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여행기 #.22 모시 명물 유니온 커피, 현지인 맛집 미모사 탐방기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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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 여행 명소와 현지인 맛집, 제가 한번 즐겨 보겠습니다.



킬리만자로 정상으로 향하는 여행자들의 천국, 탄자니아 모시의 새 아침이 밝았다.


설레임만 가득해도 모자란 아침이다. 하지만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다. 모두의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이다. 아마도 너무 빡빡한 일정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여행 호스트는 쉬어갈 생각이 아예 없다. 누구 하나 앓아 눕지 않는 이상 그의 사전에는 오직 전진뿐이다.



어쩔 수 없다.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으므로 감내해야 할 일이다. 일주일만 더 있었어도 이 정도는 아닐 텐데 싶은 생각이 이따금 들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을 테다. 늘어난 만큼 빡센 일정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 분명하므로 여유 같은 건 기대하지 않는다.


사실 우리의 호스트가 누구보다 피곤할 것이다. 우리는 뒷꽁무늬만 따라다니면 된다지만 그는 모든 일정을 설계하고 우리를 인솔하면서 여행까지 즐기는 중이다. 투정을 부리고 싶다가도 그의 헌신을 생각하면 입을 꾹 닫게 된다.


그렇게 그의 그림자를 좇아 부지런히 디딘 걸음이 어느 정갈하고 큼지막한 건물 앞에서 슬그머니 멈췄다. 호스트의 말에 따르면 이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자의 카페 중 하나다. 이름하야 '유니온 카페'



요즘 시대의 것이 아닌 것 같다. 후줄근하면서도 단출한 매장의 입면이 시선을 멎게 한다. 강하게 느껴지는 기시감, 희한하리만치 익숙하다. 알파벳 대신 한글이 가득했다면 구한말 고종의 가배집이라고 해도 믿었을지 모르겠다.



팍팍하기 그지없는 일정을 수행하는 중이지만 여행자의 본분을 잊고 싶지는 않다. 아마도 30분에서 한 시간 남짓이 될 테다. 자유로운 영혼 된 자의 여유를 느끼고 싶어 바깥 자리를 두리번거린다. 하지만 금세 포기, 더워도 너무 덥다.


아프리카는 습도가 낮아서 그늘만 있으면 시원하다고 했다. 그런 말을 아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순 엉터리다. 어딘가에서는 진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시에서는 아니다. 이 동네는 덥고 습하다. 우리나라만큼이나.



드가자



카페와 식당을 겸하고 있는 유니온 카페다. 햄버거와 피자, 치킨 같은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딱히 저렴하지는 않다. 현지인보다는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식당 물가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싸다. 아프리카에서도 이 정도의 물가를 만날 수가 있다니,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킬리만자로를 유람하는 자들의 베이스캠프로 유명한 모시는 탄자니아를 대표하는 커피 산지로도 유명세가 있다. 탄자니아에는 세 군데의 유명한 아라비카 원두 산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모시는 단연 으뜸이다.


가족 경영의 소규모 영세농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생산량이 많지는 않지만 품질로는 세계 어디에 내어 놓아도 뒤떨어지지 않는 커피를 생산한다. 오죽하면 유럽에서 '영국 왕실의 커피'라는 별명이 있을까.



커피를 주문하고 슬그머니 주변을 둘러본다. 가장 먼저 시선을 끈 것은 빛바래고 낡은 흔적이 가득한 커피 볶는 기계다. 얼마나 오랜 세월 이곳에서 하세월을 낚았을까. 감히 짐작조차 쉽지 않다.



아메리카노처럼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해서 호로록 내리는 커피는 아닌 것 같다. 꽤나 오랜 시간의 기다림 끝에 커피 한 잔을 받아들었다. 킬리만자로 AA 원두를 이용한 블랙커피다.



나와 큰형은 커피를 시켰지만 우리의 호스트는 뜬금없이 초코쉐이크를 주문했다. 과연 탄자니아에서 거주하는 원주민 다운 선택이다. 게다가 맛있기까지 하다.


꽤나 고급스러우면서 부드러운 단맛이 매력적인 초코쉐이크. 나처럼 단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녀석이다.



적당히 퍼지는 산미와 엄청나게 풍부하고 다채로운 향으로 기억되는 커피다. 여러 종류의 과일 향이 코끝을 맴돌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탓에 지금은 기억 속에서 많이 옅어졌지만 가진 매력이 적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



마이쪙. 옴뇸뇸뇸뇸.



바다예. 다음에 또 만납시다. 그때는 느긋하게 머무르면서 이것저것 마셔 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솜사탕 같은 구름이 하늘을 가득 메웠다. 이토록 무심하게 널려 있기에는 아름다움이 과하다. 여행 엽서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다. 하지만 이렇게나 청명한 하늘 앞에서 감탄사를 내지르는 이는 우리밖에 없다. 동네 주민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한 조각일 뿐이다.



들뜬 마음이 뭉게구름처럼 부풀었다. 기분 좋게 흥청거리며 디딘 발걸음이 오늘의 점심을 책임질 현지인 맛집 앞에서 멈췄다.



이 또한 호스트의 강력한 추천으로 걸음하게 된 곳이다. 꽤나 비싸지만 찾는 이들이 적지 않은 현지인 맛집, 여기는 미모사다.



계절상으로는 여름의 한복판이었지만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둔 12월의 어느 날이었다.


재미난 풍경이다. 말로만 듣던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라니 말이다. 참고로 탄자니아는 남반구에 있다. 이 나라에서 12월은 1년 중 평균 기온이 가장 높은 달이다.



팅가팅가 스타일의 그림들이 잔뜩 걸린 널찍한 공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점심 시간을 지나는 중이지만 손님은 많지 않다. 오히려 좋아. 이 공간은 이제부터 제 겁니다.



가격은 유니온 카페와 비슷하지만 훨씬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술은 굉장히 저렴하다. 지금은 술을 끊었지만 당시에는 여기가 천국보다 조금 더 아름다운 주지육림이었다. 4년이 훌쩍 넘은 지금 돌이켜 봐도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말이다.



가장 먼저 식탁에 오른 것은 영혼의 파트너, 탄자니아 현지 술인 꼬냐기다. 저렴하면서도 도수가 높고 맛도 좋아서 여행 내내 분신처럼 함께했다.


술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경험해 보자. 저렴해서 부담도 없을 뿐더러 꽤나 맛이 괜찮은 술이다. 목넘김의 끝자락에 살짝 남는 알콜 잡내가 약간 아쉽긴 하지만 소주에 비하면 선녀다. 한 병에 만 원도 안 하는 술 치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의 품질을 지닌 녀석이다.



뜬금없이 비가 내린다. 황급히 대피. 매장 안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받아든 첫 번째 음식. 돼지고기를 볶았다. 매우 한식스러운 생김새, 모르고 먹으면 탄자니아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



이 녀석도 맛있고



이 녀석도 훌륭했다. 고기는 언제나 옳으므로 이날도 어김없이 옳았다. 마이쪙.



밥도 술도 술술 넘어간다.



배불리 먹었다. 기분 좋게 취했다. 흐느적거리는 몸뚱아리를 이끌고 다시금 길 위에 선다. 여정은 계속된다. 다음으로 걸음이 향할 곳은 어디일까.


과연 어떤 모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벌써부터 신난다. 얼른 즐기러 갑시다. 트웬데(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