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전거 여행기 #.18 단돈 만원의 오사카 저렴이 숙소 체험기

202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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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도부쓰엔마에 초저렴 숙소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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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의 연휴인 골든위크를 지나는 중이다. 그런 줄 모르고 평소처럼 숙소 예약을 하나도 하지 않았더니 매일이 난관의 연속이다. 웃돈을 얹을 생각을 하고도 남은 숙소가 하나도 없다. 거짓말처럼 하나도 없다.


그런 나에게 잡을 수 있는 동앗줄은 오직 하나, 도부쓰엔마에로 발걸음하는 것뿐이다.


이 동네에는 80년대에 노숙자들을 위한 복지 차원에서 지었다가 일본 경제가 어려워지는 바람에 쓰임을 잃고 여관이 된 곳들이 아주 많다. 일본 최대 규모의 집창촌 '토비타 신치'를 지근거리에 두고 있기에 웬만하면 발걸음할 일이 없는 곳이지만 숙소가 없을 때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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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1,100엔. 아주 극단적이지만 냉방과 난방이 없는, 그야말로 아무런 옵션이 없는 방은 오늘도 단돈 만 원에 고객님을 모시는 중이다.


2만 원짜리 방이 10만 원이 되는 기적이 일어나는 와중에 이 거리의 모든 숙소는 꿋꿋하게 평소대로의 가격을 고집하는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해도 발걸음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는다. 어차피 딱 하루 잠만 잘 거니깐 문만 잠글 수 있으면 된다. 이불이 없어도 상관 없다.


이 동네 숙소들이 대체로 그렇다. 첫인상은 의외로 나쁘지 않다. 홍콩 침사추이에 있는 청킹맨션이나 미라도맨션에 즐비한 게스트하우스보다는 훨씬 깔끔한 외관을 자랑한다. 당연히 엄청 정갈한 건 아니지만 도저히 못 버틸 수준은 아니다.


호텔이라 이름 붙어 있지만 사실상 게스트하우스다. 개인 욕실은 당연히 없고 공동 샤워실이 존재한다. 전 숙소를 통틀어서 딱 하나. 7층짜리 건물에 딱 하나 있는 샤워실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지만 탕도 갖추고 있다.


어느 숙소를 가나 비슷하다. 허름하고 음침한 공동 샤워실이 하나 내지 두 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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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조금 염치 없는 처사가 아닌가 싶다. 여인숙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 듯하다.


안정 등급이 나오기는 할까 싶은 허름하고 위태로운 외관과 내장, 조명마저도 희박하다. 도저히 방을 구할 수 없는 골든위크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단돈 만 원밖에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발걸음하는 것은 망설여진다.


하지만 의외로 화장실은 상태가 좋다.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슬쩍 훑어보고 나온 화장실은 세면대도, 비데도 교체한 지 얼마 안 됐는지 때깔이 아주 좋다.


다른 건 몰라도 화장실 관리 하나만큼은 진심인 듯했다. 이것만 제대로 해도 최소한의 기본은 한다고 볼 수 있다.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까 의문은 들지만 공동 주방도 있다. 대체 누가 쓸까 싶은 화구는 도저히 손이 가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따뜻하게 된장국이라도 마실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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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경험하는 거지만 이 광경만큼은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 관짝 아니다. 방이 맞다. 가장 왼쪽에 있는 문을 열어젖히면 내 방이 나온다.


설마 어떤 컨디션을 바랐다면 그런 건 고이 접어 두자. 침구류가 있음에 감지덕지하고 불이 켜진다는 것에 기도를 올려야 하는 방이니깐 말이다. 흡연실과 비흡연실이 구분되어 있지만 딱히 의미는 없는 듯하다. 어딜 가나 담배 찌든 냄새가 한가득이다.


조금이라도 위생에 신경을 쓴다면 한순간도 머무르기 힘든 공간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강인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이런 것쯤은 아무렴 상관 없다. 게다가 지금은 그런 걸 가릴 처지가 아니다.


가장 저렴한 방이 문제가 아니라 방이 없는 골든위크다. 가격이 얼마가 됐든지 간에 방이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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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아주 잠시 영등포시장역 인근의 고시원에서 묵은 적이 있다. 한 달에 18만 원짜리 방이었다.


아주 낡고 오래된 건물이었다. 한 줌의 빛조차 들지 않는 낡고 허름한 건물이었다. 거기에 비하면 형편이 훨씬 낫다. 창문이 있어서 볕도 들어오고 바깥 공기도 마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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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숙소에는 한 가지 재밌는 점이 있다. 전등 스위치가 문 밖에 있었다.


누가 지나가다가 이 스위치를 건들고 가면 투덜거리면서 문을 열어야 한다. 방이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불만이 없었다. 하지만 딱 하나, 이것만큼은 떠나는 순간까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든 스위치일까. 설계한 사람을 만나서 인터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대피 시설은 의외로 정석적이다. 일본에서 이런 것과 관련한 규제가 빡빡한가 보다.


숙소마다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예전에 묵었던 이 동네 숙소도 비슷한 대피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짐작컨대 최소 요건일 테지만 이 정도면 상당히 준수하다. 최소한 탈출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아마도 나보다 나이가 많을 테다. 이 녀석은 거북이보다 아주 살짝 더 빠른 속도로 손님들을 실어나른다.


하지만 불만 따위는 사치다. 나는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했을 뿐이다. 지난 번 숙소는 5층짜리 건물이었지만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밤의 표정이 어떤지는 알 수 없다. 이 동네에서는 어스름이 찾아오기 무섭게 형광등 스위치를 내리기 바빴다.


딱 보면 알겠지만 평이 좋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는 급박한 상황해서 하루 정도는 대안으로 삼을 만하다. 추천을 할 수는 없다. 그럴 생각도 없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게 있다는 걸 염두에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사람이 어떤 일을 겪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늘도 예쁜 석양이 저무는 중이다. 오사카 저렴이 숙소 탐방은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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