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음식이 단돈 2,500원. 음식 축제가 열린 잔지바르 스톤타운 야시장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축제가 마지막을 향해 가는 중이다. 너무 원 없이 즐겼나 보다. 더 이상 바랄 것은 많지 않다. 비행기에 몸을 싣기 전 마지막 환승역이 될 것이다. 그런 스톤타운에서의 첫 번째 저녁이 밝았다.
닉값을 아주 충실하게 하는 동네다. 시선 닿는 곳마다 돌로 만든 것들의 향연이다. 잔지바르의 가장 오래된 시가지 중 하나인 스톤타운은 최소 4백 년 전부터 완성된 형태로 존재했던 곳이다. 동아프리카 지역 노예 무역을 대표하는 도시로서 대항해시대가 펼쳐질 즈음부터 전성기를 구가했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호시탐탐 노리는 세력들이 있었다.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는 살아 남았고, 외연 역시 당시의 모습을 거의 유지하고 있다. 골목을 굽이치며 유유하게 흐른 세월의 자취는 그대로 역사가 되었다. 이 도시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문화재요, 유산이다.
여러모로 축복 받은 동네다. 과거에는 무역의 중심지로 번영을 구가하더니 지금은 탄자니아 관광의 한 축으로서 또 다른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와 관련된 것들이 자주 눈에 띈다. 그가 나고 자란 곳이 잔지바르 스톤타운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지구 상에서 가장 많은 생가를 보유한 인물이 아닌가 싶다. 프레디 머큐리가 유년기를 보낸 이곳에는 그의 생가임을 자처하는 박물관이 곳곳에 널렸고, 그와 관련된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가장 번화한 거리인 샹가니 스트리트에서 멀지 않은 프레디 머큐리 박물관이다. 그가 살았던 곳으로 가장 유력하기 때문일 것이다. 프레디 머큐리를 기억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구경을 할지 말지는 여러분의 몫이다. 일단 우리는 그냥 지나쳤다. 그의 팬이라면 뭐라도 건질 게 있다는데, 우리 일행 중에 '곧 죽어도 퀸'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적당히 여독을 풀고 길을 나섰다. 배가 많이 고팠던 탓이다. 잔뜩 허기진 몸뚱아리에서는 쇳소리가 끓는다. 그런 나와 큰형에게 우리의 호스트는 두 가지의 선택지를 내밀었다. 하나는 본인의 최애 카레집에서 성대한 밥상을 차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야시장을 탐방하는 것이다.
누가 봐도 의도적이다. 물 수밖에 없는 미끼다. 카레는 언제든지 먹을 수 있지만 야시장은 지금 아니면 안 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야시장의 무대인 항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보다 부산하다는 호스트의 첨언을 흘려들었다. 하지만 그는 정직하다. 정말로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다. 축제가 열리는 와중이었기 때문이다.
잔지바르 경험만 다섯 번이 넘는 호스트에게도 낯선 풍경이었다. 스톤타운 야시장에는 음식 축제가 열리는 중이다.
동네의 이름난 식당과 호텔이 열 곳 남짓 참여한 축제였다.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맛있는 음식들을 잔뜩 즐길 수 있었다. 슬쩍 훑어보더니 흥분에 찬 호스트의 목소리가 허공을 가른다. 너무 개이득이라서 가격표는 볼 것도 없고, 관심 가는 게 있으면 일단 먹고 보잔다.
그리하여 가장 먼저 찾게 된 이곳에서는 코코넛 게살 수프를 팔고 있다. 코코넛의 속을 파낸 다음 게살과 함께 뭉근하게 끓인 요리다. 가격도 저렴하다. 단돈 2,500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요리를 뱃속에 밀어 넣게 될지 모른다. 그러므로 무리하지 않는다. 일단 하나만 시켰다.
기다리는 동안 코코넛 주스 한 잔도 손에 들려 준다. 하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음료다. 그렇지만 호의를 무례로 돌려줄 수는 없다. 심호흡을 마치고 숨을 참는다. 조심스레 한 모금 입으로 가져가는데 여기서 반전의 묘미, 이 집 코코넛 주스는 맛있다. 왜 때문이죠.
주스가 맛있었는데 게살 수프는 말해 뭐하나. 지금까지 내가 코코넛을 싫어했던 건 코코넛 잘하는 집을 못 가 봐서 그런 거였다.
다음으로 걸음이 향한 곳은 호스트가 경험해 본 적 있는 식당이었다. 덕분에 뭐가 맛있는지를 속속들이 꿰고 있다. 사장님 탄두리 치킨 하나요.
역시나 단돈 2,500원의 행복. 감자튀김을 수북이 쌓아 주고 탄두리 치킨도 꽤나 큼지막하게 한 덩이 얹어 준다. 옆에 살짝 내어 준 문어 샐러드가 살짝 질겼지만 그것만 빼면 모든 게 완벽했다. 맛도 향도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
다음 타자는 마요네즈를 푸짐하게 뿌린 감자 고로케다. 이 녀석도 2,500원이었다. 아마도.
걸신 들린 인간들처럼 허겁지겁 먹는다. 입천장이 까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 정도로 맛있었다. 훌-륭
조금 실험적이긴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니 부담 없이 시도한다. 바나나와 망고를 튀겼고 정체불명의 튀김도 한 점 있다. 역시나 한 접시에 2,500원.
아프리카 과일은 정말 맛있다. 말도 안 되게 맛있다.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동남아 과일이 한 번 먹으면 3년을 간다면 아프리카 과일은 13년을 간다.
내가 4년째 타령을 하고 있으니 앞으로 9년이 더 남았다. 그 전에 한 번은 무조건 아프리카를 다시 갈 것 같으니 아마도 향후 22년 동안은 아프리카 과일 타령을 멈추지 않을 듯하다.
딱 하나, 파파야를 튀긴 것만 아쉬웠다. 밀가루로 피를 만들어서 그 안에 파파야를 채운 녀석인데 참으로 오묘하다.
오징어 튀김도 한 점 합시다. 이 녀석도 아마 2,500원이었을 테다. 이 동네에서 오징어는 나름 고급 어종이라서 양이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런 만큼 맛이 좋다. 마이쪙.
환타로 식도에 묻은 기름기를 씻어내고 결전의 장소로 향한다. 긴장되는 순간이다. 드가자.
킹크랩이 한 마리에 5천 원, 새우는 한 마리에 2,500원이다. 아, 참고로 새우는 제일 큰 놈 기준이다. 작은 놈은 두 마리에 2,500원이다. 편하게 골라 보세요.
새우 네 마리에 7,500원. 밥도 소복하게 쌓아 주셨다. 오늘의 대미를 장식할 요리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포크를 집어 든다.
문어 한 조각으로 가볍게 몸부터 풀고
하어 맛있겠다.
눈물 나게 맛있다. 그래서 조금 눈물을 흘렸다. 아직도 기억에 선연할 정도로 완벽한 새우였다. 이거 하나 때문이라도 스톤타운은 다시 찾을 만한 가치가 있다. 맛만 놓고 보면 미슐랭 별 세 개를 줘도 모자람이 없다.
기분 좋게 배를 채웠으니 달콤한 젤라또로 입가심을 한다. 능귀 해변에서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즐긴 젤라또와 함께 마무리하는 하루, 일말의 아쉬움 없이 모든 것이 완벽하다.
잔뜩 만면한 미소를 친구 삼아 포근한 잠에 빠져들 것 같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여서 그저 행복했던 스톤타운의 첫날밤은 이렇게 저물어 간다.
모든 음식이 단돈 2,500원. 음식 축제가 열린 잔지바르 스톤타운 야시장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축제가 마지막을 향해 가는 중이다. 너무 원 없이 즐겼나 보다. 더 이상 바랄 것은 많지 않다. 비행기에 몸을 싣기 전 마지막 환승역이 될 것이다. 그런 스톤타운에서의 첫 번째 저녁이 밝았다.
닉값을 아주 충실하게 하는 동네다. 시선 닿는 곳마다 돌로 만든 것들의 향연이다. 잔지바르의 가장 오래된 시가지 중 하나인 스톤타운은 최소 4백 년 전부터 완성된 형태로 존재했던 곳이다. 동아프리카 지역 노예 무역을 대표하는 도시로서 대항해시대가 펼쳐질 즈음부터 전성기를 구가했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호시탐탐 노리는 세력들이 있었다.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는 살아 남았고, 외연 역시 당시의 모습을 거의 유지하고 있다. 골목을 굽이치며 유유하게 흐른 세월의 자취는 그대로 역사가 되었다. 이 도시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문화재요, 유산이다.
여러모로 축복 받은 동네다. 과거에는 무역의 중심지로 번영을 구가하더니 지금은 탄자니아 관광의 한 축으로서 또 다른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와 관련된 것들이 자주 눈에 띈다. 그가 나고 자란 곳이 잔지바르 스톤타운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지구 상에서 가장 많은 생가를 보유한 인물이 아닌가 싶다. 프레디 머큐리가 유년기를 보낸 이곳에는 그의 생가임을 자처하는 박물관이 곳곳에 널렸고, 그와 관련된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가장 번화한 거리인 샹가니 스트리트에서 멀지 않은 프레디 머큐리 박물관이다. 그가 살았던 곳으로 가장 유력하기 때문일 것이다. 프레디 머큐리를 기억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구경을 할지 말지는 여러분의 몫이다. 일단 우리는 그냥 지나쳤다. 그의 팬이라면 뭐라도 건질 게 있다는데, 우리 일행 중에 '곧 죽어도 퀸'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적당히 여독을 풀고 길을 나섰다. 배가 많이 고팠던 탓이다. 잔뜩 허기진 몸뚱아리에서는 쇳소리가 끓는다. 그런 나와 큰형에게 우리의 호스트는 두 가지의 선택지를 내밀었다. 하나는 본인의 최애 카레집에서 성대한 밥상을 차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야시장을 탐방하는 것이다.
누가 봐도 의도적이다. 물 수밖에 없는 미끼다. 카레는 언제든지 먹을 수 있지만 야시장은 지금 아니면 안 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야시장의 무대인 항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보다 부산하다는 호스트의 첨언을 흘려들었다. 하지만 그는 정직하다. 정말로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다. 축제가 열리는 와중이었기 때문이다.
잔지바르 경험만 다섯 번이 넘는 호스트에게도 낯선 풍경이었다. 스톤타운 야시장에는 음식 축제가 열리는 중이다.
동네의 이름난 식당과 호텔이 열 곳 남짓 참여한 축제였다.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맛있는 음식들을 잔뜩 즐길 수 있었다. 슬쩍 훑어보더니 흥분에 찬 호스트의 목소리가 허공을 가른다. 너무 개이득이라서 가격표는 볼 것도 없고, 관심 가는 게 있으면 일단 먹고 보잔다.
그리하여 가장 먼저 찾게 된 이곳에서는 코코넛 게살 수프를 팔고 있다. 코코넛의 속을 파낸 다음 게살과 함께 뭉근하게 끓인 요리다. 가격도 저렴하다. 단돈 2,500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요리를 뱃속에 밀어 넣게 될지 모른다. 그러므로 무리하지 않는다. 일단 하나만 시켰다.
기다리는 동안 코코넛 주스 한 잔도 손에 들려 준다. 하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음료다. 그렇지만 호의를 무례로 돌려줄 수는 없다. 심호흡을 마치고 숨을 참는다. 조심스레 한 모금 입으로 가져가는데 여기서 반전의 묘미, 이 집 코코넛 주스는 맛있다. 왜 때문이죠.
주스가 맛있었는데 게살 수프는 말해 뭐하나. 지금까지 내가 코코넛을 싫어했던 건 코코넛 잘하는 집을 못 가 봐서 그런 거였다.
다음으로 걸음이 향한 곳은 호스트가 경험해 본 적 있는 식당이었다. 덕분에 뭐가 맛있는지를 속속들이 꿰고 있다. 사장님 탄두리 치킨 하나요.
역시나 단돈 2,500원의 행복. 감자튀김을 수북이 쌓아 주고 탄두리 치킨도 꽤나 큼지막하게 한 덩이 얹어 준다. 옆에 살짝 내어 준 문어 샐러드가 살짝 질겼지만 그것만 빼면 모든 게 완벽했다. 맛도 향도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
다음 타자는 마요네즈를 푸짐하게 뿌린 감자 고로케다. 이 녀석도 2,500원이었다. 아마도.
걸신 들린 인간들처럼 허겁지겁 먹는다. 입천장이 까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 정도로 맛있었다. 훌-륭
조금 실험적이긴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니 부담 없이 시도한다. 바나나와 망고를 튀겼고 정체불명의 튀김도 한 점 있다. 역시나 한 접시에 2,500원.
아프리카 과일은 정말 맛있다. 말도 안 되게 맛있다.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동남아 과일이 한 번 먹으면 3년을 간다면 아프리카 과일은 13년을 간다.
내가 4년째 타령을 하고 있으니 앞으로 9년이 더 남았다. 그 전에 한 번은 무조건 아프리카를 다시 갈 것 같으니 아마도 향후 22년 동안은 아프리카 과일 타령을 멈추지 않을 듯하다.
딱 하나, 파파야를 튀긴 것만 아쉬웠다. 밀가루로 피를 만들어서 그 안에 파파야를 채운 녀석인데 참으로 오묘하다.
오징어 튀김도 한 점 합시다. 이 녀석도 아마 2,500원이었을 테다. 이 동네에서 오징어는 나름 고급 어종이라서 양이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런 만큼 맛이 좋다. 마이쪙.
환타로 식도에 묻은 기름기를 씻어내고 결전의 장소로 향한다. 긴장되는 순간이다. 드가자.
킹크랩이 한 마리에 5천 원, 새우는 한 마리에 2,500원이다. 아, 참고로 새우는 제일 큰 놈 기준이다. 작은 놈은 두 마리에 2,500원이다. 편하게 골라 보세요.
새우 네 마리에 7,500원. 밥도 소복하게 쌓아 주셨다. 오늘의 대미를 장식할 요리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포크를 집어 든다.
문어 한 조각으로 가볍게 몸부터 풀고
하어 맛있겠다.
눈물 나게 맛있다. 그래서 조금 눈물을 흘렸다. 아직도 기억에 선연할 정도로 완벽한 새우였다. 이거 하나 때문이라도 스톤타운은 다시 찾을 만한 가치가 있다. 맛만 놓고 보면 미슐랭 별 세 개를 줘도 모자람이 없다.
기분 좋게 배를 채웠으니 달콤한 젤라또로 입가심을 한다. 능귀 해변에서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즐긴 젤라또와 함께 마무리하는 하루, 일말의 아쉬움 없이 모든 것이 완벽하다.
잔뜩 만면한 미소를 친구 삼아 포근한 잠에 빠져들 것 같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여서 그저 행복했던 스톤타운의 첫날밤은 이렇게 저물어 간다.
탄자니아 여행기 #.34 한국어를 사랑하는 청년, 그의 이름은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