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마침내 집으로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순간이 말이다.
참으로 간만이었다. 가족들과 함께해서 더 즐거웠다. 그런 홍콩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결국 오고야 말았다.

가는 날까지도 공기는 끈적하게 달아 올랐다. 얼떨떨하다.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후덥지근함.
가족들을 먼저 보내고 이틀을 혼자서 유람했다. 한숨과 함께 시작한 여정이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집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쉽지 않은 풍경이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참으로 간사하다. 눈길 한 번 온전히 건넨 적 없는 길섶의 풍경인데, 떠나려니 왜 이리 아쉬운지 모르겠다.
어깨에는 10kg 가까운 가방이 들려 있다. 한 손에는 기화병가에서 주워 담은 것들이 가득하다. 사지가 부서질 것처럼 천근만근이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에 시선은 자꾸만 제멋대로 사방으로 치닫는다.

제 몸 하나 가누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카메라 셔터 위에 놓은 손가락은 쉴 틈이 없다.
지극히 사소한 일상의 편린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선명하게 기억하고 싶다. 시선에 걸리는 것마다 사진으로 남기기 바쁘다.

숙소가 있던 야우마테이에서 시작한 여정은 어느새 몽콕까지 이어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한숨이 절로 나오던 인파 속에서 나홀로 고독을 마주한다. 순간의 서정 역시 아련한 빛깔로 남아 사진 속에 박제되었다.

생선 가게를 지키는 고양이도 같이.

가는 날까지도 먹는 것에는 소홀히 할 수 없다. 언제나처럼 맛있는 것들로 배를 불릴 테다.
한시도 고민하지 않았다. 몽콕까지 먼 여정을 떠나온 것도 이 녀석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다시 만나 기쁘네요. 불과 3일 만에 다시 만난 홍콩의 오랜 맛집, 여기는 올림픽역 팀호완이다.

참으로 귀한 경험을 하는 중이다. 이렇게 여유로운 팀호완은 여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조용하고도 평화로운 공기를 음미하며 홍콩 딤섬의 진수를 마음껏 즐겨 본다.

뭘 먹을지도 진즉에 결정이 끝났다. 나는 바베큐번과 미트볼만 있으면 된다.


두 접시로 배가 부를까 싶겠지만 아주 많이 배가 부르다. 먹는 양이 적은 탓도 있지만 둘 다 꽤나 푸짐한 녀석들이다. 오늘도 여지없이 완벽한 한 끼, 올림픽역 팀호완은 언제나 옳다.
워낙에 오래 전부터 유명했던 집이다. 이제는 살짝 식상한 느낌마저 있다. 그래서인지 옛날에 비해서는 인기가 조금 덜 하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구관이 명관이다. 우리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으면 안 된다.
절대 식상해진 것이 아니다. 고전의 반열에 들어섰다는 고상한 표현을 사용하도록 하자. 너무나 친숙한 나머지 이따금 소중함을 잊고 살게 되지만, 홍콩의 팀호완은 언제나 옳다.

기분 좋게 배를 채웠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금 여정을 이어간다.
나름 여유를 부렸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러므로 느린 걸음으로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며 얼마 남지 않은 유람을 즐겨 본다.

떠나는 마음에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시선 닿는 모든 것에는 짙푸른 아련함이 깃들었다.
엄마와 동생은 이틀 반나절이 지날 즈음에 식상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솔직히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 역시도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랬던 풍경을 앞에 두고는 한참을 망연한다. 막상 두고 떠나려니 모든 찰나가 아쉽기만 하다.

밥을 먹고 잠시 사사에 들렀다. 조그마한 향수 하나를 샀다. 양손 가득 여자친구 줄 선물이 가득하지만 소소한 마음 하나를 더 보탠다.
여행이 끝나갈 즈음이 되면 지갑에 처리하기 애매한 동전이 가득할 테다. 그걸 털어내기에 사사의 쪼꼬미 향수만 한 게 없다. 아주 요긴하다.

여행은 여기까지다. 남은 여정은 더 이상 없다.
버스에 몸을 싣고 나면 내가 마주할 것은 비행기 뒤꽁무니에 기다랗게 궤적을 늘어뜨릴 아쉬움뿐이다.

약간의 바다와 그 너머의 도심, 한 뼘 남짓 유리창으로 마주하는 풍경이 남은 여정의 전부다. 길섶의 풍경을 다가오는 산능선이 장막처럼 덮고 나면, 더는 없다.

집에 가자.

공항 문턱을 넘고 나니 실감이 난다. 정말로 여행이 끝나는구나.
잠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아마도 긴장이 풀린 탓이다. 얼른 집에 가서 잠을 청해야겠다. 돌아갈 시간이다.

얼른 갑시다. 퍼뜩 드갑시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터미널로 향한다. 이 길 너머에 고향으로 가는 차원문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모노레일을 타고 건너온 탑승동에는 고요와 적막만이 가득했다. 제아무리 코시국이 끝났다고 해도 여행의 봄은 아직 멀었음을 체감하는 순간이다.
마음에 무거운 돌덩어리 하나가 떨어진다. 여행 가방을 만들고 파는 나에게 이런 풍경은 전혀 달갑지 않다.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아무런 준비도 없었던 터라 유난히 아프다.

점심은 기화병가에서 사온 주전부리에다가 두유 한 잔.

뜬금없는 적막이 당황스럽긴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이내 주변에 놓인 것들에 정신을 팔기 시작한다.

비행기 구경하기 참 좋은 공항이다. 활주로와 터미널의 거리도 가까울 뿐더러 드나드는 비행기의 수도 원체 많다. 반가운 녀석들과 부지런히 인사를 나눈다.

한국에서 건너온 손님들도 아주 많다. 아시아나도 만났고 대한항공도 만났다.

주변을 스쳐 가는 비행기들에 정신을 팔고 있으니 탑승교에는 어느새 내가 탈 비행기가 이륙 준비를 마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떠날 시간이 되었다는 뜻이다.

집에 갈 시간이다.

퍼뜩 가자.

드가자.

집으로 가자.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조만간 또 만납시다. 그때까지 기체후 일향만강하시옵고,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4년 반 만의 홍콩 여행 일기, 끄읏
돌고 돌아 마침내 집으로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순간이 말이다.
참으로 간만이었다. 가족들과 함께해서 더 즐거웠다. 그런 홍콩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결국 오고야 말았다.
가는 날까지도 공기는 끈적하게 달아 올랐다. 얼떨떨하다.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후덥지근함.
가족들을 먼저 보내고 이틀을 혼자서 유람했다. 한숨과 함께 시작한 여정이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집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쉽지 않은 풍경이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참으로 간사하다. 눈길 한 번 온전히 건넨 적 없는 길섶의 풍경인데, 떠나려니 왜 이리 아쉬운지 모르겠다.
어깨에는 10kg 가까운 가방이 들려 있다. 한 손에는 기화병가에서 주워 담은 것들이 가득하다. 사지가 부서질 것처럼 천근만근이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에 시선은 자꾸만 제멋대로 사방으로 치닫는다.
제 몸 하나 가누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카메라 셔터 위에 놓은 손가락은 쉴 틈이 없다.
지극히 사소한 일상의 편린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선명하게 기억하고 싶다. 시선에 걸리는 것마다 사진으로 남기기 바쁘다.
숙소가 있던 야우마테이에서 시작한 여정은 어느새 몽콕까지 이어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한숨이 절로 나오던 인파 속에서 나홀로 고독을 마주한다. 순간의 서정 역시 아련한 빛깔로 남아 사진 속에 박제되었다.
생선 가게를 지키는 고양이도 같이.
가는 날까지도 먹는 것에는 소홀히 할 수 없다. 언제나처럼 맛있는 것들로 배를 불릴 테다.
한시도 고민하지 않았다. 몽콕까지 먼 여정을 떠나온 것도 이 녀석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다시 만나 기쁘네요. 불과 3일 만에 다시 만난 홍콩의 오랜 맛집, 여기는 올림픽역 팀호완이다.
참으로 귀한 경험을 하는 중이다. 이렇게 여유로운 팀호완은 여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조용하고도 평화로운 공기를 음미하며 홍콩 딤섬의 진수를 마음껏 즐겨 본다.
뭘 먹을지도 진즉에 결정이 끝났다. 나는 바베큐번과 미트볼만 있으면 된다.
두 접시로 배가 부를까 싶겠지만 아주 많이 배가 부르다. 먹는 양이 적은 탓도 있지만 둘 다 꽤나 푸짐한 녀석들이다. 오늘도 여지없이 완벽한 한 끼, 올림픽역 팀호완은 언제나 옳다.
워낙에 오래 전부터 유명했던 집이다. 이제는 살짝 식상한 느낌마저 있다. 그래서인지 옛날에 비해서는 인기가 조금 덜 하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구관이 명관이다. 우리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으면 안 된다.
절대 식상해진 것이 아니다. 고전의 반열에 들어섰다는 고상한 표현을 사용하도록 하자. 너무나 친숙한 나머지 이따금 소중함을 잊고 살게 되지만, 홍콩의 팀호완은 언제나 옳다.
기분 좋게 배를 채웠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금 여정을 이어간다.
나름 여유를 부렸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러므로 느린 걸음으로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며 얼마 남지 않은 유람을 즐겨 본다.
떠나는 마음에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시선 닿는 모든 것에는 짙푸른 아련함이 깃들었다.
엄마와 동생은 이틀 반나절이 지날 즈음에 식상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솔직히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 역시도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랬던 풍경을 앞에 두고는 한참을 망연한다. 막상 두고 떠나려니 모든 찰나가 아쉽기만 하다.
밥을 먹고 잠시 사사에 들렀다. 조그마한 향수 하나를 샀다. 양손 가득 여자친구 줄 선물이 가득하지만 소소한 마음 하나를 더 보탠다.
여행이 끝나갈 즈음이 되면 지갑에 처리하기 애매한 동전이 가득할 테다. 그걸 털어내기에 사사의 쪼꼬미 향수만 한 게 없다. 아주 요긴하다.
여행은 여기까지다. 남은 여정은 더 이상 없다.
버스에 몸을 싣고 나면 내가 마주할 것은 비행기 뒤꽁무니에 기다랗게 궤적을 늘어뜨릴 아쉬움뿐이다.
약간의 바다와 그 너머의 도심, 한 뼘 남짓 유리창으로 마주하는 풍경이 남은 여정의 전부다. 길섶의 풍경을 다가오는 산능선이 장막처럼 덮고 나면, 더는 없다.
집에 가자.
공항 문턱을 넘고 나니 실감이 난다. 정말로 여행이 끝나는구나.
잠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아마도 긴장이 풀린 탓이다. 얼른 집에 가서 잠을 청해야겠다. 돌아갈 시간이다.
얼른 갑시다. 퍼뜩 드갑시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터미널로 향한다. 이 길 너머에 고향으로 가는 차원문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모노레일을 타고 건너온 탑승동에는 고요와 적막만이 가득했다. 제아무리 코시국이 끝났다고 해도 여행의 봄은 아직 멀었음을 체감하는 순간이다.
마음에 무거운 돌덩어리 하나가 떨어진다. 여행 가방을 만들고 파는 나에게 이런 풍경은 전혀 달갑지 않다.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아무런 준비도 없었던 터라 유난히 아프다.
점심은 기화병가에서 사온 주전부리에다가 두유 한 잔.
뜬금없는 적막이 당황스럽긴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이내 주변에 놓인 것들에 정신을 팔기 시작한다.
비행기 구경하기 참 좋은 공항이다. 활주로와 터미널의 거리도 가까울 뿐더러 드나드는 비행기의 수도 원체 많다. 반가운 녀석들과 부지런히 인사를 나눈다.
한국에서 건너온 손님들도 아주 많다. 아시아나도 만났고 대한항공도 만났다.
주변을 스쳐 가는 비행기들에 정신을 팔고 있으니 탑승교에는 어느새 내가 탈 비행기가 이륙 준비를 마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떠날 시간이 되었다는 뜻이다.
집에 갈 시간이다.
퍼뜩 가자.
드가자.
집으로 가자.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조만간 또 만납시다. 그때까지 기체후 일향만강하시옵고,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4년 반 만의 홍콩 여행 일기, 끄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