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역사가 깃든 육지 거북 천국, 잔지바르 프리즌 아일랜드
이따금 절벽으로 꺼지듯 곤두박질치는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다. 바이킹을 타는 것처럼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싫은 놀이기구가 바이킹인데, 자꾸만 일그러지는 입꼬리는 가눌 길이 마땅찮다.
어쩔 수 없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수밖에. 즐거운 뱃놀이를 생각하고 싱글벙글했지만 지금의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 익숙해질 기미도 보이지 않으니 그야말로 미칠 노릇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망망대해를 부지런히 달렸다. 마침내 목적지가 눈앞이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바다는 잔잔하고 평화로웠다. 하지만 오는 길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워낙 조그마한 통통배라서 그렇다. 너울이라도 넘을라 치면 고꾸라질 듯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물론 고지가 멀지는 않으니 물에 빠져도 죽지는 않을 테다. 하지만 손바닥은 쉴 새 없이 흐른 땀으로 이미 흥건하다.
불안한 요동에 익숙해질 즈음이었다. 마치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엔진이 꺼지고, 닻이 내려간다. 어쨌든 살아서 도착했으니 기쁜 일이다. 하지만 나는 벌써부터 돌아가는 길이 걱정이다.
무사히 땅에 발을 디딘다. 그러고는 몸뚱아리를 돌려세운다. 그랬더니 여행 잡지에서나 만날 법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온갖 화려한 수식어를 모조리 갖다붙여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 광경이다. 너무나 이채롭고 아름답다. 보고도 믿기 힘들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실화냐.
세 명이서 시작한 여정이었다. 하지만 뜻밖에 다섯 명의 거대한 무리가 되었다.
이렇게 능청스러울 수가. 뱃사공인 줄로만 알았던 녀석들과의 동행은 이토록 부지불식간이고 자연스러웠다. 명분 상으로는 가이드라고 한다. 하지만 아마도 그건 핑계다. 뭐 사실 상관은 없다. 같이 산책이나 합시다. 트웬데(갑시다)
본명은 창구섬이다. 하지만 감옥섬이라는 별명으로 훨씬 잘 알려져 있다. 아주 슬픈 역사를 품고 있지만 지금은 섬 전체가 휴앙지로 변모했다. 온갖 즐길 거리가 즐비한 와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거대한 거북이들의 보금자리, 육지 거북 성소다.
화려한 구두를 신은 비둘기를 발견했다. 슬그머니 뒷걸음질 치는 모습마저 귀엽다.
이름을 알고 싶지만 그 누구도 아는 이 없다. 가이드를 자처한 뱃사공들 역시 과연 예상하던 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름 따위 알 바냐' 같은 표정을 하고서는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대기 바쁘다. 어째 우리보다 더 신난 것 같다. 흥이 많은 친구들이다.
입장료를 건네면 이름 모를 풀쪼가리 약간을 나눠 준다. 거북이들의 일용할 양식이다.
하지만 이것을 좋아하는 거북이는 거의 없다. 기대를 만발하며 걸음을 디뎠지만 아주 오랜 시간 짐짝이었다.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닉값을 제대로 하는 동네다. 발을 딛자마자 시선 닿는 곳마다 거북이들이 빼곡하다.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얼마나 많은지 들어간 지 5초도 되지 않아 약간의 식상함마저 느끼고 말았다.
태곳적부터 이곳에 살던 녀석들은 아니다. 어떤 계기가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까먹었다. 어쨌든 자연발생한 개체들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사람을 아주 잘 따르고 붙임성이 좋다. 관리하는 분들이 워낙에 지극정성인 덕분이다. 모두들 때깔 좋고 힘도 넘친다. 표정에는 행복이 잔뜩 묻어난다.
이곳의 사육사들은 모든 거북이들의 동태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개체마다 몇 살인지, 성격은 어떤지도 모두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녀석은 110살 먹은 청년 거북이다. 거북이 수명이 200년쯤 된다고 하니 이제 막 중년에 접어들었다. 이 정도면 한창이다. 팔팔한 중년.
어이 친구, 풀쪼가리 한 대 꼽아주지 그래?
원하는 듯했다. 그래서 슬그머니 입에 갖다대니 먹지 않는다. 뱉어내기까지 한다. 먹고 싶다고 할 때는 언제고 배은망덕한 놈 같으니라고.
느리지만 꾸준하다. 힘내라 친구. 할 수 있어.
원체 거대해서 종종 흠칫하게 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귀여운 구석이 많은 녀석들이다. 육중한 몸뚱아리에 걸맞지 않은 조그마한 눈은 귀여움의 화룡점정이다. 푸바오만큼이나 귀엽다.
인간에 대한 경계심 같은 건 전혀 없다. 사육사의 손을 워낙에 많이 탄 덕분이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친한 척을 하지만 그러려니 한다. 살짝 즐기는 듯도 하다. 이따금 눈웃음 짓는 모습도 마주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굉장히 거칠고 딱딱한 피부를 지녔다. 마치 나무 껍질을 쓰다듬는 것 같다.
유난히 거대한 녀석이 보여서 열심히 쫓아갔다. 과연 예상하던 대로다. 160살이나 되는 할머니 거북이다.
물론 최연장자는 아니다. 그 타이틀을 달기 위해서는 최소 30년은 더 살아야 한다. 이 동네에서 가장 어른 거북이는 200살도 넘는다. 그러므로 아직 멀었다.
엄청나게 거대하다. 다시 봐도 경이롭다.
태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새끼 거북이까지 구경을 마쳤다. 원 없이 구경한 덕분에 기분 좋게 작별 인사를 건넨다. 잘 보고 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본론은 여기까지, 지금부터는 별책부록의 시간이다.
감옥섬이라 이름 붙게 된 경위를 탐구할 테다. 잘 닦인 산책로를 따라 부지런히 걷는다. 걷다 보니 어느새 섬의 뒤편이다.
이것저것 많이 사는 동네다. 리조트에서 가져다 놓은 것 같기는 하지만 공작도 만날 수 있다. 역시나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바로 옆에 사람이 다가가도 꿈쩍할 생각조차 않는다. 귀찮은 내색조차 않는 걸 보면 사람이 귀찮은 거다.
감옥섬이라는 별명의 유래가 된 역사의 현장을 마주한다.
한때 서방 세계로 팔려나가는 노예들의 임시 수용소였다. 지금은 망중한을 즐기러 온 사람들의 쉼터가 되었지만 말이다.
감올을 지나 뒷마당으로 걸음을 옮긴다. 파도 소리가 가까워 온다. 멀지 않은 곳에 해변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럴 리가 있나. 노예로 팔려나가는 이들이 그런 호사를 누렸을 리 만무하다.
여기는 절벽이다. 노예선이 정박했던 절벽.
닻이 내려오면 노예들은 줄지어 짐칸으로 향했을 테다. 떠나기 전 마지막 목욕이랍시고 바다에 던져지는 수모를 당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러지 않았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그러다가 노예들의 상품 가치가 훼손되면 안 되니 말이다.
뜨내기에게는 그저 평화롭기만 한 풍경이다. 하지만 한 맺힌 여정을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이곳의 푸른 바다가 그들 인생에 마지막으로 담는 고향의 풍경이었을 테다. 가슴 한 편이 답답하다. 묵직하게 전해오는 불편함이 쉽게 가실 생각을 않는다.
마음에 돌을 하나 얹은 것 같은 기분으로 해변과 재회한다.
살짝 요란해진 바다를 마주한 채 잠시 망연한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이 들었다. 배를 타야 하는구나. 그렇구나.
마음에 얹힌 돌이 두 개가 되었다.
눈물을 머금으며 형들을 사진 속에 박제한다. 모두들 눈가가 촉촉하다. 아마도 팔려간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다시 배에 올라야 한다는 불안한 마음 탓이다.
우여곡절 끝에 육지로 돌아왔다. 그간 데면데면했던 요새를 톺아보며 얼마 남지 않은 여정의 대미를 알린다.
딱히 특별한 것 없는 요새이지만 재미난 사연이 숨어있다. 이 요새는 인류사를 통틀어 가장 짧은 전쟁의 무대였다. 불과 38분 만에 기승전결을 완벽하게 갖춘 전쟁이다. 궁금하신 분들은 '영국 잔지바르 전쟁'을 검색해 보자.
수면 아래로 슬그머니 닻을 내린, 떠나가는 볕이 붉은 자취를 드리우기 시작한다. 수면 위에 번지는 윤슬을 마주하며 잠시 망연한다. 그러다가 이내 아련하다.
문득 깨닫는다.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내일이면 이별이구나. 번지는 어스름만큼이나 짙게 드리우는 아쉬움 따라 탄자니아에서의 마지막 밤이 저물기 시작한다.
슬픈 역사가 깃든 육지 거북 천국, 잔지바르 프리즌 아일랜드
이따금 절벽으로 꺼지듯 곤두박질치는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다. 바이킹을 타는 것처럼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싫은 놀이기구가 바이킹인데, 자꾸만 일그러지는 입꼬리는 가눌 길이 마땅찮다.
어쩔 수 없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수밖에. 즐거운 뱃놀이를 생각하고 싱글벙글했지만 지금의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 익숙해질 기미도 보이지 않으니 그야말로 미칠 노릇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망망대해를 부지런히 달렸다. 마침내 목적지가 눈앞이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바다는 잔잔하고 평화로웠다. 하지만 오는 길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워낙 조그마한 통통배라서 그렇다. 너울이라도 넘을라 치면 고꾸라질 듯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물론 고지가 멀지는 않으니 물에 빠져도 죽지는 않을 테다. 하지만 손바닥은 쉴 새 없이 흐른 땀으로 이미 흥건하다.
불안한 요동에 익숙해질 즈음이었다. 마치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엔진이 꺼지고, 닻이 내려간다. 어쨌든 살아서 도착했으니 기쁜 일이다. 하지만 나는 벌써부터 돌아가는 길이 걱정이다.
무사히 땅에 발을 디딘다. 그러고는 몸뚱아리를 돌려세운다. 그랬더니 여행 잡지에서나 만날 법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온갖 화려한 수식어를 모조리 갖다붙여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 광경이다. 너무나 이채롭고 아름답다. 보고도 믿기 힘들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실화냐.
세 명이서 시작한 여정이었다. 하지만 뜻밖에 다섯 명의 거대한 무리가 되었다.
이렇게 능청스러울 수가. 뱃사공인 줄로만 알았던 녀석들과의 동행은 이토록 부지불식간이고 자연스러웠다. 명분 상으로는 가이드라고 한다. 하지만 아마도 그건 핑계다. 뭐 사실 상관은 없다. 같이 산책이나 합시다. 트웬데(갑시다)
본명은 창구섬이다. 하지만 감옥섬이라는 별명으로 훨씬 잘 알려져 있다. 아주 슬픈 역사를 품고 있지만 지금은 섬 전체가 휴앙지로 변모했다. 온갖 즐길 거리가 즐비한 와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거대한 거북이들의 보금자리, 육지 거북 성소다.
화려한 구두를 신은 비둘기를 발견했다. 슬그머니 뒷걸음질 치는 모습마저 귀엽다.
이름을 알고 싶지만 그 누구도 아는 이 없다. 가이드를 자처한 뱃사공들 역시 과연 예상하던 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름 따위 알 바냐' 같은 표정을 하고서는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대기 바쁘다. 어째 우리보다 더 신난 것 같다. 흥이 많은 친구들이다.
입장료를 건네면 이름 모를 풀쪼가리 약간을 나눠 준다. 거북이들의 일용할 양식이다.
하지만 이것을 좋아하는 거북이는 거의 없다. 기대를 만발하며 걸음을 디뎠지만 아주 오랜 시간 짐짝이었다.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닉값을 제대로 하는 동네다. 발을 딛자마자 시선 닿는 곳마다 거북이들이 빼곡하다.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얼마나 많은지 들어간 지 5초도 되지 않아 약간의 식상함마저 느끼고 말았다.
태곳적부터 이곳에 살던 녀석들은 아니다. 어떤 계기가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까먹었다. 어쨌든 자연발생한 개체들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사람을 아주 잘 따르고 붙임성이 좋다. 관리하는 분들이 워낙에 지극정성인 덕분이다. 모두들 때깔 좋고 힘도 넘친다. 표정에는 행복이 잔뜩 묻어난다.
이곳의 사육사들은 모든 거북이들의 동태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개체마다 몇 살인지, 성격은 어떤지도 모두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녀석은 110살 먹은 청년 거북이다. 거북이 수명이 200년쯤 된다고 하니 이제 막 중년에 접어들었다. 이 정도면 한창이다. 팔팔한 중년.
어이 친구, 풀쪼가리 한 대 꼽아주지 그래?
원하는 듯했다. 그래서 슬그머니 입에 갖다대니 먹지 않는다. 뱉어내기까지 한다. 먹고 싶다고 할 때는 언제고 배은망덕한 놈 같으니라고.
느리지만 꾸준하다. 힘내라 친구. 할 수 있어.
원체 거대해서 종종 흠칫하게 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귀여운 구석이 많은 녀석들이다. 육중한 몸뚱아리에 걸맞지 않은 조그마한 눈은 귀여움의 화룡점정이다. 푸바오만큼이나 귀엽다.
인간에 대한 경계심 같은 건 전혀 없다. 사육사의 손을 워낙에 많이 탄 덕분이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친한 척을 하지만 그러려니 한다. 살짝 즐기는 듯도 하다. 이따금 눈웃음 짓는 모습도 마주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굉장히 거칠고 딱딱한 피부를 지녔다. 마치 나무 껍질을 쓰다듬는 것 같다.
유난히 거대한 녀석이 보여서 열심히 쫓아갔다. 과연 예상하던 대로다. 160살이나 되는 할머니 거북이다.
물론 최연장자는 아니다. 그 타이틀을 달기 위해서는 최소 30년은 더 살아야 한다. 이 동네에서 가장 어른 거북이는 200살도 넘는다. 그러므로 아직 멀었다.
엄청나게 거대하다. 다시 봐도 경이롭다.
태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새끼 거북이까지 구경을 마쳤다. 원 없이 구경한 덕분에 기분 좋게 작별 인사를 건넨다. 잘 보고 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본론은 여기까지, 지금부터는 별책부록의 시간이다.
감옥섬이라 이름 붙게 된 경위를 탐구할 테다. 잘 닦인 산책로를 따라 부지런히 걷는다. 걷다 보니 어느새 섬의 뒤편이다.
이것저것 많이 사는 동네다. 리조트에서 가져다 놓은 것 같기는 하지만 공작도 만날 수 있다. 역시나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바로 옆에 사람이 다가가도 꿈쩍할 생각조차 않는다. 귀찮은 내색조차 않는 걸 보면 사람이 귀찮은 거다.
감옥섬이라는 별명의 유래가 된 역사의 현장을 마주한다.
한때 서방 세계로 팔려나가는 노예들의 임시 수용소였다. 지금은 망중한을 즐기러 온 사람들의 쉼터가 되었지만 말이다.
감올을 지나 뒷마당으로 걸음을 옮긴다. 파도 소리가 가까워 온다. 멀지 않은 곳에 해변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럴 리가 있나. 노예로 팔려나가는 이들이 그런 호사를 누렸을 리 만무하다.
여기는 절벽이다. 노예선이 정박했던 절벽.
닻이 내려오면 노예들은 줄지어 짐칸으로 향했을 테다. 떠나기 전 마지막 목욕이랍시고 바다에 던져지는 수모를 당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러지 않았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그러다가 노예들의 상품 가치가 훼손되면 안 되니 말이다.
뜨내기에게는 그저 평화롭기만 한 풍경이다. 하지만 한 맺힌 여정을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이곳의 푸른 바다가 그들 인생에 마지막으로 담는 고향의 풍경이었을 테다. 가슴 한 편이 답답하다. 묵직하게 전해오는 불편함이 쉽게 가실 생각을 않는다.
마음에 돌을 하나 얹은 것 같은 기분으로 해변과 재회한다.
살짝 요란해진 바다를 마주한 채 잠시 망연한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이 들었다. 배를 타야 하는구나. 그렇구나.
마음에 얹힌 돌이 두 개가 되었다.
눈물을 머금으며 형들을 사진 속에 박제한다. 모두들 눈가가 촉촉하다. 아마도 팔려간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다시 배에 올라야 한다는 불안한 마음 탓이다.
우여곡절 끝에 육지로 돌아왔다. 그간 데면데면했던 요새를 톺아보며 얼마 남지 않은 여정의 대미를 알린다.
딱히 특별한 것 없는 요새이지만 재미난 사연이 숨어있다. 이 요새는 인류사를 통틀어 가장 짧은 전쟁의 무대였다. 불과 38분 만에 기승전결을 완벽하게 갖춘 전쟁이다. 궁금하신 분들은 '영국 잔지바르 전쟁'을 검색해 보자.
수면 아래로 슬그머니 닻을 내린, 떠나가는 볕이 붉은 자취를 드리우기 시작한다. 수면 위에 번지는 윤슬을 마주하며 잠시 망연한다. 그러다가 이내 아련하다.
문득 깨닫는다.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내일이면 이별이구나. 번지는 어스름만큼이나 짙게 드리우는 아쉬움 따라 탄자니아에서의 마지막 밤이 저물기 시작한다.
탄자니아 여행기 #.39 마지막날 아침, 이 배는 다르에스살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