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으로 가득 채운 잔지바르 스톤타운 탐방기
아아 현 시간 부로 전 인원 조식 집합 바랍니다.
스톤타운에서의 두 번째 아침을 알리는 태양이 힘차게 떠올랐다. 호스트는 꼭두새벽부터 화장실에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당연히 기다리지 않는다. 나와 큰형은 쓰레빠를 질질 끌며 식당으로 걸음을 향한다.
전날 야시장에서 먹고 즐긴 것이 워낙에 푸짐했다. 아침부터 살짝 속이 부대끼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아랑곳 않는다.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고, 일단 되는 대로 뱃속에 집어넣고 볼 심산이다.
인당 3만 원도 하지 않는 상당히 저렴한 숙소다. 하지만 누릴 수 있는 것이 굉장히 많았다. 지은 지 500년이 다 되어가는, 한때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공간을 내 것처럼 즐길 수 있다는 것부터가 굉장하다. 깨끗한 수영장도 있고 아침밥도 훌륭하다. 종류도 다양할 뿐 아니라 맛도 아주 괜찮다.
참으로 좋은 동네다. 여기만 이런 줄 알았는데 어딜 가나 비슷하게 호화롭다고 한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서 물가가 많이 올랐으므로 같은 값으로 이 정도의 호사를 누리기는 어렵다. 그래도 여전히 다른 동네에 비하면 적은 비용으로 많은 것을 즐길 수 있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기분 좋게 식사를 마쳤다. 간단하게 개인 정비를 마치고 이른 아침부터 길 위의 유랑객이 되었다.
살면서 이런 풍경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겠는가. 이런 곳을 유람하게 된 여행 가방 장사꾼이 할 일이라고는 뻔하다.
형님들 가방 메고 잠시 구도 좀 잡아주십셔
여행 가방 장사꾼에게 새로운 여행지란 언제 마주해도 반갑고 설레는 존재다. 닿기 어렵고 경험하기 어려운 동네라면 더할 나위 없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빗방울이 추적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랑곳 않는다. 한 장이라도 쓸 만한 사진을 건질 수 있다면 억수 속에 몸을 담그게 되더라도 괜찮다.
이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훨씬 더 좋은 사진을 많이 건질 텐데. 볼 때마다 아쉽고 아련하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이때는 카메라를 다루는 법도 잘 몰랐고, 미적 감각도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전이었다.
불안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한두 방울씩 떨어지더니 어느 순간부터인가 맹렬한 기세로 대지를 적시기 시작한다.
맞으면서 극복하려고 했다. 하지만 도가 많이 지나치다. 그나마 처마가 있는 가게라도 있었으니 망정이지, 그나마도 없었으면 속절 없이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될 뻔했다.
하지만 정도가 과하다. 30분 남짓을 길바닥에서 허비하는 중이다.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다. 이런 식이라면 절대로 이 거리를 벗어날 수 없다.
그렇게 우리는 물에 빠진 생쥐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위안 삼을 만한 거리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남반구의 열기를 가득 품은 빗줄기가 굉장히 따뜻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쨌든 물기는 비가 그치고 나면 금방 마를 것이라는 점이다.
종 잡을 수 없는 동네다. 눈이 시릴 것처럼 파란 하늘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지만 빗방울은 완전히 잦아들지 않는다. 청천과 빗줄기의 기묘한 동거는 꽤나 오래도록 이어졌다. 어째 조금 전보다 더 시원하게 젖는 느낌이다. 피하는 시늉마저 하지 않는 우리를 향한 징벌인 걸까.
계획보다 아주 많은 시간을 지체해 버렸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어느새 밥 시간이 되었다. 그리하여 자연스레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마도 잔지바르 스톤타운 전역을 통틀어서 가장 유명한 식당 중 하나일 것이다. 여기는 만인이 사랑하는 스톤타운 맛집, 이름하야 '루크만 식당'이다.
하지만 기각. 대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건 정도가 과하다. 모두들 기다리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볼 것도 없이 전군 퇴각.
아쉽긴 하지만 아쉽지 않다. 어차피 주변에 대안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전날 야시장 음식 축제에서 만난 식당이기도 하다. 루크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여기도 꽤나 유명하다. 오늘의 점심은 마샤알리 카페에서 해결할 테다.
두 잔의 과일 주스와 함께 시작한다. 하나는 패션 후르츠고 다른 하나는 파인애플이다.
시작부터 멸망이다. 이토록 건강한 맛을 원한 게 아니었는데. 우리는 설탕이 잔뜩 들어간 불량한 주스를 원했다. 물과 원물만으로 이루어진 자연주의 주스를 원한 게 아니었단 말이다.
그래도 금방 만회했다. 주문한 요리마저 재료 본연의 맛을 강조했으면 어떡하나 노심초사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로 맛있는 탄두리 치킨이었다. 고기를 씹으며 눈을 감으니 타지마할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누가 뭐래도 본토의 맛이다. 인도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말이다.
은은하게 계피 향을 품은 이 카레는 난과의 궁합이 특히 굉장했다. 버터의 풍미가 슬그머니 느껴지면서도 달큰한 맛이 기분 좋게 입 안에 퍼지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웃음이 만면하는 마법의 명약 같았다.
이 녀석에게서는 아주 익숙한 고향의 서정이 느껴진다. 영락 없는 김치찌개다. 이역만리 타향, 아프리카 한복판에서 인도 음식을 통해서 느끼는 한국의 서정이라니. 이거야말로 진정한 위아더월드 그 자체다.
비를 피하는 동안 좌판을 구경하다가 건진 바나나로 입가심을 한다. 밥도 후식도 모두 흠 잡을 데가 없다. 남은 오후도 거뜬하게 날 수 있을 테다.
스톤타운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그들의 일상을 쫓았다. 그렇게 유유자적하던 우리의 발걸음은 어느 틈에 잔지바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시장까지 닿았다.
미로를 탐험하는 기분이다. 촘촘하게 드리운 차양막과 좁은 골목 덕분이다.
아주 거대한 미로다. 잔지바르에서 가장 커다란 시장이라는 명성은 과연 거짓이 아니다. 이 동네에서 나는 거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익숙한 녀석들을 만났다. 바로 어제 향신료 농장 투어에서 만난 녀석들이다.
정확히 똑같은 녀석인데 조금 더 저렴하다. 그렇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여기부터 저기까지 싹 다 주세요.
열댓 개를 샀다. 친구들 선물로 아주 유용했다. 그렇게 잔뜩 인심을 쓰고도 두 개가 남아서 아직까지도 화장대에 모셔두고 있다.
나는 바닷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어시장의 비릿한 공기는 그 무엇보다 반갑고 익숙한 존재다. 고향에 온 것만 같다.
찹쌀떡을 닮은 간식을 씹으면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우리나라의 약식과 비슷한 느낌이 있는데 훨씬 쫀득하고 달다. 대추야자와 견과류로 맛을 냈다고 한다. 하나에 3백 원밖에 하지 않았는데 지금도 생각이 날 정도로 맛있었다.
밥도 묵고 간식도 묵고 시장 구경도 했다. 이만하면 잠시 쉼표를 찍고 가도 좋을 듯하다. 카페에 들러서 커피나 한잔해야겠다. 살포시 드가자. 커피 한잔하러 드가자.
맛집으로 가득 채운 잔지바르 스톤타운 탐방기
아아 현 시간 부로 전 인원 조식 집합 바랍니다.
스톤타운에서의 두 번째 아침을 알리는 태양이 힘차게 떠올랐다. 호스트는 꼭두새벽부터 화장실에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당연히 기다리지 않는다. 나와 큰형은 쓰레빠를 질질 끌며 식당으로 걸음을 향한다.
전날 야시장에서 먹고 즐긴 것이 워낙에 푸짐했다. 아침부터 살짝 속이 부대끼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아랑곳 않는다.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고, 일단 되는 대로 뱃속에 집어넣고 볼 심산이다.
인당 3만 원도 하지 않는 상당히 저렴한 숙소다. 하지만 누릴 수 있는 것이 굉장히 많았다. 지은 지 500년이 다 되어가는, 한때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공간을 내 것처럼 즐길 수 있다는 것부터가 굉장하다. 깨끗한 수영장도 있고 아침밥도 훌륭하다. 종류도 다양할 뿐 아니라 맛도 아주 괜찮다.
참으로 좋은 동네다. 여기만 이런 줄 알았는데 어딜 가나 비슷하게 호화롭다고 한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서 물가가 많이 올랐으므로 같은 값으로 이 정도의 호사를 누리기는 어렵다. 그래도 여전히 다른 동네에 비하면 적은 비용으로 많은 것을 즐길 수 있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기분 좋게 식사를 마쳤다. 간단하게 개인 정비를 마치고 이른 아침부터 길 위의 유랑객이 되었다.
살면서 이런 풍경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겠는가. 이런 곳을 유람하게 된 여행 가방 장사꾼이 할 일이라고는 뻔하다.
형님들 가방 메고 잠시 구도 좀 잡아주십셔
여행 가방 장사꾼에게 새로운 여행지란 언제 마주해도 반갑고 설레는 존재다. 닿기 어렵고 경험하기 어려운 동네라면 더할 나위 없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빗방울이 추적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랑곳 않는다. 한 장이라도 쓸 만한 사진을 건질 수 있다면 억수 속에 몸을 담그게 되더라도 괜찮다.
이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훨씬 더 좋은 사진을 많이 건질 텐데. 볼 때마다 아쉽고 아련하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이때는 카메라를 다루는 법도 잘 몰랐고, 미적 감각도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전이었다.
불안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한두 방울씩 떨어지더니 어느 순간부터인가 맹렬한 기세로 대지를 적시기 시작한다.
맞으면서 극복하려고 했다. 하지만 도가 많이 지나치다. 그나마 처마가 있는 가게라도 있었으니 망정이지, 그나마도 없었으면 속절 없이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될 뻔했다.
하지만 정도가 과하다. 30분 남짓을 길바닥에서 허비하는 중이다.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다. 이런 식이라면 절대로 이 거리를 벗어날 수 없다.
그렇게 우리는 물에 빠진 생쥐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위안 삼을 만한 거리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남반구의 열기를 가득 품은 빗줄기가 굉장히 따뜻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쨌든 물기는 비가 그치고 나면 금방 마를 것이라는 점이다.
종 잡을 수 없는 동네다. 눈이 시릴 것처럼 파란 하늘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지만 빗방울은 완전히 잦아들지 않는다. 청천과 빗줄기의 기묘한 동거는 꽤나 오래도록 이어졌다. 어째 조금 전보다 더 시원하게 젖는 느낌이다. 피하는 시늉마저 하지 않는 우리를 향한 징벌인 걸까.
계획보다 아주 많은 시간을 지체해 버렸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어느새 밥 시간이 되었다. 그리하여 자연스레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마도 잔지바르 스톤타운 전역을 통틀어서 가장 유명한 식당 중 하나일 것이다. 여기는 만인이 사랑하는 스톤타운 맛집, 이름하야 '루크만 식당'이다.
하지만 기각. 대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건 정도가 과하다. 모두들 기다리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볼 것도 없이 전군 퇴각.
아쉽긴 하지만 아쉽지 않다. 어차피 주변에 대안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전날 야시장 음식 축제에서 만난 식당이기도 하다. 루크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여기도 꽤나 유명하다. 오늘의 점심은 마샤알리 카페에서 해결할 테다.
두 잔의 과일 주스와 함께 시작한다. 하나는 패션 후르츠고 다른 하나는 파인애플이다.
시작부터 멸망이다. 이토록 건강한 맛을 원한 게 아니었는데. 우리는 설탕이 잔뜩 들어간 불량한 주스를 원했다. 물과 원물만으로 이루어진 자연주의 주스를 원한 게 아니었단 말이다.
그래도 금방 만회했다. 주문한 요리마저 재료 본연의 맛을 강조했으면 어떡하나 노심초사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로 맛있는 탄두리 치킨이었다. 고기를 씹으며 눈을 감으니 타지마할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누가 뭐래도 본토의 맛이다. 인도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말이다.
은은하게 계피 향을 품은 이 카레는 난과의 궁합이 특히 굉장했다. 버터의 풍미가 슬그머니 느껴지면서도 달큰한 맛이 기분 좋게 입 안에 퍼지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웃음이 만면하는 마법의 명약 같았다.
이 녀석에게서는 아주 익숙한 고향의 서정이 느껴진다. 영락 없는 김치찌개다. 이역만리 타향, 아프리카 한복판에서 인도 음식을 통해서 느끼는 한국의 서정이라니. 이거야말로 진정한 위아더월드 그 자체다.
비를 피하는 동안 좌판을 구경하다가 건진 바나나로 입가심을 한다. 밥도 후식도 모두 흠 잡을 데가 없다. 남은 오후도 거뜬하게 날 수 있을 테다.
스톤타운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그들의 일상을 쫓았다. 그렇게 유유자적하던 우리의 발걸음은 어느 틈에 잔지바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시장까지 닿았다.
미로를 탐험하는 기분이다. 촘촘하게 드리운 차양막과 좁은 골목 덕분이다.
아주 거대한 미로다. 잔지바르에서 가장 커다란 시장이라는 명성은 과연 거짓이 아니다. 이 동네에서 나는 거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익숙한 녀석들을 만났다. 바로 어제 향신료 농장 투어에서 만난 녀석들이다.
정확히 똑같은 녀석인데 조금 더 저렴하다. 그렇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여기부터 저기까지 싹 다 주세요.
열댓 개를 샀다. 친구들 선물로 아주 유용했다. 그렇게 잔뜩 인심을 쓰고도 두 개가 남아서 아직까지도 화장대에 모셔두고 있다.
나는 바닷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어시장의 비릿한 공기는 그 무엇보다 반갑고 익숙한 존재다. 고향에 온 것만 같다.
찹쌀떡을 닮은 간식을 씹으면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우리나라의 약식과 비슷한 느낌이 있는데 훨씬 쫀득하고 달다. 대추야자와 견과류로 맛을 냈다고 한다. 하나에 3백 원밖에 하지 않았는데 지금도 생각이 날 정도로 맛있었다.
밥도 묵고 간식도 묵고 시장 구경도 했다. 이만하면 잠시 쉼표를 찍고 가도 좋을 듯하다. 카페에 들러서 커피나 한잔해야겠다. 살포시 드가자. 커피 한잔하러 드가자.
탄자니아 여행기 #.36 잔지바르 스톤타운 황제의 목욕탕 '하맘니 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