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지바르 능귀 안녕! 즐거웠습니다!
우주가 탄생한 이래로 지구는 한 번도 자전을 멈춘 적이 없다. 해가 가면 달이 뜨고, 달이 지면 해가 그 자리를 채운다.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이치다.
그렇게 또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믿고 싶지 않지만 현실이다. 마침내 그날이다. 능귀에서의 마지막 아침이다. 천국과도 같았던, 정말 꿈처럼 달콤했던 시간은 그렇게 찾아올 때처럼, 마치 꿈처럼 우리 곁을 떠나가려 하는 중이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힘겹게 옮긴다. 평소보다 거칠게 몸뚱아리를 내몰고 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아쉽다. 너무나 아쉽다. 그래서인지 손에 든 캐리어는 천근보다 무겁고 만근보다 거추장스럽다.
아니네. 나만 무거운 거였구나.
체크아웃을 마치고 우리는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되었다. 실감나지 않는 순간이다. 허탈한 미소만을 허공에 흩어낼 뿐이다.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 다행히도 슬픈 일은 아니다. 배가 많이 고프다. 아침을 먹어야겠다.
우리가 묵은 숙소에서 멀지 않은 이곳은 아티 가든 방갈로.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 간택한 것은 아니고 집 가까운 데에 있어서 별생각 없이 들렀다. 잔지바르 경험이 많은 우리의 호스트조차 경험한 적 없는 곳이라고 한다. 첫날 점심의 실패 경험이 순간 머릿속을 스쳤지만 딱히 대안이 없다. 우리는 그렇게 식당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젖혔다.
이리 오너라.
아닙니다 저희가 가겠읍니다.
첫인상 합격. 짙푸른 신록이 시선 닿는 곳마다 가득하고,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울타리의 수수한 자태가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로 조용하게 부산한 밥집, 예감이 좋다.
여기가 내 집이면 얼마나 좋을까. '살아있네'라는 말을 끝없이 주절거리며 걸음을 안으로 향한다.
살아있네.
하루 중 가장 신중해야 하는 시간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진지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아침상을 받아 들 준비를 시작한다.
그 누구도 경험한 적 없는 집이기에 오랜 시간의 격론이 오고 갔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기나긴 토론 끝에 세 가지의 요리가 간택되었다. 스테이크, 생선 구이, 문어 샐러드 선생님 모두 축하드립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꽤나 길었다. 단출하지만 정갈한 아침 밥상이 완성되었다.
가장 먼저 시선이 향한 것은 문어 샐러드다. 아만 방갈로스에서 먹은 것과는 꽤나 다른 생김새를 하고 있었던 탓이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보들보들한 식감은 잔지바르 문어 샐러드의 전매특허 같은 것이다. 아만 방갈로스에 이어 이곳에서도 어김없다. 아보카도에서는 은은하게 단맛이 흐른다. 이 녀석 기대 이상이다. 아만 방갈로스에서 먹은 녀석 못지않게 훌륭하다.
잔지바르에서는 반드시 문어 샐러드를 먹어야 한다. 문어 샐러드를 먹지 않은 자, 잔지바르를 논할 자격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먹어보자. 얼마 안 한다.
생선 스테이크도 입성. 알맞게 익은 야채와 감자의 어우러짐이 아주 훌륭하다.
는 실패
완벽하게 망했다. 어처구니없이 짜다. 간을 맞추다가 소금통 뚜껑이 날아갔나 보다. 잔지바르 바닷물보다도 짜다.
어차피 망한 거 후추나 잔뜩 뿌리자. 그래도 살아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사정 없이 구겨진 큰형의 표정은 덤이지만 프라이버시 존중 차원에서 평소보다 강한 모자이크로 보호했다.
꽤나 질긴 걸 보니 좋은 고기를 쓴 것이 분명하다.
비꼬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다. 이 동네에서는 질긴 고기를 상급으로 친다. 씹는 맛이 있어야지 제대로 된 고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동네 주민들과는 살짝 거리가 있는 우리들의 입맛일 테다.
그래도 나쁘지 않다. 씹다 보니 고기의 풍미도 상당하고 먹는 재미도 꽤 괜찮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한 끼다.
사각거리는 단맛이 가득한 케이크 덕분에 웃음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오늘 아침의 일등 공신은 단언컨대 이 녀석이다. 쌉쌀한 커피와의 조화가 아주 훌륭하다.
부른 배를 두들기며 길을 나선다. 마침내 떠날 시간이 되었다.
잘 먹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긴다. 그러고는 택시를 부른다.
마침내 이별의 순간이다. 캐리어는 트렁크에 적당히 쑤셔 박고, 몸뚱아리는 적당히 차 안에 욱여 넣는다.
이 택시는 스톤타운으로 향하는 중이다. 퀸의 전설적인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의 고향이며, 아주 오래도록 잔지바르의 가장 번화한 시가지가 있던 동네다.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하늘을 벗 삼아 시원하게 달린다. 상투적이지만 이보다 적절한 표현은 없다. 눈이 시릴 만큼의 파랑.
그리고 우리는 어딘가에서 멈춰 섰다. 여긴 어디, 우리는 누구.
미리 밝히면 재미없다. 여튼 꽤나 재미난 것을 하러 왔다. 모두들 설레임을 가득 안고 택시 밖을 나선다. 얼른 나가자.
잔지바르 능귀 안녕! 즐거웠습니다!
우주가 탄생한 이래로 지구는 한 번도 자전을 멈춘 적이 없다. 해가 가면 달이 뜨고, 달이 지면 해가 그 자리를 채운다.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이치다.
그렇게 또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믿고 싶지 않지만 현실이다. 마침내 그날이다. 능귀에서의 마지막 아침이다. 천국과도 같았던, 정말 꿈처럼 달콤했던 시간은 그렇게 찾아올 때처럼, 마치 꿈처럼 우리 곁을 떠나가려 하는 중이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힘겹게 옮긴다. 평소보다 거칠게 몸뚱아리를 내몰고 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아쉽다. 너무나 아쉽다. 그래서인지 손에 든 캐리어는 천근보다 무겁고 만근보다 거추장스럽다.
아니네. 나만 무거운 거였구나.
체크아웃을 마치고 우리는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되었다. 실감나지 않는 순간이다. 허탈한 미소만을 허공에 흩어낼 뿐이다.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 다행히도 슬픈 일은 아니다. 배가 많이 고프다. 아침을 먹어야겠다.
우리가 묵은 숙소에서 멀지 않은 이곳은 아티 가든 방갈로.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 간택한 것은 아니고 집 가까운 데에 있어서 별생각 없이 들렀다. 잔지바르 경험이 많은 우리의 호스트조차 경험한 적 없는 곳이라고 한다. 첫날 점심의 실패 경험이 순간 머릿속을 스쳤지만 딱히 대안이 없다. 우리는 그렇게 식당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젖혔다.
이리 오너라.
아닙니다 저희가 가겠읍니다.
첫인상 합격. 짙푸른 신록이 시선 닿는 곳마다 가득하고,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울타리의 수수한 자태가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로 조용하게 부산한 밥집, 예감이 좋다.
여기가 내 집이면 얼마나 좋을까. '살아있네'라는 말을 끝없이 주절거리며 걸음을 안으로 향한다.
살아있네.
하루 중 가장 신중해야 하는 시간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진지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아침상을 받아 들 준비를 시작한다.
그 누구도 경험한 적 없는 집이기에 오랜 시간의 격론이 오고 갔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기나긴 토론 끝에 세 가지의 요리가 간택되었다. 스테이크, 생선 구이, 문어 샐러드 선생님 모두 축하드립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꽤나 길었다. 단출하지만 정갈한 아침 밥상이 완성되었다.
가장 먼저 시선이 향한 것은 문어 샐러드다. 아만 방갈로스에서 먹은 것과는 꽤나 다른 생김새를 하고 있었던 탓이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보들보들한 식감은 잔지바르 문어 샐러드의 전매특허 같은 것이다. 아만 방갈로스에 이어 이곳에서도 어김없다. 아보카도에서는 은은하게 단맛이 흐른다. 이 녀석 기대 이상이다. 아만 방갈로스에서 먹은 녀석 못지않게 훌륭하다.
잔지바르에서는 반드시 문어 샐러드를 먹어야 한다. 문어 샐러드를 먹지 않은 자, 잔지바르를 논할 자격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먹어보자. 얼마 안 한다.
생선 스테이크도 입성. 알맞게 익은 야채와 감자의 어우러짐이 아주 훌륭하다.
는 실패
완벽하게 망했다. 어처구니없이 짜다. 간을 맞추다가 소금통 뚜껑이 날아갔나 보다. 잔지바르 바닷물보다도 짜다.
어차피 망한 거 후추나 잔뜩 뿌리자. 그래도 살아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사정 없이 구겨진 큰형의 표정은 덤이지만 프라이버시 존중 차원에서 평소보다 강한 모자이크로 보호했다.
꽤나 질긴 걸 보니 좋은 고기를 쓴 것이 분명하다.
비꼬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다. 이 동네에서는 질긴 고기를 상급으로 친다. 씹는 맛이 있어야지 제대로 된 고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동네 주민들과는 살짝 거리가 있는 우리들의 입맛일 테다.
그래도 나쁘지 않다. 씹다 보니 고기의 풍미도 상당하고 먹는 재미도 꽤 괜찮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한 끼다.
사각거리는 단맛이 가득한 케이크 덕분에 웃음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오늘 아침의 일등 공신은 단언컨대 이 녀석이다. 쌉쌀한 커피와의 조화가 아주 훌륭하다.
부른 배를 두들기며 길을 나선다. 마침내 떠날 시간이 되었다.
잘 먹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긴다. 그러고는 택시를 부른다.
마침내 이별의 순간이다. 캐리어는 트렁크에 적당히 쑤셔 박고, 몸뚱아리는 적당히 차 안에 욱여 넣는다.
이 택시는 스톤타운으로 향하는 중이다. 퀸의 전설적인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의 고향이며, 아주 오래도록 잔지바르의 가장 번화한 시가지가 있던 동네다.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하늘을 벗 삼아 시원하게 달린다. 상투적이지만 이보다 적절한 표현은 없다. 눈이 시릴 만큼의 파랑.
그리고 우리는 어딘가에서 멈춰 섰다. 여긴 어디, 우리는 누구.
미리 밝히면 재미없다. 여튼 꽤나 재미난 것을 하러 왔다. 모두들 설레임을 가득 안고 택시 밖을 나선다. 얼른 나가자.
탄자니아 여행기 #.31 대항해시대의 향기, 잔지바르 향신료 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