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간의 베트남 남부 여행 일기(무이네, 달랏, 호치민)

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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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베트남 남부 지방 여행기



2023년 7월에 베트남 출장을 다녀왔으니 반 년 하고도 조금 더 됐다. 오늘도 출장을 핑계 삼아 부지런히 날아가는 중이다. 이번에는 늘상 가던 동네를 조금 벗어났다. 1,500km 정도?


매번 하이퐁과 하노이만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남쪽으로 기수를 향한다. 이 비행기의 목적지는 호치민이다.



하노이에 비하면 살 만하다고 들었는데 잘못 들었나 보다. 도찐개찐이다. 습도가 아무리 낮으면 뭐하나, 3월 초부터 수은주가 37도를 가리키고 있는 게 말이야 방구야.



택시 따위는 이용하지 않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시내버스와 함께다.


굉장히 좁고 부산하다. 바깥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베트남 특유의 번잡함은 호치민에서도 여지없다. 하이고 정신 없어라.



숙소에 짐을 풀고 가장 먼저 걸음이 향한 곳은 부이비엔 여행자 거리다. 술과 유흥이 가득한 환락의 거리다.


이런 데인 줄 미리 알았더라면 올 생각도 안 했을 텐데. 안타깝지만 나는 술을 끊은 지 2년이 훨씬 넘었다. 탈락.



현지 사람들은 많이들 별 볼 일 없다고 얘기하지만 뜨내기 여행자에게는 그렇지 않다. 벤탄 시장에는 볼 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원두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 진짜배기 현지인 재래시장에 비하면 꽤나 비싸다고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저렴하다.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눈 돌아갈 만한 것들이 지천에 그득하다.



저녁은 반미 하나와 반 쎄오 한 접시. 언제나처럼 훌륭하다.



동네를 유람할 수 있는 야경 버스에 올랐다. 단돈 15만 동. 한국 돈으로 8천 원 남짓으로 호치민 1군 지역의 곳곳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면서 동네를 유람한다. 굉장히 추천할 만하다. 아주 편하고 내용도 알차다.



10일 동안 여행했기 때문에 모조리 담으려면 한도 끝도 없다. 기억에 남는 순간만 엮어도 분량이 상당할 것이므로, 지금부터는 최초에 남기려고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압축해서 진짜배기 엑기스만 남겨볼까 한다.


여기는 호치민 인민 위원회 청사다. 야경이 아주 예쁜 프랑스 식민 지배 시절의 유산이다. 프랑스가 베트남을 점령했을 당시에도 식민지 청사로 썼다고 한다. 그 명맥을 이어 알뜰살뜰하게 잘 활용하는 중이다.



베트남에도 두끼가 있다. 장사가 아주 잘 된다. 그리고 나는 베트남의 두끼를 아주 사랑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가격은 한국 돈으로 8천 원 남짓으로 꽤나 저렴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은 훨씬 많다. 새우가 무한이고 샤브샤브 하라고 소고기도 한 접시 준다.



그리고 치킨이 무한이다.


베트남 전역에 지점이 상당히 많다. 떡볶이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면 한 번쯤은 가볼 만하다. 장담컨대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다음 날이 밝았고, 버스 타고 다섯 시간 남짓을 달렸다. 여기는 무이네다.


버스 표를 끊기 전까지도 이름 한 번 들어본 적이 없는 동네였다. 하지만 나만 몰랐던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휴양지란다. 알고 봤더니 여행을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의 무대가 된 적이 몇 번 있었다. 정말로 나만 몰랐던 듯하다.



정말로 아름다운 도시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발 닿는 곳마다 걸음을 멈추게 하는 찰나의 연속이다. 그저 가만히 망연하기만 해도 슬그머니 미소가 번지는, 그런 평화롭고 기억하고 싶은 찰나들 말이다.



잠시 구경하고 가시죠. 요정들은 없지만 이름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가득한 요정의 샘입니다.



상당히 재미난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



어촌 마을에는 바다를 벗하고 살아가는 무이네 사람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있다.



이 동네에는 놀랍게도 사막이 있다. 바다도 있고 사막도 있고 산도 있고, 무이네에는 없는 게 없다.



훌륭하다.



좋은 배경을 발견했으니 사진 한 장 남기는 게 인지상정.


덕분에 상세페이지에 담을 사진 하나 잘 건지고 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뜬금없게도 길을 걷다가 십원빵을 만났다. 단돈 2만 동.



이번 여행을 통틀어서 기억에 남을 만한 녀석이었다. 이렇게 치즈가 듬뿍 들어간 십원빵은 일찍이 겪어본 적이 없다. 요즘도 가끔 생각이 난다. 사장님 잘 계시죠?



아어 좋다. 파인애플 무이네는 현세에 강림한 주지육림이다. 맛있는 과일차를 입에 물고 평온한 바다를 벗하며 밍기적대고 있으니 신선 놀음이 별 건가 싶다.



천국은 또 별 겁니까, 이게 천국이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부지런히 가방 팔아서 조만간 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때까지 기체후 일향만강하십시오.



이 동네 버스는 탔다 하면 다섯 시간은 기본이다.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넘어 다섯 시간을 달렸다. 멀미로 의식을 잃어갈 즈음, 극적으로 해발고도 1,500m의 산악 도시 달랏에 도착했다.


확실히 지대가 높아서 그런지 시원하다. 여행 내내 더위에 시달리느라 찌푸린 미간을 정돈할 새가 없었는데 비로소 평온한 미소가 번진다.



굉장히 독특하고 예쁜 풍경을 지닌 도시다. 얽히고 설킨 골목길은 너무나도 복잡해서 가끔은 이대로 미아가 되는 것인가 생각까지 들게 하지만, 고개를 돌려 마주하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운 덕분에 그런 달갑지 않은 헤맴조차도 기꺼이 즐기게 된다.



기괴하고 희한한 볼거리도 상당히 많은 동네다.



'크레이지 하우스'라는 별명을 가진 항 응아 빌라는 유람하는 내내 정신이 아득하다. 닉값 하나는 제대로 하는 빌라다. 그야말로 대경실색의 연속.



달랏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또 야시장이다. 맛있는 것도 많고 재미난 볼 거리도 많다.



하지만 나는 양말을 샀다. 세 켤레 한 묶음에 25,000동. 한국 돈으로 한 켤레에 400원 꼴이다. 당장 다음날 신을 양말이 없어서 산 건데 생각보다 질기다. 지금도 여전히 잘 신고 다닌다.



기억할 만한 순간이 꽤나 많다. 하지만 딱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여기를 택할 것이다.



'도멘 드 마리(domaine de marie)'라는 이름을 가진 성당이다. 공간이 가진 매력도 훌륭하지만 해가 넘는 순간의 아름다움이 너무나 파괴적이다. 나에게 달랏은 지금까지도 성당에서 바라본 석양의 찬연함으로 기억된다.



디 라트 가든이라는 이름을 가진,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카페 역시 무척 마음에 들었다.



예쁜 것은 언제나 옳고 이 카페는 상당히 예쁘다. 그러므로 이 카페는 굉장히 옳다.



아주 많은 것이 생략되었지만 여행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힘차게 떠오르는 새벽의 볕을 벗 삼아 출국장으로 걸음을 향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일이었습니다. 식중독 때문에 고생도 했고 더위 때문에 애도 많이 먹었지만 대체로 좋은 기억뿐이었습니다. 가방 열심히 팔아서 얼른 재회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기체후 일향만강하시옵고,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또 만납시다. 안녕 호치민, 안녕 베트남!


10일 간의 베트남 남부 지방 여행기, 끄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