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즐긴 가오슝 여행 첫날(대만식 브런치, 다동 아트센터, 가오슝 85대루 전망대)

덥다. 나가기 싫다. 너무 덥다. 이렇게 더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덥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나 쐬면서 그저 늘어지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비오듯 흐르지만 나가야 한다. 숙소에만 붙어 있으려고 먼 길을 날아온 것이 아니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찬물로 더위를 씻어내고 옷을 챙겨 입는다.
다시 침대로 들어갈까 잠시 갈등했지만 크게 심호흡 한 번 하고 가방을 들쳐 멘다. 한 달 남짓 동안 계획된 대만 일주, 그 첫 번째 아침이 밝았다.

너무 더우니깐 일단 커피부터 한 잔 해야겠다.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발견한 카페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문을 연 카페가 별로 없다. 주말임을 감안해도 하루의 시작이 너무 느긋하다. 열 군데 가까운 카페를 돌아다녔지만 문을 연 곳은 하나밖에 없었다.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한산하다. 눈을 뜨자마자 다시 잘까 고민했던 건 결코 내가 게을러서가 아니다. 이 동네 사람들도 열에 아홉은 일어나서 아침 먹고 다시 침대에 몸을 의탁했을 것이다. 장담컨대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어쨌든 나는 장하게도 몸을 일으켰고 아침 일찍부터 하루를 시작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나 쐬면서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지기로 한다.
전날 미처 완성하지 못하고 가방으로 직행한 여행 다이어리를 꺼내서 열심히 채우기 시작한다. 대단한 걸 기록하는 건 아니고 가계부와 아주 사소한 일기를 쓴다. '흙흙 어제의 우육면은 맛있었다.', '똥 눌 데를 못 찾아서 하마터면 지릴 뻔했다.' 이런 것들 말이다.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고,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을 남기지만 가끔씩 연결고리가 사라질 때가 있다. 일기를 쓰는 습관은 그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가계부야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볼일이 끝났으니 다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금강산도 식후경, 가장 먼저 발걸음이 향한 곳은 역시나 식당이다.
여행 첫날의 아침은 우아하게 브런치로 열어볼까 한다. 가오슝의 명물인 왕할매집에 도착했다. '또우장'이라고 부르는 두유 비스무리한 음료와 꽈배기를 닮은 빵 혹은 토스트, '딴삥'이라는 이름의 전으로 대표되는 대만식 아침을 먹을 수 있다.

부디 여기서만큼은 그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건만 어림없지, 오늘도 여지없이 랜덤박스의 시간이 찾아왔다.
흰 것은 종이요 까만 것은 글자라, 어째선지 평소 식당에서 보던 메뉴판보다 훨씬 복잡한 구성 탓에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초조하게 엄지 손톱만 씹어댔다. 이렇게 된 이상 기도메타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인가.

영어 메뉴판이 있었다. 허허허 감사합니다 사장님. 덕분에 오늘은 가챠 안 해도 되네요.


딸기잼이 들어간 아주 간단한 토스트와 베지밀 A맛이 나는 담백하고 시원한 음료인 또우장, 그리고 딴삥을 시켰다.
딴삥은 대만 사람들이 아침으로 많이 먹는 전이다. 찹쌀이 들어갔는지 쫄깃한 식감이 특징인데, 집집마다 특제 레시피가 있어서 온갖 재료들이 다 들어간다고 한다. 왕할매가 부쳐주신 딴삥에는 잘게 썬 파와 계란, 치즈가 잔뜩 들어갔다. 대단한 건 아닌 듯한데 희한하게 손이 계속 간다. 은근히 양도 많아서 든든함도 오래 간다.

잘 먹었습니다. 이렇게 먹고 단돈 3천 원. 맛도 있고 양도 많고 가격까지 저렴하다. 이렇게나 훌륭한 식사가 있다니. 대만에 살면 밥 굶을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참으로 훌륭한 식문화를 가진 나라다.

아침까지 든든하게 먹었으니 본격적으로 여행의 닻을 올려 본다. 가장 먼저 발걸음이 향한 곳은 가오슝의 예술의 전당, '다동 예술문화센터'다.
사람들이 보얼예술특구는 많이 가는 것 같은데 다동 예술문화센터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했다. 언제나 청개구리 인생을 사는지라 남들이 관심없다고 하니 더 가보고 싶어졌다. 동네에서 88번 버스를 타고는 어딘가에서 한 번의 환승을 거친 끝에 도착했다. 다동 예술센터를 만나기 100m 전이다.

그 전에 과일주스부터 한 잔 마시고 가겠습니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과일주스만 보면 뭔가에 홀린 것처럼 지갑을 열게 된다. 여기는 나의 대만 최애 과일 주스집인 macu다.
과일 주스 가게가 보일 때마다 마셔댔으니 한 달 남짓의 대만 일주 동안 과장 없이 70잔 넘게 마셨을 것이다. 그 결과 온갖 프랜차이즈를 모조리 섭렵할 수 있었는데, 나의 주관적인 평가에 따르면 최고존엄은 단언컨대 macu다. 2등은 꼽을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이 집의 과일주스는 홀로 독보적이다.

망고주스가 아주 유명한 집이지만 나는 macu의 패션후르츠 주스를 엄청나게 좋아한다. 패션후르츠가 들어간 메뉴는 모조리 먹어 봤을 정도로 이 집의 패션후르츠 음료는 기복 없이 맛있다.
자신 있게 보증할 수 있다. 패션후르츠의 상큼한 맛을 좋아한다면 이 집의 주스는 무조건 맛있다. 훗날 가족여행에서 이 집 주스를 마셔본 동생과 엄마까지 인정했다. 이 집 주스는 맛있다.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지역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도 다양하게 만날 수 있고 예술의 전당답게 공연도 즐길 수 있다.
건물 중앙에는 도서관이 자리한다. 아주 기특하게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시원하고 조용하며 푹신한 소파가 즐비하다. 피곤해서 한숨 자고 싶다면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다.

안녕히 주무세요.

다동 예술센터 탐방을 끝내고 났더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로 향할 채비를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 그 전에 밥부터 먹어야겠다. 너무 늘어지게 꿀잠을 청한 탓에 배가 많이 고프다.
백화점의 상층부에 있는 푸드코트였다. 딱히 먹고 싶은 게 없어서 시킨 것이긴 했지만 너무 대충 시켰나 싶은 생각이 든다. 딱히 특별한 건 없는 와중에 장점이 딱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양이 많다는 것이다. 단점도 딱 하나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양이 많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날 수가 있지 싶을 정도로 기상천외했다. 반도 못 먹고 버렸다. 얼마나 질렸으면 이날 이후로 나는 일주를 마칠 때까지 백화점 푸드코트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저녁은 시원하게 말아먹었지만 여행은 계속돼야 한다. 오늘 여정의 방점을 찍을 순간이 되었다. 대만 남부 지방의 가장 높은 빌딩인 가오슝 85대루 전망대에 올라 가오슝의 야경을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생각이다.

혹 전망대를 가보고 싶은 분들이 계신다면 안타깝지만 사진과 움짤로 만족하시길 바란다. 여기는 망한 지가 오래다.
내가 발걸음하고 불과 3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전망대는 가오슝 85대루에 입주한 호텔에서 운영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호텔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으면서 전망대도 덩달아 폐쇄되는 운명을 맞았다. 어째 이상하리만치 휑하더라니 전부 이별의 전조였다.

다시는 느낄 수 없는 설레임. 그저 아련하다.

정말로 훌륭한 풍경이 있는 전망대였다. 이렇게 시원스레 트인 바다를 벗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85대루 전망대에는 여행자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풍경이 있었다.
하지만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이렇게나 좋은 풍경이 있는데 거짓말처럼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아마도 전망대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한 100인 중 하나에 들었을지도 모른다. 100인은 무리일지 몰라도 500인 안에는 확실하게 들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손님이 없었다.

어쨌거나 나는 신선놀음했다. 물론 다시 보니 서글프다. 선택 받은 자라고 생각했는데 이별의 전조였다니. 모든 내막을 알고 있는 지금은 이 사진을 보면서 마냥 웃지 못한다.



바다 너머로 지는 해가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다.

석양이.. 진다.

빌딩과 자동차가 만드는 인공의 불빛으로 가오슝은 불야성을 이룬다. 대만 일주의 첫날밤이 깊어 가는 중이다.

하루를 개운하게 마무리하는 데에는 역시 술만 한 게 없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대만 일주 여행기 (네이버 블로그)
이것저것 즐긴 가오슝 여행 첫날(대만식 브런치, 다동 아트센터, 가오슝 85대루 전망대)
덥다. 나가기 싫다. 너무 덥다. 이렇게 더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덥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나 쐬면서 그저 늘어지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비오듯 흐르지만 나가야 한다. 숙소에만 붙어 있으려고 먼 길을 날아온 것이 아니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찬물로 더위를 씻어내고 옷을 챙겨 입는다.
다시 침대로 들어갈까 잠시 갈등했지만 크게 심호흡 한 번 하고 가방을 들쳐 멘다. 한 달 남짓 동안 계획된 대만 일주, 그 첫 번째 아침이 밝았다.
너무 더우니깐 일단 커피부터 한 잔 해야겠다.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발견한 카페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문을 연 카페가 별로 없다. 주말임을 감안해도 하루의 시작이 너무 느긋하다. 열 군데 가까운 카페를 돌아다녔지만 문을 연 곳은 하나밖에 없었다.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한산하다. 눈을 뜨자마자 다시 잘까 고민했던 건 결코 내가 게을러서가 아니다. 이 동네 사람들도 열에 아홉은 일어나서 아침 먹고 다시 침대에 몸을 의탁했을 것이다. 장담컨대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어쨌든 나는 장하게도 몸을 일으켰고 아침 일찍부터 하루를 시작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나 쐬면서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지기로 한다.
전날 미처 완성하지 못하고 가방으로 직행한 여행 다이어리를 꺼내서 열심히 채우기 시작한다. 대단한 걸 기록하는 건 아니고 가계부와 아주 사소한 일기를 쓴다. '흙흙 어제의 우육면은 맛있었다.', '똥 눌 데를 못 찾아서 하마터면 지릴 뻔했다.' 이런 것들 말이다.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고,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을 남기지만 가끔씩 연결고리가 사라질 때가 있다. 일기를 쓰는 습관은 그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가계부야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볼일이 끝났으니 다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금강산도 식후경, 가장 먼저 발걸음이 향한 곳은 역시나 식당이다.
여행 첫날의 아침은 우아하게 브런치로 열어볼까 한다. 가오슝의 명물인 왕할매집에 도착했다. '또우장'이라고 부르는 두유 비스무리한 음료와 꽈배기를 닮은 빵 혹은 토스트, '딴삥'이라는 이름의 전으로 대표되는 대만식 아침을 먹을 수 있다.
부디 여기서만큼은 그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건만 어림없지, 오늘도 여지없이 랜덤박스의 시간이 찾아왔다.
흰 것은 종이요 까만 것은 글자라, 어째선지 평소 식당에서 보던 메뉴판보다 훨씬 복잡한 구성 탓에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초조하게 엄지 손톱만 씹어댔다. 이렇게 된 이상 기도메타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인가.
영어 메뉴판이 있었다. 허허허 감사합니다 사장님. 덕분에 오늘은 가챠 안 해도 되네요.
딸기잼이 들어간 아주 간단한 토스트와 베지밀 A맛이 나는 담백하고 시원한 음료인 또우장, 그리고 딴삥을 시켰다.
딴삥은 대만 사람들이 아침으로 많이 먹는 전이다. 찹쌀이 들어갔는지 쫄깃한 식감이 특징인데, 집집마다 특제 레시피가 있어서 온갖 재료들이 다 들어간다고 한다. 왕할매가 부쳐주신 딴삥에는 잘게 썬 파와 계란, 치즈가 잔뜩 들어갔다. 대단한 건 아닌 듯한데 희한하게 손이 계속 간다. 은근히 양도 많아서 든든함도 오래 간다.
잘 먹었습니다. 이렇게 먹고 단돈 3천 원. 맛도 있고 양도 많고 가격까지 저렴하다. 이렇게나 훌륭한 식사가 있다니. 대만에 살면 밥 굶을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참으로 훌륭한 식문화를 가진 나라다.
아침까지 든든하게 먹었으니 본격적으로 여행의 닻을 올려 본다. 가장 먼저 발걸음이 향한 곳은 가오슝의 예술의 전당, '다동 예술문화센터'다.
사람들이 보얼예술특구는 많이 가는 것 같은데 다동 예술문화센터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했다. 언제나 청개구리 인생을 사는지라 남들이 관심없다고 하니 더 가보고 싶어졌다. 동네에서 88번 버스를 타고는 어딘가에서 한 번의 환승을 거친 끝에 도착했다. 다동 예술센터를 만나기 100m 전이다.
그 전에 과일주스부터 한 잔 마시고 가겠습니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과일주스만 보면 뭔가에 홀린 것처럼 지갑을 열게 된다. 여기는 나의 대만 최애 과일 주스집인 macu다.
과일 주스 가게가 보일 때마다 마셔댔으니 한 달 남짓의 대만 일주 동안 과장 없이 70잔 넘게 마셨을 것이다. 그 결과 온갖 프랜차이즈를 모조리 섭렵할 수 있었는데, 나의 주관적인 평가에 따르면 최고존엄은 단언컨대 macu다. 2등은 꼽을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이 집의 과일주스는 홀로 독보적이다.
망고주스가 아주 유명한 집이지만 나는 macu의 패션후르츠 주스를 엄청나게 좋아한다. 패션후르츠가 들어간 메뉴는 모조리 먹어 봤을 정도로 이 집의 패션후르츠 음료는 기복 없이 맛있다.
자신 있게 보증할 수 있다. 패션후르츠의 상큼한 맛을 좋아한다면 이 집의 주스는 무조건 맛있다. 훗날 가족여행에서 이 집 주스를 마셔본 동생과 엄마까지 인정했다. 이 집 주스는 맛있다.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지역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도 다양하게 만날 수 있고 예술의 전당답게 공연도 즐길 수 있다.
건물 중앙에는 도서관이 자리한다. 아주 기특하게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시원하고 조용하며 푹신한 소파가 즐비하다. 피곤해서 한숨 자고 싶다면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다.
안녕히 주무세요.
다동 예술센터 탐방을 끝내고 났더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로 향할 채비를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 그 전에 밥부터 먹어야겠다. 너무 늘어지게 꿀잠을 청한 탓에 배가 많이 고프다.
백화점의 상층부에 있는 푸드코트였다. 딱히 먹고 싶은 게 없어서 시킨 것이긴 했지만 너무 대충 시켰나 싶은 생각이 든다. 딱히 특별한 건 없는 와중에 장점이 딱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양이 많다는 것이다. 단점도 딱 하나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양이 많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날 수가 있지 싶을 정도로 기상천외했다. 반도 못 먹고 버렸다. 얼마나 질렸으면 이날 이후로 나는 일주를 마칠 때까지 백화점 푸드코트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저녁은 시원하게 말아먹었지만 여행은 계속돼야 한다. 오늘 여정의 방점을 찍을 순간이 되었다. 대만 남부 지방의 가장 높은 빌딩인 가오슝 85대루 전망대에 올라 가오슝의 야경을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생각이다.
혹 전망대를 가보고 싶은 분들이 계신다면 안타깝지만 사진과 움짤로 만족하시길 바란다. 여기는 망한 지가 오래다.
내가 발걸음하고 불과 3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전망대는 가오슝 85대루에 입주한 호텔에서 운영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호텔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으면서 전망대도 덩달아 폐쇄되는 운명을 맞았다. 어째 이상하리만치 휑하더라니 전부 이별의 전조였다.
다시는 느낄 수 없는 설레임. 그저 아련하다.
정말로 훌륭한 풍경이 있는 전망대였다. 이렇게 시원스레 트인 바다를 벗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85대루 전망대에는 여행자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풍경이 있었다.
하지만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이렇게나 좋은 풍경이 있는데 거짓말처럼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아마도 전망대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한 100인 중 하나에 들었을지도 모른다. 100인은 무리일지 몰라도 500인 안에는 확실하게 들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손님이 없었다.
어쨌거나 나는 신선놀음했다. 물론 다시 보니 서글프다. 선택 받은 자라고 생각했는데 이별의 전조였다니. 모든 내막을 알고 있는 지금은 이 사진을 보면서 마냥 웃지 못한다.
바다 너머로 지는 해가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다.
석양이.. 진다.
빌딩과 자동차가 만드는 인공의 불빛으로 가오슝은 불야성을 이룬다. 대만 일주의 첫날밤이 깊어 가는 중이다.
하루를 개운하게 마무리하는 데에는 역시 술만 한 게 없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대만 일주 여행기 (네이버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