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여행기 #.9 마침내 세렝게티, 세렝게티로 떠납시다!

202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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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꿈에 그리던 세렝게티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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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기체후 일향만강하셨습니까.


여독이 가실 새도 없었다. 여행의 첫날이었던 어제는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언제 다시 찾을지 모르는 탓에 조바심이 가득한 나와 큰 형, 언제나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해야 직성이 풀리는 여행 호스트의 조합이 빚어낸 참극이었다. 어떻게든 악으로 깡으로 버티기는 했는데, 나와 형의 몸뚱아리는 어째 만신창이와 크게 다를 게 없는 상태다. 그야말로 삭신이 쑤신다. 아이고 삭신이야.



그렇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욱신거리는 와중이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만면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오늘은 그토록 꿈에 그리던 세렝게티로 떠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짐을 챙겨 길을 나서면서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정말로 오늘이 세렝게티로 떠나는 날이란 말인가? 정신없이 피어나는 설레임을 도무지 주체할 수가 없다. 동네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면서도 머릿속에는 세렝게티에서 만날 사자와 코끼리 생각이 가득하다. 자꾸만 터져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다.



우리를 세렝게티의 세계로 인도할 가이드 형님들이 도착하셨다. 20년 넘는 경력을 보유한 베테랑 드라이버 형님은 가이드 역할을 겸하는 이번 행렬의 대장이다. '에드워드'라는 이름을 가진 요리사 친구는 비교적 신참이다. 아직 5년이 되지 않았다고 하니 정말로 신참이다. 기분 좋게 인사를 나누고 세렝게티로 향하는 차에 짐과 몸을 싣는다.


돈만 주면 갈 수 있다지만 은근히 입장 요건이 까다로운 세렝게티다. 일정 수준의 경력을 보유한 가이드는 필수고 필요한 서류도 상당히 많다. 그 외에도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상당히 많은데 여행사를 통하면 이 모든 것을 돈으로 퉁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어떻게 해보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엄청난 시간 낭비와 돈 낭비, 노력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요리사 친구가 동행하기 때문에 끼니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걸 제외한 모든 것은 반드시 미리 준비해야 한다. 롯지에서 숙박하는 것이 아니라면 세렝게티의 광활한 초원 한복판에서 공산품을 구할 방법은 그 어디에도 없으니 말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술이다. 온갖 종류의 맥주를 아낌없이 주워 담는다. 정말 부지런히 주워 담았다. 한 짝이 조금 더 되는 양을 담았는데, 그나마도 모자랄 것 같아서 도수가 높은 술도 몇 병 쟁였다.



우리나라의 소주와 취급이 비슷한 탄자니아의 국민술 '꼬냐기'를 세 병 정도 담는다. 진 계열의 술이다. 소주 못지않게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도수는 40도에 살짝 못 미치며 맛과 향은 딱 값어치만큼 한다. 우리나라 소주처럼 섞어 마시기 좋은 녀석이기 때문에 갖고 있으면 언젠가는 쓸 일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보일 때 쟁여야 한다.



환타 패션후르츠맛과 무수히 많은 맥주, 몇 병의 꼬냐기를 모두 합치니 50병이 넘는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모자란 느낌이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날 아침이 되기도 전에 모든 술이 동나고 말았다. 과유불급의 미덕을 새기며 애써 참았는데 노력해서 헛짓거리를 하고 말았다. 인생.



어쨌든 모든 볼일이 끝났으니 지금부터는 세렝게티로 떠나는 일만 남았다. 경쾌하게 묵직함을 더하는 엔진 배기음을 벗 삼아 기분 좋게 달리기 시작한다. 여기에서 세렝게티까지는 두 시간 반 남짓이면 닿을 수 있다. 상당히 먼 것처럼 보이지만 므완자는 세렝게티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 중 하나다. 이 또한 대륙의 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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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굉장히 변덕이 심하다. 그냥 심한 것이 아니라 극과 극을 쉴 새 없이 오간다.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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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퍼를 가장 빠른 속도로 돌려도 한 치 앞을 허락하지 않더니 간신히 맑은 하늘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어디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는지 어느새 사람들도 하나 둘씩 길 위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시원하게 펼쳐진 직선 도로를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진짜 가는구나. 세렝게티 가는구나!



그토록 고대하던 세렝게티로 향하는 문턱을 넘는 중이다. 뭔가 생각하던 그림과는 살짝 다르지만 세렝게티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철조망이나 울타리 같은 게 있을 줄 알았지만 그런 건 어디에도 없다. 휘황찬란하게 '세렝게티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같은 안내 문구가 반기는 입구를 상상했지만 의외로 그런 것도 없다. 그저 철로 적당히 얽은 구조물에 나무를 덧대서 무언가를 써 놓았을 뿐이다.


세렝게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화려하지 않을 뿐, 생각하던 것과 얼추 비슷한 환영 인사를 건네기는 한다.



분명 세렝게티가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영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하다. 동물들의 거주지가 아닌 탓이긴 하지만 내가 생각하던 그림과는 꽤나 거리가 있다.



얼마나 달렸을까, 세렝게티 서쪽 관리사무소에 도착했다. 입장료와 서류를 제출하는 곳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모든 절차를 끝내고 간단하게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 뒤에 본격적인 세렝게티 탐험을 시작할 것이다.



물론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하나도 없다. 우리는 그저 에드워드가 준비해 준 도시락을 까먹으면서 기분 좋게 맥주만 홀짝거리면 된다.


건배. 적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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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명색이 세렝게티로 향하는 관문인데 사진 한 장 없이 지나갈 수는 없다. 아마도 입장하기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긴 단체 사진. 이후에도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사진을 함께 남기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생각보다 훨씬 볼거리가 많은 탓에 우리 사진 찍을 엄두 같은 건 도저히 나지 않는다.



드디어 때가 되었다. 여기를 지나는  순간부터 공식적으로 '세렝게티와 함께하는 자'의 칭호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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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시작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세렝게티 초원의 방랑자가 되었다. 과연 우리에게는 어떤 볼거리와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넘쳐 흐르는 기대로 온몸이 달아오른다. 세렝게티, 만나서 반갑습니다. 정말 눈물나게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