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값 하는 베트남 달랏 여행 명소, 크레이지 하우스 탐방기

2024-05-07
조회수 1181

이름처럼 단단히 미친 베트남 달랏 크레이지 하우스




여기는 해발 고도 1,500m의 시원한 고원 지대에 자리한 베트남 달랏. 호치민으로 출장을 왔는데 어쩌다 보니 버스로 8시간이나 걸리는 여기까지 걸음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거두절미하고 여행을 시작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걸음이 향한 이곳은 '크레이지 하우스'라는 별명을 가진 '항 응아 빌라'.


발걸음을 들이기도 전이지만 외관부터가 심상찮다. 별명의 출처를 이해할 수 있는 풍경이 시선 닿는 곳마다 가득하다. 혼란하다 혼란해.



그저 관광 명소처럼 보이는 이곳은 놀랍게도 호텔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활짝 열린 공간이다. 돈만 내면 뭔들. 어서 오십시오. 크레이지 하우스는 언제나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아침 8시 30분에 문을 열고 오후 7시까지 개방한다. 별도로 휴일은 없는 듯하다. 호텔에서 부업 삼아 여행객을 받는 덕분이 아닐까 싶다. 입장료는 8만 동이다. 사진에 6만 동이라고 돼 있는데 무슨 소리냐 생각하실 테지만 8만 동이 맞다.



2024년 4월 1일부로 6만 동에서 8만 동으로 입장료를 인상했다. 한국 돈으로는 4,500원 남짓. 비싸진 않지만 베트남 물가를 감안했을 때 딱히 저렴한 편은 아니다.



미친 여정은 건축가가 직접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 한 장과 함께 시작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닮았다. 드라큐라가 살 것도 같다. 어쨌든 범상한 구석은 없다. 이름에 걸맞는 기운이 곳곳에 가득하다. 과연 미친 집이구나.



미친 집의 어머니를 영접합니다. 기체후 일향만강하셨습니까.


어지러운 집구석과 달리 지극히 정상적인 용모를 지녔다. 이름은 '당 비엣 응아', 베트남의 가우디라는 별명을 가진 금수저 집안 출신의 건축가다. 그의 아버지는 베트남 사회 공화주의 공화국 2대 주석을 지낸 '당 쑤언 쿠'다. 그녀 본인은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에서 수학하며 건축학 박사 학위까지 받았으니, 지성과 용모, 재력을 모두 갖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생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 생활하면서 숨겨 두었던 창작 욕구를 모조리 불사른 불멸의 역작.



도무지 반듯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굉장히 장난감스러운 질감 때문인지 놀이동산에 온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마녀의 집을 연상케도 한다. 뭐가 됐든 숙소로 쓸 만한 녀석은 아닌 듯 보인다. 방마다 파리만 날리는 걸 보면 나만 하는 생각은 아닌 게 분명하다.



쓰읍. 대체 어떤 호텔이 정원 한복판에 보라색 조명을 갖다 놓는단 말인가. 건축가가 미쳤다고 건축주도 덩달아 미치면 되겠습니까.



숙소로 통하는 하늘 다리는 간신히 무릎 높이를 넘는 난간에 의지한 채 위태하다. 숙소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당연히 아니지만 이런 길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어릴 적 꿈꾸던 동화 같은 집을 현실 속에 구현하고 싶었나 보다.



그녀의 큰 뜻을 마침내 헤아렸으니 마땅히 부응함이 옳다. 잠시 어른이가 되어 이곳저곳을 모험하기로 한다.



'동화 같은 상상력'


무척 상투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이 공간을 묘사하는 데에 이보다 적절한 문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동화 같은 상상력으로 가득 찬 집이다.



5만 원 남짓으로 하루를 묵어갈 수 있다. 굉장히 훌륭한 가성비를 지녔지만 마음이 쉽사리 동하지 않는다.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분명 어딘가에 있기는 할 텐데 당장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쉽지 않다.



건축가의 부모님을 모신 듯한 사당이 나타났다. 아주 널찍한 응접실이 딸린 매우 호화로운 공간이다.



누군가 살고 있는 집이라고 해도 전혀 이질감이 없다. 그 정도로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다. 실례가 안 된다면 하루만 묵어가도 될까요.



마감 시간이 가까웠지만 모험은 계속된다.



안내 팻말이 없어서 그런지 정말로 모험을 하는 기분이 든다. 동굴 같은 계단도 지나고 협곡처럼 높다란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좁은 공터도 지난다. 처음 읽는 동화책처럼 매 순간이 새롭다.



이 계단 너머에는 크레이지 하우스의 가장 높은 지붕이 기다리고 있다.



쓰읍 쉽지 않네.



고생한 당신을 위해 달랏의 아름다운 밤을 선물로 드립니다. 느긋하게 즐기다 가세요.



두 번은 모르겠다. 하지만 한 번은 망설임 없이 걸음할 만한 가치가 있다. 베트남에서 가우디를 만나고 싶다면 이곳으로 오라, 여기는 달랏의 크레이지 하우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