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풍경과 모험이 있는 베트남 무이네 여행 명소, 요정의 샘 탐방기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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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한 풍광이 있는 무이네 여행 명소, 요정의 샘



수오이 띠엔 무이네, 영어로는 'Fairy stream', 우리말로는 요정의 샘. 무이네에 자리한 두 개의 사막과 더불어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무이네의 오랜 여행 명소다. 거두절미하고 유람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드가자.


유명세에 어울리지 않는 영 허접해 보이는 입구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하지만 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길가에 즐비한 형형색색의 지프차가 그것을 증명한다.



쓰읍 쉬지 않네.


매표소도 없고 입장을 관리하는 직원도 보이지 않는다. 이토록 밑도 끝도 없는 여정의 시작이라니, 제대로 온 게 맞는 걸까. 애써 감춘 의심이 다시금 여울져 흐른다. 그것은 아마도 준비 따위는 모르고 여행하는 나의 안일함과 무지함에 대한 의심.



하지만 놀랍게도 모든 것이 순조롭다. 여기는 요정의 샘이 맞다. 그리고 제대로 된 입구도 맞다.


개찰구가 없으니 입장 시간 같은 게 있을 리 만무하다. 입장료도 당연히 없다. 체계 따위는 없어 보이고 시선 닿는 족족 허술하기 짝이 없는 풍경의 연속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다. 그게 바로 이 동네가 굴러가는 방식이다.



이게 대체 뭔가 싶지만 있을 건 다 있다. 모험을 마친 이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입구 바로 옆에 있는 가게에는 신발을 맡길 수 있다. 



맞은편 카페에서는 발도 씻을 수 있다. 열심히 걷고 개운하게 발 씻고 커피 한 잔 때리면 그게 바로 현세에 강림한 주지육림. 그저 옳다.



남들 하는 것처럼 신발과 양말을 벗어던지고 물 위에 선다. 챙겨온 비닐봉지에 신발을 담고는 옆구리에 야무지게 동여맨다. 이고 진 것이 많아서 영 거추장스럽지만 어쨌든 준비는 끝났다. 마침내 여정의 시작, 드가자.



발목도 잠기지 않는 야트막한 냇가를 거스른다. 모래 바닥의 사각거리는 질감은 나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게 한다. 맹렬한 볕이 중천을 지나는 와중이지만 푸짐하게 드리운 그늘이 있어서 두렵지 않다. 예감이 좋다. 기대한 것보다 훨씬 재밌는 시간이 될 것 같다.



길섶에 빼곡하게 늘어선 식당을 지나 본격적인 계곡의 시작이다. 딱히 특별한 구석은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을 법한, 지극히 평범한 풍경이 펼쳐진다. 쓰읍, 에반데.



그런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꽤나 거대한 모래 사구가 걸음을 멎게 한다. 계곡이 모래 바닥인 이유일 테다.



연이어 기묘한 생김새의 절벽이 등장한다. 어떻게 만들어진 녀석일까. 입을 벌린 채 한참을 망연한다.



쉴 틈을 주지 않고 몰아친다. 절로 탄성을 부르는 절경이 아무렇지 않게, 그야말로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엄청나게 엄청나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찾아온 보람이 있다. 아는 것 없이, 아무런 기대로 없는 찰나에 마주하는 풍경이라 그런지 감동이 두 배다.



이 모래 언덕은 지금부터 제 겁니다.


뜬금없이 솟아난 정복욕이 나로 하여금 모래 언덕을 오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곧바로 빤스런. 베트남의 땡볕으로 단련한 모래는 잘 달궈진 프라이팬만큼이나 뜨겁다. 하마터면 발에 화상을 입을 뻔했다.



썩 어울리지 않는 존재들의 어우러짐이 뜻밖에도 굉장하다. 압도되는 맛이 있는 풍경이 곳곳에 즐비하다. 이따금 불어오는 모래 바람이 얼굴을 찌푸리게 하지만 아랑곳 않는다. 감상하기도 바쁜데 그런 사소한 것들에 신경 쓸 겨를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얼마나 계곡을 거슬렀을까, 슬그머니 물이 깊어지기 시작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수수한 냇가였는데 어느 틈에 밀림이 되었다.



그런 와중에도 굉장한 풍경은 계속된다. 왠지 모르게 오르고 싶은 협곡을 지나서



온갖 기암괴석이 빚어내는 비경을 벗하며 열심히 여정을 이어간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온갖 날벌레가 그득한 물살을 거스를 것이냐 그에 못지않게 상태가 시원찮은 길섶을 택할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쉬어 가기 좋은 공터가 나타났다. 울창한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에는 나비들이 잔뜩 달라 붙어 있다. 그 아래에는 기다란 의자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어깨에 짊어진 가방을 잠시 내려 놓을 때가 되었다. 쉬어 갑시다.



노래 한 곡 들을 만큼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금 여정을 잇는다. 조금 더 농땡이를 피우고 싶지만 볼 거리가 너무 많아서 쉴 틈이 없다.



왜 때문에 갑자기 정글. 허벅지까지 차오르는 깊은 계곡의 등장. 선발대 꽁무니를 쫓으면 될 것 같기는 하지만 영 내키지 않는다. 돌아갈까나.



어림 없는 소리, 이렇게 굉장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는데 가긴 어딜 가.



남들은 느긋하게 지프차를 타고 돌아다니지만 나는 의지할 것이 두 다리밖에 없다. 더 거스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다. 아쉽지만 여정은 여기까지다. 20분 남짓의 모험을 마치고 작별 인사를 건넨다. 안녕히 계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무이네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무조건 경험하게 될 테다. 당신은 아마도 지프 투어를 신청할 것이고, 요정의 샘을 들르지 않는 지프 투어는 절대 없으니 말이다.


부지런히 걸음하여 느긋하게 유람해 보자. 실로 엄청나고 아름다운 여행 명소다. 여기는 베트남 무이네의 요정의 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