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렝게티에서 코끼리 500마리에 둘러싸인 썰 풉니다.

생각보다 동물이 많지 않은 초입을 지나 한참 동안 허허벌판을 달렸다. 매를 닮은 새 한두 마리가 풀숲을 날더니 조금씩 야생의 기운이 짙게 드리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정말 말도 안 되게 넓은 세렝게티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무려 30,000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면적을 가지고 있으니, 경상남도와 북도를 합친 것보다도 넓으며 대만과 비등한 수준이다. 그러니 이따금 동물 구경이 어렵다고 해도 놀랄 만한 일은 전혀 아니다.

입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눈앞에 놓인 모든 것이 호기심의 대상이다. 나중에는 시선 주는 것조차 귀찮아진 초원의 누떼가 지금은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덕분에 카메라 셔터 위에 얹어둔 손가락은 쉴 새가 없다.

누도 흔하지만 이 녀석도 그에 못지않게 널리고 널렸다. '임팔라'라는 이름을 가진 동물이다.
가젤과 비슷하게 생겼다. 그래서 헷갈리기 쉽다. 하지만 어렵지 않다. 수컷의 뿔만 관찰하면 된다. 가젤은 남녀 할 것 없이 일자로 된 뿔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임팔라는 암컷에게 뿔이 없으며 수컷은 꽤나 멋들어지게 휜 뿔을 가지고 있다. 딱히 실용적이진 않다고 들었는데 간지가 있으니 아무렴 상관없다.

엄연하게 '혹멧돼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전세계 누구도 그 이름을 부르지 않을 테다. 품바를 만났다.
티몬과 품바는 엄청나게 고증을 잘 한 만화다. 100m 밖에서도 품바고 바로 앞에서 마주해도 품바다. 영락없는 품바다. 티몬과 품바를 본 적이 없어도 괜찮다. 이 녀석이 품바인데 굳이 다른 데에서 찾을 이유가 없다.
현지 언어로도 별도의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가이드 형님들마저 품바라고 부르는 녀석들이다. 그러니깐 이 녀석은 품바다.


그리고 만났다. 초원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임팔라 무리와 그를 지켜보는 몇 마리의 기린들. 이 녀석들은 보기와 다르게 성질이 상당히 더럽다. 게다가 체급이 깡패다. 동물원에서 본 적 있는 분들은 아실 테지만 사자나 악어는 따위로 만들어 버릴 만큼 어마어마한 덩치를 자랑한다.

하지만 진짜는 지금부터다. 세렝게티 초원의 지배자, 육지를 배회하는 동물 중 대적할 자가 없는 진짜 중의 진짜, 아프리카 코끼리가 마침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원근감을 상실케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덩치를 자랑한다. 아주 먼 거리에서 이 녀석들을 바라보았지만 느껴지는 위압감이 상당했다.
행여 가까워지는 조짐이라도 보이면 그때야말로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이 따로 없다. 바로 지금이 그랬다. 신나게 진흙으로 목욕을 즐기다가 우리와 눈이 마주치더니 귀를 팔랑거리며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순간 모골이 송연했다. 드라이버 형님은 괜찮다고 하셨지만 나와 형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혼비백산했다.

조금씩 차를 전진하면서 더 많은 코끼리를 찾아 헤맨다. 어느새 우리는 코끼리 무리 사이에 완벽하게 둘러싸인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렇게 우리는 코끼리를 만났고, 많은 코끼리를 만났고, 어마어마하게 많은 코끼리를 만났다.
한 마리씩 세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는데, 마지막으로 셌을 때의 숫자가 350을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적어도 400마리는 됐을 테고, 짐작건대 500마리도 넘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가 인연이라면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겠지요. 그때까지 기체후 일향만강하시옵고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행복하세요 여러분.

코끼리들이 치고 박는 것도 구경하고 한가롭게 풀을 뜯고 진흙 목욕을 하면서 망중한을 즐기는 모습도 구경했다. 엄청나게 귀한 구경이라서 한참을 머물렀는데, 덕분에 생각보다 조금 빠듯한 여정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괜찮다. 시작하자마자 너무나 엄청난 구경을 해 버린 탓에 웬만한 풍경은 슥 지나쳐도 아쉽지 않게 되었다.


빗방울을 피해 나무 아래에 잔뜩 모여든 임팔라 무리들을 발견한다. 수컷은 어디 갔는지 암컷들만 가득하다.

꽤나 늦은 오후부터 탐방을 시작한 탓에 얼마 지나지 않은 듯한데 벌써 하루를 마감할 시간이 되었다. 꽤나 귀하다고 알려진 동물 친구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면서 캠핑장으로 향할 채비를 한다. 사진 속에 동물이 없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 물으신다면 그렇지 않다. 잘 찾아 보시라. 전심전력을 다 해서 찾아야 한다. 5초 안에 못 찾으면 이 녀석의 저녁밥이 될 테니깐 말이다.

이몸 등장. 웰컴 투 표범 월드.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첫날이 마지막을 향하는 중이다. 캠핑장에 도착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저녁을 먹고 텐트로 들어가 잠을 청할 것이다. 진정한 야생의 캠핑이다. 과연 어떤 밤이 기다릴까, 벌써부터 기대가 만발한다.
세렝게티에서 코끼리 500마리에 둘러싸인 썰 풉니다.
생각보다 동물이 많지 않은 초입을 지나 한참 동안 허허벌판을 달렸다. 매를 닮은 새 한두 마리가 풀숲을 날더니 조금씩 야생의 기운이 짙게 드리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정말 말도 안 되게 넓은 세렝게티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무려 30,000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면적을 가지고 있으니, 경상남도와 북도를 합친 것보다도 넓으며 대만과 비등한 수준이다. 그러니 이따금 동물 구경이 어렵다고 해도 놀랄 만한 일은 전혀 아니다.
입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눈앞에 놓인 모든 것이 호기심의 대상이다. 나중에는 시선 주는 것조차 귀찮아진 초원의 누떼가 지금은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덕분에 카메라 셔터 위에 얹어둔 손가락은 쉴 새가 없다.
누도 흔하지만 이 녀석도 그에 못지않게 널리고 널렸다. '임팔라'라는 이름을 가진 동물이다.
가젤과 비슷하게 생겼다. 그래서 헷갈리기 쉽다. 하지만 어렵지 않다. 수컷의 뿔만 관찰하면 된다. 가젤은 남녀 할 것 없이 일자로 된 뿔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임팔라는 암컷에게 뿔이 없으며 수컷은 꽤나 멋들어지게 휜 뿔을 가지고 있다. 딱히 실용적이진 않다고 들었는데 간지가 있으니 아무렴 상관없다.
엄연하게 '혹멧돼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전세계 누구도 그 이름을 부르지 않을 테다. 품바를 만났다.
티몬과 품바는 엄청나게 고증을 잘 한 만화다. 100m 밖에서도 품바고 바로 앞에서 마주해도 품바다. 영락없는 품바다. 티몬과 품바를 본 적이 없어도 괜찮다. 이 녀석이 품바인데 굳이 다른 데에서 찾을 이유가 없다.
현지 언어로도 별도의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가이드 형님들마저 품바라고 부르는 녀석들이다. 그러니깐 이 녀석은 품바다.
그리고 만났다. 초원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임팔라 무리와 그를 지켜보는 몇 마리의 기린들. 이 녀석들은 보기와 다르게 성질이 상당히 더럽다. 게다가 체급이 깡패다. 동물원에서 본 적 있는 분들은 아실 테지만 사자나 악어는 따위로 만들어 버릴 만큼 어마어마한 덩치를 자랑한다.
하지만 진짜는 지금부터다. 세렝게티 초원의 지배자, 육지를 배회하는 동물 중 대적할 자가 없는 진짜 중의 진짜, 아프리카 코끼리가 마침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원근감을 상실케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덩치를 자랑한다. 아주 먼 거리에서 이 녀석들을 바라보았지만 느껴지는 위압감이 상당했다.
행여 가까워지는 조짐이라도 보이면 그때야말로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이 따로 없다. 바로 지금이 그랬다. 신나게 진흙으로 목욕을 즐기다가 우리와 눈이 마주치더니 귀를 팔랑거리며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순간 모골이 송연했다. 드라이버 형님은 괜찮다고 하셨지만 나와 형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혼비백산했다.
조금씩 차를 전진하면서 더 많은 코끼리를 찾아 헤맨다. 어느새 우리는 코끼리 무리 사이에 완벽하게 둘러싸인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렇게 우리는 코끼리를 만났고, 많은 코끼리를 만났고, 어마어마하게 많은 코끼리를 만났다.
한 마리씩 세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는데, 마지막으로 셌을 때의 숫자가 350을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적어도 400마리는 됐을 테고, 짐작건대 500마리도 넘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가 인연이라면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겠지요. 그때까지 기체후 일향만강하시옵고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행복하세요 여러분.
코끼리들이 치고 박는 것도 구경하고 한가롭게 풀을 뜯고 진흙 목욕을 하면서 망중한을 즐기는 모습도 구경했다. 엄청나게 귀한 구경이라서 한참을 머물렀는데, 덕분에 생각보다 조금 빠듯한 여정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괜찮다. 시작하자마자 너무나 엄청난 구경을 해 버린 탓에 웬만한 풍경은 슥 지나쳐도 아쉽지 않게 되었다.
빗방울을 피해 나무 아래에 잔뜩 모여든 임팔라 무리들을 발견한다. 수컷은 어디 갔는지 암컷들만 가득하다.
꽤나 늦은 오후부터 탐방을 시작한 탓에 얼마 지나지 않은 듯한데 벌써 하루를 마감할 시간이 되었다. 꽤나 귀하다고 알려진 동물 친구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면서 캠핑장으로 향할 채비를 한다. 사진 속에 동물이 없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 물으신다면 그렇지 않다. 잘 찾아 보시라. 전심전력을 다 해서 찾아야 한다. 5초 안에 못 찾으면 이 녀석의 저녁밥이 될 테니깐 말이다.
이몸 등장. 웰컴 투 표범 월드.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첫날이 마지막을 향하는 중이다. 캠핑장에 도착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저녁을 먹고 텐트로 들어가 잠을 청할 것이다. 진정한 야생의 캠핑이다. 과연 어떤 밤이 기다릴까, 벌써부터 기대가 만발한다.
탄자니아 여행기 #.11 세렝게티에서의 캠핑, 이보다 야생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