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여행기 #.27 잔지바르 능귀의 유명한 맛집, 아만 방갈로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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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그냥 다 잘하는 집입니다. 잔지바르 능귀 아만 방갈로스




온갖 종류의 즐거움이 가득했던 잔지바르 능귀에서의 첫날이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라는 단어는 꽤나 식상하지만, 그것말고는 이곳에서의 경험을 설명할 방법이 마땅찮다.  그야말로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과 찬란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비슷한 광경을 마주한 적이 없다. 그래서 뭐에 비견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해변이 있었고, 믿을 수 없이 행복한 미소가 쉴 새 없이 번졌다. 이제 나는 천국의 존재를 믿는다. 지구상 어딘가에 천국이 분명 존재한다. 그곳은 아마도 잔지바르라는 이름을 달고 있을 것이다.



하루 종일 원 없이 즐겼다. 바다도 차고 넘치게 즐겼고 술도 묵고 다 했다. 웬만큼 즐겼으니 이제는 배가 즐거울 시간이다. 점심에 먹은 것이 영 시원찮았으니 저녁은 두 배로 보상 받아야겠다. 결연한 의지를 불태우며 한마음 한 뜻이 되어 길을 나선다.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을 떠오르게 하는 정겨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맹렬하게 끓는 태양이 사라진 대지에서는 온기가 작별을 고하기 시작했다. 슬그머니 들이치는 어스름을 따라 바람에 실려 이리저리 부유하는 것들은 나도 모르게 옅은 미소를 번지게 한다.


기분 좋은 선선함이다. 참으로 좋구나.



아직 한 발 남았다.


하루 중 아름답지 않은 때가 존재하긴 하는 걸까. 이 풍경을 처음 마주한 순간의 전율이 아직도 뇌리에 선연하다. 아무런 말도 않은 채, 넋을 잃고 한동안 망연했다.



바로 이렇게 말이다.



어느 틈에 해는 수평선을 넘었고, 어둠은 삽시간에 찾아왔다. 익숙하지 않은 별들이 군락을 이루며 주인 행세를 시작했다. 매일 보는 하늘이지만 남반구의 하늘은 그렇지 않다. 익숙한 풍경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낯설다.



마침내 때가 되었다. 그토록 고대하던 저녁 밥상을 받아 들 시간이 되었다. 여기는 잔지바르 능귀 해변의 제일가는 맛집, 이름하야 아만 비치 방갈로 리조트다.



뭐가 됐든 잘하는 게 하나라도 있으면 어떻게든 먹고는 산다. 리조트의 모든 역량을 요리에 집중한 아만 비치 방갈로처럼 말이다.


사실 이미 훌륭한 집이다. 해변을 벗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만 비치 방갈로는 욕심이 많다. 희한하리만치 요리에 진심이다. 어느 정도냐면 구글 지도의 리뷰에 숙소에 대한 칭찬보다 식당과 음식에 대한 극찬이 훨씬 더 많을 정도다.


우리의 호스트는 그 명성을 익히 경험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잔지바르에 오기 전부터 입이 마르게 칭찬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렇게나 칭찬을 아끼지 않은 것일까. 지금부터 검증의 시간이다. 지금부터는 맛있는 요리와 짜릿한 술 한 잔이 함께하는 환희의 시간뿐이다.



퍼뜩 드가자



그렇다고 요리만 훌륭하냐면 그렇지도 않다. 조금 전에 말했듯이 바다를 벗하고 있는 리조트다. 엄밀히 말하면 풍경은 기본이고 요리는 덤인데, 그 덤이 필요 이상으로 훌륭한 집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저녁 한 상을 꾸리는 것은 오롯이 호스트의 몫이다. 점심의 실패가 내심 거슬렸나 보다. 그 어느 때보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더니 일사천리로 주문을 마쳤다.



버터에 구운 새우를 필두로 본격적인 저녁 상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뭘 시켰냐고 물어보니 새우 세 마리와 랍스터 한 마리, 문어 샐러드와 오징어 튀김을 시켰단다.



맛에 대해서는 딱히 얹을 말이 없다. 우리는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만 방갈로에서 저녁을 먹었다. 정말로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쭉 들이키십쇼.



그야말로 푸지게 마시고 즐겼다. 잔지바르는 휴일이 없는 천국이다. 눈을 뜨고 있는 순간은 그저 환희와 행복으로 가득한, 그야말로 현세에 강림한 주지육림이자 천국이다. 글을 쓰는 동안 이 문장을 수십 번은 쓴 것 같은데 아직 백 번 정도는 쓸 일이 더 남았다. 그 정도로 발 닿는 족족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 없는 잔지바르다.



안 내면 술래 가위 바위 보.


한 큐에 당첨. 헤헤 X병.



지는 사람은 돈을 내고 아이스크림 사와야 한다. 참고로 먹을 자격도 없다. X발.



어딘지 모르게 묘한 긴장감이 감돌더니 삽시간에 웃음이 가득하다. 뭐지 싶었는데 내일의 스노클링 투어를 위한 협상이 한창이다. 현지 화폐로 15만 실링이니 한국 돈으로는 7만 5천 원 남짓이다. 인당 25,000원. 딱히 저렴하지는 않지만 나쁘지도 않다. 딱 시세만큼 받아가는 정직한 아조씨.



내 아이스크림은 없다. 처연하게 종이만 씹었다. 하지만 괜찮다. 숙소에는 술이 있으니깐. 그러니깐 빨리 술 마시러 갑시다 굼뜬 사람들아.


이렇게 잔지바르의 첫 날이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