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여행기 #.18 탄자니아 아루샤 대형 마트 탐방기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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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트, 예사롭지 않다



웰컴 투 아루샤. 여행자들의 도시 아루샤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세렝게티를 여행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런 도시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크고 작은 우연이 연달아 겹친 덕분에 살면서 올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도시에 발을 딛게 되었고, 이렇게 아프리카의 대형 마트도 마주할 기회가 생겼다.


형들과 함께 여행하면서 하나의 규칙처럼 자리 잡은 것이 하나 있다. 우리는 새로운 도시에 깃발을 꽂을 때마다 동네에서 가장 커다란 마트에 들러 온갖 먹을거리들을 잔뜩 쟁이고는 했다. 그것이 간식거리든 술이든 안주든 할 것 없이 말이다. 물론 대부분은 술이었고, 곁들이기 좋은 주전부리가 대부분이었다. 어쨌든 우리에게는 아주 신성한 의식이었고, 우리의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편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구호 단체의 후원 독려 영상에 나온 모습들이 아프리카의 일상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던 적이 있었다. 아프리카를 여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물론 그런 가슴 아픈 풍경이 일상인 동네가 없지는 않을 테다. 그에 못지않게 우리와 비슷한 모습으로 사는 동네도 많다. 어차피 사람이 먹고 사는 일이야 어딜 가나 비슷할 테니 말이다. 탄자니아 아루샤 역시 그렇다. 있을 건 다 있고, 당연히 삐까뻔쩍하게 지은 마트도 있다.


'쇼퍼스'라는 이름을 가진 이 마트는 탄자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유통 업체 중 하나다. 웬만큼 규모 있는 도시라면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다. 인구 40만의 아루샤 역시 결코 작은 도시가 아니므로 당연히 쇼퍼스가 있다.



결국 우리가 살 것은 몇 병의 술이겠지만 느긋하게 둘러보기로 한다. 어차피 시간 많으니 말이다. 가장 먼저 발걸음이 향한 곳은 장난감 코너다. 애아빠가 있었던 덕분이다. 과연 아버지, 자식 줄 장난감부터 찾는 걸 보니 새삼스레 달라 보인다.



나란히 줄지어 선 엘사들은 우리나라 돈으로 단돈 4천 원에 불과하다. 손바닥 길이보다도 큼지막한 녀석이 5천 원도 하지 않는다니, 그 아름다운 물가에 슬그머니 감탄하던 중에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구석이 느껴진다.


디즈니 정품인 줄 굳게 믿었다. 아무 생각 없이 카트에 실었으면 한국에 올 때까지도 몰랐을 것이다. '패션'이라는 이름를 가진 이 녀석은 과연 어느 동네 출신일까.



당연히 마데 인 차이나. 니 하오.


경공업 산업 기반조차 튼튼하지 않은 아프리카다. 그렇다고 이런 것조차 못 만들 리는 없지만 아무래도 품질은 조악할 테다. 그러므로 아프리카에서 볼 수 있는 공산품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만든 것들이다. 이 동네에서 직접 재배한 먹을거리를 제외하면 국산이라는 개념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므로 있을 건 다 있다. 약간이나마 저렴할까 생각했지만 그런 것도 없다. 되려 물류비 때문에 조금 더 비싸면 비쌌지 말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쓰던 공학용 계산기와 똑같은 녀석을 만났다. 기종은 다르지만 생김새를 보아하니 그 녀석이 맞다. 가격만 봐도 동일 제품임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도 2만 원 정도 주고 썼던 녀석인데 이 녀석도 2만 원쯤 한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들 구경은 이쯤하면 된 듯하다. 지금부터는 입에 들어갈 것들의 차례다.


뭔가 했더니 치즈다. 한 팩에 만 오천 원 정도 한다. 이 동네 사람들의 한 달 벌이를 생각하면 엄청나게 비싸다. 하지만 형들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 시세에 비하면 굉장히 저렴한 편이다. 유럽에서 건너온 녀석이다. 한국에서는 2만 원도 훨씬 넘는 것들이란다. 사실 관계는 아직도 확인하지 못했다. 치즈를 돈 주고 사 본 적이 없어서 아는 게 하나도 없다.



꽤나 기세 좋게 시작했지만 곧바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생닭은 한 팩에 4천 원이다. 한 마리가 온전하게 들어 있는 것도 아니고, 손질된 닭다리 몇 개가 4천 원이다. 영 애매하다. 결코 싸다고는 할 수 없는 가격이다.



빵은 당연히 저렴하다. 1,500원 넘는 게 하나도 없다. 근데 이것만큼은 비교하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빵 값이 독보적으로 비싼 나라다.



kg 단위로 가격을 매겨 놓았다. 그래서 확 와닿지는 않았다. 네이버의 도움을 받아가며 부지런히 가격을 비교해 본 결과, 이 동네 과일들은 한국의 반값 정도 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오렌지는 1kg에 4천 원 남짓이었는데, 어째 한국보다 더 비싼 느낌이다.



누가 봐도 산지 직송한 느낌이 나는 투박한 때깔의 과일들은 아주 저렴했다. 하지만 윤기가 넘쳐흐르는, 포장도 잘 된 과일들에 붙은 가격표는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었다. 우리나라가 과일 값이 결코 싼 나라가 아님을 감안했을 때 이 과일들은 어마어마하게 비싼 녀석들이라고 볼 수 있을 테다.



말린 과일도 있다. 가격대는 아주 다양하다. 100g 단위로 끊어서 파는데 싼 건 1,500원 남짓이었고 비싼 건 만 원이 넘어가는 것도 있었다.



나도 청소를 좋아하고 정리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걸 정리한 직원분만큼은 아닐 듯하다. 감탄을 금치 못하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이렇게나 정갈한 풍경을 마트에서 장 보다가 만나게 될 줄이야. 마음이 정화되고 괜스레 눈물이 나오려 한다.



세렝게티 여행하면서 매 끼니마다 먹었던 음료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피크닉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가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나에 3백 원 남짓.



에티오피아 못지않게 질 좋은 커피를 생산한다고 알려진 탄자니아다. 덕분에 아주 다양한 종류의 커피 원두를 만날 수 있다. 심지어 가격도 저렴하다.


예쁜 포장이 눈길을 끄는 이 녀석은 하나에 5천 원밖에 하지 않는다. 혹시 탄자니아를 여행할 계획이 있는 분들 계신다면 이 녀석 아주 추천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뿌리기 정말 좋은 녀석이다.



그렇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이 녀석이다. 왼쪽 위에 있는 노란색 깡통, '아프리카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저 녀석은 눈물나게 맛있는 커피다. 인스턴트 커피 중에서는 최고 존엄인 듯하다. 베트남에도 맛있는 커피가 많고 우리나라에도 잘 만든 커피가 많지만 아프리카페에 비견될 만한 것은 없다. 개인적인 감상이긴 하나 내 입맛에는 그렇다.


오래 놔두면 습기 때문에 눅눅해진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다. 하지만 괜찮다. 크게 비싸지 않으니 잔뜩 사 와서 부지런히 마시면 된다. 다음에 탄자니아를 여행할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저 녀석으로만 캐리어 하나를 꽉 채워서 올 테다.



이 동네에서 사는 외국인들이 애용하는 마트라서 술도 아주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어째 우리나라보다 더 구색을 잘 갖춘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다.



대부분 익숙한 것들이며 가격도 아주 저렴하다.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의 반값도 안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술 좋아하는 분들은 탄자니아 여행 꼭 하시길 추천한다. 아무리 부어라 마셔라 해도 호주머니 사정에 큰 부담이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과자는 비싸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구색도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고, 가격도 아주 비싸다. 우리나라보다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처럼 군것질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꽤나 슬픈 소식이다.



한 팩에 만 원이면 살 수 있는 말린 대추야자. 작은 형의 말에 따르면 엄청나게 달고 맛있는 녀석이다.


워낙에 추천을 하길래 한 팩 샀다. 하지만 나와 큰 형의 입맛에는 영 아니다. 달아도 너무 달다. 약간 어지러울 정도로 달다. 이빨이 녹을 것 같이 달다. 형 다 드셈. 우리는 안 먹음.



하나에 5천 원짜리 쿠바산 시가를 끝으로 쇼퍼스 탐방은 막을 내렸다. 이 녀석은 곧바로 큰 형의 저녁 유흥거리가 되었다.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돌이켜 보면서도 다시 한번 생각했다. 역시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딜 가나 똑같다. 여기는 탄자니아의 대형 마트, 쇼퍼스 슈퍼마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