. 이 낭만을 차창 너머에서 즐기고 싶은 이가 아무도 없었던 탓이다.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의 인도로 걸음하였다.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 '크나페'를 이 동네에서 가장 잘 치는 집이란다.

중동에서 매우 즐겨 먹는 간식이다. 카다이프 면을 설탕 시럽에 절이면서 튀긴다. 그리고는 설탕 시럽을 잔뜩 끼얹는다. 한 입 물면 정신없이 미간이 출렁인다. 얼마나 단맛이 강하던지, 이어서 입으로 가져간 아이스크림에서는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달달한 걸 정말 좋아하는 편인데도 쉽지 않다.

기나긴 하루의 끝자락을 향한다. 먼동이 마주 보는 곳에 옅은 어스름이 드리웠다.

그림자가 출렁이는 흔적을 따라 흥청거린다.

전쟁의 한복판이다. 비행기에 몸을 싣기 전까지도 걱정스러운 소식 일색이었다. 하지만 이 도시에는 희한하리만치 평온한 일상이 가득하다.

낭만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넘실거린다. 이질감이 사방에 드리웠지만 사뿐히 즈려밟는다. 그러고는 주변에 놓인 것들을 가만히 망연하였다.

두 눈으로 마주하고 있지만 믿기가 어렵다.

이스라엘은 대체 어떤 나라일까.

이런저런 의문 속에서 깊은 어스름이 드리웠다. 거리에는 여전히 안온한 일상이 만개하였다. 이스라엘 여행의 첫날 밤이 저물어 간다.
대사관 지원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이스라엘 구경한 썰
비자랑 여권을 손에 쥐고도 믿기지가 않는다. 머리통을 이리저리 흔들어 본다. 결코 꿈은 아닌데 여전히 엉겁결이다. 이걸 가네.
때는 바야흐로 2025년의 초입, 이스라엘 대사관으로부터 뜬금없이 한 통의 메일이 날아들었다. 열지도 않고 지우려고 했다. 스팸 메일이 참 창의적이구나 생각하면서.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이걸 가네.
인천에서 두바이를 거쳐 텔 아비브로 간다. 20시간 남짓의 여정이다. 이걸 가네.. 진짜 가는구나..
시간이 꽤 많이 남았다. 대사관에서 나눠준 책자를 펼쳐 든다.
제대로 교과서네. 덮어야겠다.
처음 경험하는 것이 많은 여행이다. 이스라엘은 말할 것도 없고, A380 또한 처음 경험하는 것이다.
육중한 몸뚱아리만큼이나 널찍하고 안락하다. 하지만 다리가 짧아 슬픈 짐승, 나는 이 자리가 마냥 편하지 않다. 의자가 너무 높아서 다리가 땅에 닿지 않는다. 딱히 방법이 없다. 이따금 신음 소리만 허공에 흩을 뿐이다.
육중한 쇳덩어리는 한참 활주로를 달리더니 변변한 기척 하나 없이 인천의 밤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알알이 박힌 불빛들을 망연한다. 여전히 꿈 속을 거닐고 있는 듯하다.
제대로 정신 놓고 잠에 취했다. 두 번째 기내식이 지나간 줄도 몰랐으니 말이다. 창밖으로 시선을 옮긴다. 기름 냄새 진득하니, 두바이의 밤이 화려하게 피어오른다.
역시나 처음 마주하는 친구다. 하지만 반가움을 나눌 여유가 없다. 환승 간격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빡빡한 탓이다. 간신히 눈 인사만 건네고는 연결편의 행방을 찾기 바쁘다.
간신히 한숨을 돌리고는 주변에 놓인 것을 슬그머니 둘러본다. 머금을 만한 이슬 따위 없어서 잔뜩 메마른 활주로는 이른 새벽부터 분주하다. 그토록 고대하던 이스라엘이 마침내 눈앞이다.
시원스레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부산한 도시의 풍경이 나른하다. 장장 19시간의 여정 끝에 나는 마침내 텔 아비브의 하늘을 날고 있다.
처음 뵙겠습니다. 눈물 나게 반갑네요잉.
이스라엘은 입국 심사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겁을 잔뜩 먹었지만 이스라엘 현지 외무부의 협조 덕분에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우리를 기다리던 미니 버스에 몸을 싣고는 차창 너머로 스치는 길섶의 풍경을 망연한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30분이면 된다고 했다. 두 배 하고도 20분 남짓이 더 필요했다. 명절도 아니고 휴일도 아닌데 이게 뭔..?
고생 많으셨네. 뭐 그건 그거고, 배부터 채우셔야지. 식사는 자셨어들?
그럴 리가요. 퍼뜩 주십쇼. 어질어질합니다.
이스라엘의 여행 인플루언서와 점심이 예정되어 있다. 지금으로부터 두 시간 뒤에. 하지만 그런 걸 생각할 겨를 따위 없다. 나는 당장의 배고픔을 털어내 줄, 지금 눈앞에 놓인 계란 한 알과 빵 한 조각이 더 중요하다.
배를 채우고 숙소 열쇠를 받았다. 짐을 풀고는 미지근한 물로 몸에 묻은 피로를 털어냈다. 잠시 눈을 붙일까 싶지만 영 애매하다. 곧장 카메라를 챙기고는 엎어지면 코 닿을 만한 거리의 해변으로 걸음을 향했다.
예 만나서 반갑습니다. 강릉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스무 시간을 날아 강릉을 만났다. 당황스럽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한 번 더 했다. 그리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묘하게 베트남의 호치민을 닮은 도심을 지나 'PORTER라는 이름의 밥집에 닿았다. 고기 잘 치기로 유명한 동네의 유서 깊은 맛집이다.
이스라엘에서의 첫 끼는 'Ella Kenan'이라는 인플루언서와 함께했다. 꽤나 이름난 여행 블로거이며, 국제 정세에도 관심이 많아서 정치 활동도 활발하게 하는 친구다.
예 잘 먹었습니다.
기분 좋게 배를 불리고는 광안리, 아니 야파라는 이름의 항구로 향했다. 무려 4천 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항구다.
정말 오래 됐다. 구약 성경에도 흔적이 남아 있을 정도로 오래 됐다.
포근한 빛깔이 사방에 넘실거린다. 과연 봄의 언덕이라는 뜻을 가진 텔 아비브 답다.
더위를 피할 요량으로 카페에 들어가 아아를 시켰다. 한 잔에 8천 원 남짓이다. 여행지임을 감안해도 살짝 비싸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감당할 만한 수준이다. 물론 서막에 불과하다. 한 잔에 8천 원짜리 커피는 이 동네 당황스러운 물가의 지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버스는 우리를 두고 홀연히 떠났다. 이 낭만을 차창 너머에서 즐기고 싶은 이가 아무도 없었던 탓이다.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의 인도로 걸음하였다.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 '크나페'를 이 동네에서 가장 잘 치는 집이란다.
중동에서 매우 즐겨 먹는 간식이다. 카다이프 면을 설탕 시럽에 절이면서 튀긴다. 그리고는 설탕 시럽을 잔뜩 끼얹는다. 한 입 물면 정신없이 미간이 출렁인다. 얼마나 단맛이 강하던지, 이어서 입으로 가져간 아이스크림에서는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달달한 걸 정말 좋아하는 편인데도 쉽지 않다.
기나긴 하루의 끝자락을 향한다. 먼동이 마주 보는 곳에 옅은 어스름이 드리웠다.
그림자가 출렁이는 흔적을 따라 흥청거린다.
전쟁의 한복판이다. 비행기에 몸을 싣기 전까지도 걱정스러운 소식 일색이었다. 하지만 이 도시에는 희한하리만치 평온한 일상이 가득하다.
낭만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넘실거린다. 이질감이 사방에 드리웠지만 사뿐히 즈려밟는다. 그러고는 주변에 놓인 것들을 가만히 망연하였다.
두 눈으로 마주하고 있지만 믿기가 어렵다.
이스라엘은 대체 어떤 나라일까.
이런저런 의문 속에서 깊은 어스름이 드리웠다. 거리에는 여전히 안온한 일상이 만개하였다. 이스라엘 여행의 첫날 밤이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