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도 온천이 있다, 이름하야 챔챔 온천
부지런히 달린다. 길섶에 펼쳐지는 풍경이 참으로 시원스럽다. 아루샤에서 출발한 우리들은 A23 국도를 타고 모시로 향하는 중이다.
깔끔하고 단정한 도시의 친절과 작별한다. 지금부터 우리를 반기는 것은 언제 끝날 지 모르는 비포장도로뿐이다. 그리고 이따금 덮쳐 오는 물웅덩이들.
우리의 여행 호스트가 말하길 아프리카에도 온천이 있다. 심지어 탄자니아에 있고, 본인은 다녀온 적도 있단다. 그래서 가는 중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가는 길이 녹록지 않다. 온갖 달갑지 않은 장애물의 향연이다. 특히 예고 없이 쏟아지는 소나기가 무섭다. 기세가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 아주 짧은 시간 만에 평온한 길 위에 급류를 만들고, 삽시간에 강을 이룬다.
그렇기 때문에 차고가 낮은 승용차는 온천 여정을 함께하기에 좋은 친구가 아니다. 당장에 우리가 가는 동안에도 엔진이 침수되어 오도 가도 못 하는 세단을 두 대나 만났다. 반드시 승합차를 이용해야 한다. 험한 꼴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퉁명스러운 길 위에서 20분가량 사투를 벌였다. 아주 멀고 험한 길이다. 크나큰 인내심이 필요한.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탄자니아 깊은 땅의 숨겨진 보석, 챔챔 온천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어딘지 모르게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에 공공의 자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엄연히 관리자도 있고 입장료도 받는다. 내가 여행한 당시에는 한화로 5천 원 남짓이었는데 지금도 비슷한 수준인 듯하다. 적어도 2023년 기준으로는 그렇다.
오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역시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궁금하신 분들은 'kikuletwa' 혹은 'chemka hotspring'을 검색해 보자. 모시 출발 단독 기준 100달라, 2인 기준 인당 60달라, 3인 기준 인당 40달러 남짓이면 다녀올 수 있다.
여행 호스트의 말에 따르면 1년 사이에 꽤나 많은 것이 달라졌다. 못 보던 가게도 생겼다는 것 같고 탈의실도 훨씬 그럴듯해졌단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4년이 다 되어 간다. 지금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을 테다.
웰컴 투 챔챔 온천.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황무지를 달리고 있었는데 말이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우거진 수풀 사이로 온천이 모습을 드러낸다. 올려다본 하늘에서는 눈이 시릴 정도로 찬연한 볕이 한가득 쏟아지는 중이다.
부르는 말이 엄청나게 많다. 일반적으로 챔챔 온천이라 부르기는 하지만 챔카, 쳄카 온천 혹은 키쿨레트와 온천이라고도 부른다. 왜 이렇게 가진 이름이 많은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의 호스트조차 그건 모른다고 했다.
어쩌다가 온천이라 불리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온천이긴 한데 전혀 따뜻하지 않다. 차갑지 않아서 온천이라고 부르는 걸까.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온천으로 향하는 사다리에 발을 걸친다. 긴장되는 순간이다.
물이 너무나 맑다. 덕분에 공포심이 배가 된다. 바닥까지 보이는데 도무지 얼마나 깊은 건지 알 수가 없다. 호스트 말에 의하면 꽤나 깊다는데 말이다.
아름답다. 그리고 엄청나게 맑다.
우거진 수풀을 뚫고 쏟아진 볕은 물살을 헤치고 바닥을 훑는다. 물이 너무 맑으니 현실감이 없다. 깊이가 3m는 족히 되는 것 같은데 그런 느낌마저도 들지 않는다.
갑자기 발바닥이 따끔거리길래 물속을 쳐다봤다. 닥터피쉬들이 몰려들었다. 챔챔 온천의 터줏대감 중 하나다.
재밌겠다. 뛰어내리기 좋은 그네도 있다.
드가자
한 번 더 드가자
꺄핡핧핡
깊다는 건 알겠는데 대체 얼마나 깊은 건지 모르겠다. 그러니 바닥까지 내려가 보기로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정말로 한참을 버둥거렸다. 그런데 도무지 닿을 생각을 않는다. 가까스로 바닥에 닿기는 했는데 너무 깊이 왔다는 생각에 겁부터 난다. 정말로 깊다. 3m는커녕 5m는 족히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버둥거리면서 바닥까지 내려갈 만한 가치가 있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순간을 만날 수 있다. 마치 비단이 바람에 흩날리듯 볕의 물결이 출렁인다.
정말로 아름다웠다. 다녀온 지 한참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할 정도로 말이다.
짠
열심히 놀았으니깐 맥주도 한잔한다. 킬리만자로 가까운 챔챔 온천에 왔으니 이왕이면 킬리만자로 맥주로.
사진도 찍어 줍시다. 찰칵
언제 다시 만날 지 모른다. 그러니깐 내 사진도 남겨 준다. 꼭 다시 만납시다. 아직도 저는 당신이 그립습니다.
때가 되었다. 떠날 시간이다. 늦은 오후의 볕은 창백한 낯빛을 하고서 거친 숨을 고른다. 우거진 수풀 끝자락에 걸린 빛줄기는 우리에게 모시로 향하라고 이르는 중이다.
가자. 모시로 가자.
즐거웠습니다. 저는 떠납니다. 꼭 다시 만납시다.
안녕.
챔챔 온천은 여기까지다. 지금부터는 모시의 시간이다.
아프리카에도 온천이 있다, 이름하야 챔챔 온천
부지런히 달린다. 길섶에 펼쳐지는 풍경이 참으로 시원스럽다. 아루샤에서 출발한 우리들은 A23 국도를 타고 모시로 향하는 중이다.
깔끔하고 단정한 도시의 친절과 작별한다. 지금부터 우리를 반기는 것은 언제 끝날 지 모르는 비포장도로뿐이다. 그리고 이따금 덮쳐 오는 물웅덩이들.
우리의 여행 호스트가 말하길 아프리카에도 온천이 있다. 심지어 탄자니아에 있고, 본인은 다녀온 적도 있단다. 그래서 가는 중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가는 길이 녹록지 않다. 온갖 달갑지 않은 장애물의 향연이다. 특히 예고 없이 쏟아지는 소나기가 무섭다. 기세가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 아주 짧은 시간 만에 평온한 길 위에 급류를 만들고, 삽시간에 강을 이룬다.
그렇기 때문에 차고가 낮은 승용차는 온천 여정을 함께하기에 좋은 친구가 아니다. 당장에 우리가 가는 동안에도 엔진이 침수되어 오도 가도 못 하는 세단을 두 대나 만났다. 반드시 승합차를 이용해야 한다. 험한 꼴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퉁명스러운 길 위에서 20분가량 사투를 벌였다. 아주 멀고 험한 길이다. 크나큰 인내심이 필요한.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탄자니아 깊은 땅의 숨겨진 보석, 챔챔 온천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어딘지 모르게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에 공공의 자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엄연히 관리자도 있고 입장료도 받는다. 내가 여행한 당시에는 한화로 5천 원 남짓이었는데 지금도 비슷한 수준인 듯하다. 적어도 2023년 기준으로는 그렇다.
오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역시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궁금하신 분들은 'kikuletwa' 혹은 'chemka hotspring'을 검색해 보자. 모시 출발 단독 기준 100달라, 2인 기준 인당 60달라, 3인 기준 인당 40달러 남짓이면 다녀올 수 있다.
여행 호스트의 말에 따르면 1년 사이에 꽤나 많은 것이 달라졌다. 못 보던 가게도 생겼다는 것 같고 탈의실도 훨씬 그럴듯해졌단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4년이 다 되어 간다. 지금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을 테다.
웰컴 투 챔챔 온천.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황무지를 달리고 있었는데 말이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우거진 수풀 사이로 온천이 모습을 드러낸다. 올려다본 하늘에서는 눈이 시릴 정도로 찬연한 볕이 한가득 쏟아지는 중이다.
부르는 말이 엄청나게 많다. 일반적으로 챔챔 온천이라 부르기는 하지만 챔카, 쳄카 온천 혹은 키쿨레트와 온천이라고도 부른다. 왜 이렇게 가진 이름이 많은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의 호스트조차 그건 모른다고 했다.
어쩌다가 온천이라 불리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온천이긴 한데 전혀 따뜻하지 않다. 차갑지 않아서 온천이라고 부르는 걸까.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온천으로 향하는 사다리에 발을 걸친다. 긴장되는 순간이다.
물이 너무나 맑다. 덕분에 공포심이 배가 된다. 바닥까지 보이는데 도무지 얼마나 깊은 건지 알 수가 없다. 호스트 말에 의하면 꽤나 깊다는데 말이다.
아름답다. 그리고 엄청나게 맑다.
우거진 수풀을 뚫고 쏟아진 볕은 물살을 헤치고 바닥을 훑는다. 물이 너무 맑으니 현실감이 없다. 깊이가 3m는 족히 되는 것 같은데 그런 느낌마저도 들지 않는다.
갑자기 발바닥이 따끔거리길래 물속을 쳐다봤다. 닥터피쉬들이 몰려들었다. 챔챔 온천의 터줏대감 중 하나다.
재밌겠다. 뛰어내리기 좋은 그네도 있다.
드가자
한 번 더 드가자
꺄핡핧핡
깊다는 건 알겠는데 대체 얼마나 깊은 건지 모르겠다. 그러니 바닥까지 내려가 보기로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정말로 한참을 버둥거렸다. 그런데 도무지 닿을 생각을 않는다. 가까스로 바닥에 닿기는 했는데 너무 깊이 왔다는 생각에 겁부터 난다. 정말로 깊다. 3m는커녕 5m는 족히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버둥거리면서 바닥까지 내려갈 만한 가치가 있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순간을 만날 수 있다. 마치 비단이 바람에 흩날리듯 볕의 물결이 출렁인다.
정말로 아름다웠다. 다녀온 지 한참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할 정도로 말이다.
짠
열심히 놀았으니깐 맥주도 한잔한다. 킬리만자로 가까운 챔챔 온천에 왔으니 이왕이면 킬리만자로 맥주로.
사진도 찍어 줍시다. 찰칵
언제 다시 만날 지 모른다. 그러니깐 내 사진도 남겨 준다. 꼭 다시 만납시다. 아직도 저는 당신이 그립습니다.
때가 되었다. 떠날 시간이다. 늦은 오후의 볕은 창백한 낯빛을 하고서 거친 숨을 고른다. 우거진 수풀 끝자락에 걸린 빛줄기는 우리에게 모시로 향하라고 이르는 중이다.
가자. 모시로 가자.
즐거웠습니다. 저는 떠납니다. 꼭 다시 만납시다.
안녕.
챔챔 온천은 여기까지다. 지금부터는 모시의 시간이다.
탄자니아 여행기 #.21 킬리만자로를 품은 도시, 모시에 도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