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여행기 #.5 간만에 홍콩 여행 5일차(침사추이 돈키호테, 청흥키, 리펄스베이, IFC 전망대, 템플스트리트 야시장, 스타의 거리)

2024-02-25
조회수 3841

바다도 가고 야시장도 가고 다 했다


d3555adb56aec.jpg


가족들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혼자만 남은 홍콩 여행, 그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지극히 전형적인 홍콩의 가을이 도래했다. 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습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이 열기를 가득 싣고 불어 온다. 도무지 익숙해질 생각을 않는다. 홍콩 여행 10년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딱히 방법이 없기에 어떻게든 악으로 깡으로 버틴다. 하지만 매번 인상이 구겨지는 건 어쩔 수 없다.


03aaf8ff49917.jpg


오늘 여정의 시작은 침사추이 돈키호테와 함께다. 좋은 시절이다. 홍콩에도 이런 게 생기다니 말이다.


39587c6cbcc65.jpg


일본에 있는 것을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 덕분에 반가운 풍경 일색이다.


하지만 저렴하지 않다. 달러에 패깅되어 있는 홍콩 달러의 환율은 2023년을 지나 2024년에도 여전히 미쳐 날뛰는 덕분이다. 그 미친 환율이 돈키호테의 원가 절감 노력을 모조리 수포로 만들어 버렸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한국인들에게는 저렴하지 않다.


97140778f05ea.jpg


하지만 의미가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곤약 젤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납득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반입이 금지된 녀석이다. 일본을 여행할 때마다 캐리어가 터질 정도로 가득 채워 오고는 했는데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그런 녀석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재회하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눈물이 핑 돈다. 고민할 것도 없이 한 봉다리를 집어 든다.


9176476de84c5.jpg


기분 좋게 젤리를 씹으며 스타페리에 몸을 싣는다.


멀리 나가볼까 싶다가도 정신없이 들이치는 더위를 마주할 때면 앓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러므로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타협하기로 한다. 그전에 밥부터 먹어야겠다. 배가 많이 고프다.


4e8ce7bd0733e.jpg


가족들과 먹으려고 했지만 위장 조절을 잘못한 탓에 그러지 못했다. 혼자라서 아쉽긴 하지만 어쨌든 나라도 즐겨야 쓰겄다.


먼저 한국으로 돌아간 가족들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어쩌겠는가, 조절을 잘 하시라고 그렇게나 단단히 일렀지만 새겨듣지 않은 것은 내가 아니라 가족들인 것을. 불효자라 해도 어쩔 수 없다. 가족들은 이미 한국으로 돌아갔는데 어떡하나.


c0828d624f5ca.jpg


'상해생전포'라는 만두를 파는 '청흥키'라는 집이다.


튀긴 소룡포다. 정확한 설명은 아니지만 이보다 이해하기 쉬운 설명은 또 없다.


043b2bd525d3a.jpg


육즙이 엄청나게 맛있다. 식감도 아주 재밌다. 육향이 그득하며 보는 맛도 있으니 오감이 즐거운 녀석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홍콩의 주전부리 중 하나다. 알게된 건 생각보다 얼마 안 됐지만 틈 날 때마다 즐길 만큼 좋아하는 음식이다.


d2aec6f81b746.jpg


가족들 생각에 자꾸만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하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먹었다. 가족 몫까지 해내기 위해서 어느 때보다 고군분투했다.


잘 먹었습니다 꺼억.


c8f38d79f5a8d.jpg


참으로 간만에 계획이라는 걸 세웠다. 그런 덕분에 딛는 걸음에 거침이 없다.


지금부터는 버스를 타고 리펄스 베이로 향할 테다. 홍콩을 대표하는 고급 휴양지 중 하나다. 센트럴에서 260, 6, 6X 버스를 타면 한방에 닿을 수 있다.


3e2e29d3f9aa8.jpg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려는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6번 버스에서 보초를 서고 있었는데 정작 출발한 건 반대편에 있는 260번 버스였던 탓이다.


다음 버스를 탈까도 생각했지만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아쉽긴 하지만 그러려니 하며 먼발치의 풍경에 만족한다.


d4e9aff7256ea.jpg


260번 버스는 산중턱을 가로지르는 터널을 타고 리펄스 베이로 향한다. 덕분에 삽시간에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한 시간 남짓이 필요하다고 구글 지도는 얘기했지만 실제로는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덕분에 아주 편하고 빠르게 홍콩의 푸른 바다를 마주하게 되었다. 훌륭하다.


7c7f6260306db.jpg

08b39902a0718.jpg


어쩌다 보니 초면이다. 열 번 가까이 찾은 홍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빌딩의 가운데를 보면 뜬금없이 구멍이 나 있다. 동네에서 상서로이 여기는 용이 드나드는 길이다. 수호령과도 같은 용을 노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 어디보다 자본주의의 첨단을 달리는 도시에서 무슨 미신 타령인가 싶지만, 홍콩은 전세계에서 풍수지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 중 하나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홍콩의 성시 대학 건축과에는 석사 과정 세부 전공으로 풍수지리가 있다. 홍콩 사람들은 그 정도로 민간 신앙과 풍수에 진심이다.


91ff6eea88a53.jpg


그러므로 예를 다 한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이 동네의 수호령을 향해 예를 표한다. 그러고는 다시금 먼발치에 놓인 푸른 바다를 마주한다.


참으로 찬란하고 아름답다. 말로만 듣던 리펄스 베이를 드디어 만났다.


c7abea2b5a23e.jpg


그간 한 번도 걸음한 적 없다니 스스로도 놀랍다. 바로 옆에 자리한 스탠리 베이는 몇 번을 다녀왔으면서 말이다.


52a51bb359dea.jpg


스탠리 베이와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영 딴판인 풍경을 마주한다.


훨씬 더 목가적이며, 조금 더 부산하다.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 같지만 이보다 적절한 문장을 찾지 못하겠다.


7091c89e18920.jpg


정신없이 첨벙거리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망연한다. 하지만 금방 녹초가 되고 만다. 사방에서 맹렬하게 들이치는 중국인 관광객의 행렬 덕분이다. 이 정도로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홍콩 여행지는 처음인 듯하다. 그 정도로 시선 닿는 족족 중국인의 향연이다.


712cc92a20dc6.jpg


뻐킹


위태위태하더니 사달이 나고 말았다. 이런 참사는 예정에 없었는데


dd26da8df9b5d.jpg


잠시 정신이 멍하다. 우째야 하지.


24aad98893554.jpg


별 수 없다. 양말을 벗고는 잠시 쉬어 가기로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곳곳에 나무 그늘이 즐비하다는 점이다. 나처럼 심신을 다친 사람들이 쉬어갈 곳이 아주 많다.


1298e76817d8b.jpg


30분 남짓 망중한을 읊다가 다시금 여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리펄스 베이는 여기까지다. 갈 길이 멀다. 상점가만 적당히 둘러보고는 급하게 작별 인사를 건넨다.


다음에는 조금 더 여유롭게 만납시다. 안녕히 ㅣ계세요.


e88cb4b0657b1.jpg


조금 전과는 다른 풍경을 벗 삼으며 시작하던 곳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홍콩의 도심은 밤낮 가릴 것 없이 아름답다. 현지인이 듣는다면 참 속 없는 소리라고 생각할 테지만, 철 없는 뜨내기의 시선에는 그저 낭만으로 다가오는 풍경이다.


1492cc6a9de4e.jpg


다시 IFC몰로 돌아왔다. 꽤나 숨 가쁘게 계속되는 여정이다. 주변을 둘러볼 새도 없이 잰걸음을 재촉한다.


71278474700ba.jpg


어제는 피크 전망대에 올라 홍콩의 밤을 즐겼으니 오늘은 IFC 전망대에 올라 홍콩의 낮을 즐길 차례다.


홍콩 IFC2 금융관리국에는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아는 사람만 아는 홍콩 여행 꿀팁 중 하나.


faf3d37c08eba.jpg


카운터에 여권을 보여주면 입장 목걸이를 나눠준다. 목에 걸고 55층으로 향하면 된다.


15bbdcf0e0dba.jpg


아주 대단하지는 않고 딱 이 정도.


c0acb661ed917.jpg


딱 이 정도.


2f2bb7995c7a5.jpg


국적을 가리지 않고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서 언제 걸음해도 조용하다. 하지만 여기만 한 데가 흔치 않다.


IFC에서 올라갈 수 있으니 접근성은 말할 것도 없고 입장료까지 없다. 혹 홍콩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한 번쯤 걸음해 보자. 분명 좋아하게 될 테다.


4b4144baf5529.jpg


전망대에 올라 홍콩의 일상을 즐기다 보니 어느 틈에 석양이 드리우는 중이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석양이다. 괜스레 아련하다.


3ab4b2462c458.jpg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싶다. 찬연한 순간 앞에서 한참을 머무른다. 아련한 눈빛을 하고는 홀로 부산함 속에서 고요히 망연한다. 기나긴 여정의 끝이 머지않았다.


3963424e29810.jpg


주홍빛은 떠나가고 보라빛 어스름이 거리를 잠식한다. 깊어 오는 밤을 벗하니 마음이 급하다. 나도 모르게 빨라지는 걸음에 몸을 맡긴 채 이곳저곳 유람을 계속 이어간다.


15cf3677df309.jpg


역시나 처음 만났다. '템플 스트리트'라는 이름을 가진 동네의 야시장이다.


8b9b88eb34e82.jpg


오직 먹을 것 일색인 대만 야시장과는 다르게 잡동사니가 아주 많은 홍콩의 야시장이다. 그런 탓에 여행객이 즐기기에는 살짝 심심한 감이 있다. 뭔가를 사고 싶어도 애매한 경우가 많은 탓이다.


그래도 시장 한복판에는 큼지막하게 야장이 선다. 친구와 함께 여행을 한다면 기분 좋게 술 한 잔을 즐길 수 있을 테다. 하지만 혼자인 나는 그나마도 없다. 게다가 술을 끊은 지도 오래고 말이다.


c989ff8e17dd8.jpg


날이 많이 더웠다. 땀범벅이 된 몸뚱아리를 견디기가 힘들다. 숙소로 돌아가 찬물을 끼얹고는 다시 거리로 돌아왔다.


오늘 저녁은 조금 특별한 시도를 해 보려고 한다. 동네의 오랜 밥집이다. 반찬을 두 개 고르면 푸짐한 밥과 함께 도시락을 만들어 준다.


64e19557ebfa5.jpg


단돈 32원, 정신 나간 환율 속에서도 한국 돈으로 5,500원밖에 하지 않는 착한 도시락.


하지만 맛은 그렇지 못하다. 처음으로 처참한 실패를 경험했다. 처음으로 남겨야 하나 고민했다. 어찌어찌 다 먹기는 했지만,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기억이다.


4a4e027b4ef42.jpg


입가심을 위해 태국산 오렌지 주스 한 병을 집어 들었다. 침사추이 돈키호테 옆에는 태국에서 건너온 빅씨 마트가 있다.


677561887f5f4.jpg


부루펜 맛이다. 딱히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도시락의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날려버리기에는 충분하다.


86258b95c2aba.jpg


한바탕 소동을 이겨내고 나니 어스름이 완연히 드리웠다. 여느때처럼 부산한 거리를 유유자적하며 마지막 밤이 떠나가는 아쉬움을 소소하게 달래 본다.


51ed52b1f49f9.jpg


이렇게 끝을 향한다. 전례 없는 애정을 가득 담아, 눈앞에 놓인 것들을 한참 동안 망연한다.


e8b2be4ebf0b3.jpg


홍콩의 마지막 밤이 이렇게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