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떼가 귀여운 타이중 칭징농장과 나의 인생 훠궈, 타이중 칭징저훠궈

댕댕이 두 마리와 함께한 타이중의 첫날 밤은 무척이나 즐거웠다. 타이중을 정말 사랑하는 숙소 사장님의 강의 덕분에 그간 미처 몰랐던 타이중의 숨은 여행지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나름 타이중에는 빠삭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크나큰 착각이었다. 불과 30분 남짓의 강의 한 번만에 지금까지 가본 곳보다 훨씬 많은 여행지들이 가야할 곳 리스트에 차곡히 쌓였다.

그래서 당분간은 숙소 사장님의 여행지 DB를 톺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생각날 때 즐겨야지 안 그러면 까먹는다.
가장 먼저 나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칭징농장이다. 그동안 너무 도시 안에만 있었던 것 같아서 살짝 변화를 주려고 한다. 오늘은 도시를 벗어나 조금은 색다른 경험을 해볼 생각이다.

숙소 사장님의 안내를 따라 난터우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타이중역에서 멀지 않다. 구글 지도에는 'nantou bus ticketing'라고 검색을 하면 된다.
정류장도 따로 없고 매표소도 영 어설프게 생겨서 버스 터미널이 아닌 것 같지만 엄연하게 정식으로 영업 중인 터미널이다.

난터우 터미널은 비록 낡고 허름하며 규모도 크지 않지만 그 어디보다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에 진심이다.
칭징농장뿐 아니라 유수의 유명 관광지들과 연계한 패키지 상품을 다양하게 팔고 있다. 나는 칭징농장 패스를 이용해서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왕복 버스표와 칭징농장 입장권을 포함하고 있으며 가격은 대만 돈으로 610위안, 한국 돈으로는 25,000원 남짓이다.
여러모로 쓸모가 너무나 많은 상품이다. 교통편과 입장권이 한 번에 해결되니 편한 것은 물론이고 저렴하기까지 하다. 심지어 5년 넘게 가격은 동결 중이다. 감동 포인트가 너무나 많다. 이렇게까지 고객을 생각하는 버스회사가 또 어디 있겠는가. 이런 곳은 진심으로 잘 돼야 한다.

칭징농장 패스를 샀지만 그 뒤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소심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려 보니 버스 대기표를 나눠주는 직원 분이 계시는 듯하다. 조심스레 손을 들고 다가갔더니 번호표 하나를 나눠 주신다. 쓰여 있는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니 나는 11시 15분에 출발하는 버스의 첫 번째 손님인가 보다.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무사히 버스에 몸을 실었다. 곧바로 농장으로 출발하는 줄 알았더니 노선버스처럼 타이중 시내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하나 둘 사람이 타기 시작하더니 우리 버스 결국에는 만석이 된 채로 농장을 향한다.
꽤나 먼길을 가야 한다. 버스로는 두 시간 반 가까이를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칭징농장이다. 거리상으로는 멀지 않다. 하지만 워낙에 굽이진 산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골짜기를 넘고 또 넘고, 한참을 골짜기만 넘어야지 닿을 수 있기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리는 칭징농장이다.

가는 길은 고되지만 그래도 고생한 보람이 있는 곳이다. 해발 고도가 1,750m에 달하는 덕분에 한낮에도 전혀 덥지 않다. 아침에 버스를 탈 때만 해도 더위에 지쳐서 반나마 좀비 상태였는데 이 동네는 공기도 선선하고 바람이 피부에 닿는 감촉도 아주 산뜻하다.

푸른 하늘 아래에 탁 트인 초원을 만끽할 수 있다. 자연을 좋아한다면 여기는 무조건 옳다. 양과 관계 없이 올 만한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자연이 있다.

양이 아주 많다. 그것이 양떼목장이니깐. 이 동네 양들은 사람 손을 많이 타서 그런지 사람이 보이는 족족 다가와서 애교를 부린다.
아, 모두에게 부리는 애교는 아니다. 손에 사료를 쥐고 있는 사람 한정이다. 삥을 뜯는 데는 도가 튼 놈들이라서 어떤 사람이 먹이를 쥐고 있고 어떻게 하면 그 먹이를 뜯어낼 수 있는지를 아주 잘 안다.





양을 좋아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고 양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나쁘지 않다. 산책만으로도 공간의 매력을 즐기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양이 풀 뜯는 것도 원 없이 구경할 수 있고 주기적으로 브로콜리와 함께하는 양몰이쇼도 열린다. 말까지 대동해서 아주 본격적으로 양을 몰고 다니니깐 칭징 농장을 여행할 생각이라면 반드시 구경해 보자.

상당히 장관이다.

양떼에 정신이 팔려서 세월아 네월아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렀다. 버스를 타기 위해서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표지판이 있지만 습득할 수 있는 정보가 없으니 제대로 온 게 맞는지 아닌지도 헷갈린다. 앞에 기다리고 계신 분들께 여쭤 보니 다행히 내가 탈 버스도 여기에서 출발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운행 정보를 알려주는 전광판이 없어서 살짝 답답하지만 내 앞에 운명공동체인 사람들이 많아서 그나마 안심이 된다.

다행히 제대로 찾아 왔고, 버스도 제때 왔다. 잘 놀다 갑니다. 다음에 또 봅시다.

타이중으로 돌아오니 어느새 밤이 깊었다. 슬슬 허기가 느껴지기 시작하니 저녁을 먹기 위해서 발걸음을 옮긴다.
오늘의 저녁은 칭징저훠궈에서 훠궈를 먹을 생각이다. 여기는 나와 여자친구의 최애 맛집이다. 이제는 한국 여행객들에게도 너무나 유명해져서 타이중을 여행하는, 혹은 여행하려는 분들이라면 모르는 분들이 없을 정도다.

밥때를 한 시간 넘게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칭징저훠궈.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오래 기다리게 될 줄은 몰랐다.
최소 한 시간 반 뒤에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는 점원 분의 안내에 잠시 정신이 아득해진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기다리는 수밖에.

기다리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고 이해도 못 하지만 칭징저훠궈라면 얘기가 다르다. 먹는 데에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에 유독 맛집을 위해서 대기하는 데에 인색하지만 여기는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그럴 만하다. 합리적인 가격에 신선한 고기를 양껏 즐길 수 있을 뿐더러 맛까지 기가 막힌다. 나는 훠궈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집 훠궈는 먹는다. 기다리면서까지 먹는다.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집이다.

오랜 기다림의 결실을 마주하기 직전이다. 자꾸만 승천하려는 광대를 붙잡기가 쉽지 않다. 빨리 입안에 고기를 잔뜩 집어 넣어서 못 움직이게 조치를 취해야겠다.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잘 먹고 오겠습니다.

퍄하아

여지없이 완벽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90분의 기다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드는 이 집의 훠궈는 정말이지 사랑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오늘도 칭징저훠궈의 성은은 어김없었다. 산뜻한 자연 속에서 즐거운 산책을 즐기고 귀여운 양떼도 잔뜩 구경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으로 배까지 채우니 정말이지 더할 나위 없는 하루의 마무리가 아닐 수 없다. 입가에 미소가 만면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이렇게 하루가 또 저물어 간다.
대만 일주 여행기 (네이버 블로그)
양떼가 귀여운 타이중 칭징농장과 나의 인생 훠궈, 타이중 칭징저훠궈
댕댕이 두 마리와 함께한 타이중의 첫날 밤은 무척이나 즐거웠다. 타이중을 정말 사랑하는 숙소 사장님의 강의 덕분에 그간 미처 몰랐던 타이중의 숨은 여행지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나름 타이중에는 빠삭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크나큰 착각이었다. 불과 30분 남짓의 강의 한 번만에 지금까지 가본 곳보다 훨씬 많은 여행지들이 가야할 곳 리스트에 차곡히 쌓였다.
그래서 당분간은 숙소 사장님의 여행지 DB를 톺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생각날 때 즐겨야지 안 그러면 까먹는다.
가장 먼저 나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칭징농장이다. 그동안 너무 도시 안에만 있었던 것 같아서 살짝 변화를 주려고 한다. 오늘은 도시를 벗어나 조금은 색다른 경험을 해볼 생각이다.
숙소 사장님의 안내를 따라 난터우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타이중역에서 멀지 않다. 구글 지도에는 'nantou bus ticketing'라고 검색을 하면 된다.
정류장도 따로 없고 매표소도 영 어설프게 생겨서 버스 터미널이 아닌 것 같지만 엄연하게 정식으로 영업 중인 터미널이다.
난터우 터미널은 비록 낡고 허름하며 규모도 크지 않지만 그 어디보다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에 진심이다.
칭징농장뿐 아니라 유수의 유명 관광지들과 연계한 패키지 상품을 다양하게 팔고 있다. 나는 칭징농장 패스를 이용해서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왕복 버스표와 칭징농장 입장권을 포함하고 있으며 가격은 대만 돈으로 610위안, 한국 돈으로는 25,000원 남짓이다.
여러모로 쓸모가 너무나 많은 상품이다. 교통편과 입장권이 한 번에 해결되니 편한 것은 물론이고 저렴하기까지 하다. 심지어 5년 넘게 가격은 동결 중이다. 감동 포인트가 너무나 많다. 이렇게까지 고객을 생각하는 버스회사가 또 어디 있겠는가. 이런 곳은 진심으로 잘 돼야 한다.
칭징농장 패스를 샀지만 그 뒤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소심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려 보니 버스 대기표를 나눠주는 직원 분이 계시는 듯하다. 조심스레 손을 들고 다가갔더니 번호표 하나를 나눠 주신다. 쓰여 있는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니 나는 11시 15분에 출발하는 버스의 첫 번째 손님인가 보다.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무사히 버스에 몸을 실었다. 곧바로 농장으로 출발하는 줄 알았더니 노선버스처럼 타이중 시내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하나 둘 사람이 타기 시작하더니 우리 버스 결국에는 만석이 된 채로 농장을 향한다.
꽤나 먼길을 가야 한다. 버스로는 두 시간 반 가까이를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칭징농장이다. 거리상으로는 멀지 않다. 하지만 워낙에 굽이진 산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골짜기를 넘고 또 넘고, 한참을 골짜기만 넘어야지 닿을 수 있기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리는 칭징농장이다.
가는 길은 고되지만 그래도 고생한 보람이 있는 곳이다. 해발 고도가 1,750m에 달하는 덕분에 한낮에도 전혀 덥지 않다. 아침에 버스를 탈 때만 해도 더위에 지쳐서 반나마 좀비 상태였는데 이 동네는 공기도 선선하고 바람이 피부에 닿는 감촉도 아주 산뜻하다.
푸른 하늘 아래에 탁 트인 초원을 만끽할 수 있다. 자연을 좋아한다면 여기는 무조건 옳다. 양과 관계 없이 올 만한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자연이 있다.
양이 아주 많다. 그것이 양떼목장이니깐. 이 동네 양들은 사람 손을 많이 타서 그런지 사람이 보이는 족족 다가와서 애교를 부린다.
아, 모두에게 부리는 애교는 아니다. 손에 사료를 쥐고 있는 사람 한정이다. 삥을 뜯는 데는 도가 튼 놈들이라서 어떤 사람이 먹이를 쥐고 있고 어떻게 하면 그 먹이를 뜯어낼 수 있는지를 아주 잘 안다.
양을 좋아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고 양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나쁘지 않다. 산책만으로도 공간의 매력을 즐기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양이 풀 뜯는 것도 원 없이 구경할 수 있고 주기적으로 브로콜리와 함께하는 양몰이쇼도 열린다. 말까지 대동해서 아주 본격적으로 양을 몰고 다니니깐 칭징 농장을 여행할 생각이라면 반드시 구경해 보자.
상당히 장관이다.
양떼에 정신이 팔려서 세월아 네월아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렀다. 버스를 타기 위해서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표지판이 있지만 습득할 수 있는 정보가 없으니 제대로 온 게 맞는지 아닌지도 헷갈린다. 앞에 기다리고 계신 분들께 여쭤 보니 다행히 내가 탈 버스도 여기에서 출발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운행 정보를 알려주는 전광판이 없어서 살짝 답답하지만 내 앞에 운명공동체인 사람들이 많아서 그나마 안심이 된다.
다행히 제대로 찾아 왔고, 버스도 제때 왔다. 잘 놀다 갑니다. 다음에 또 봅시다.
타이중으로 돌아오니 어느새 밤이 깊었다. 슬슬 허기가 느껴지기 시작하니 저녁을 먹기 위해서 발걸음을 옮긴다.
오늘의 저녁은 칭징저훠궈에서 훠궈를 먹을 생각이다. 여기는 나와 여자친구의 최애 맛집이다. 이제는 한국 여행객들에게도 너무나 유명해져서 타이중을 여행하는, 혹은 여행하려는 분들이라면 모르는 분들이 없을 정도다.
밥때를 한 시간 넘게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칭징저훠궈.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오래 기다리게 될 줄은 몰랐다.
최소 한 시간 반 뒤에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는 점원 분의 안내에 잠시 정신이 아득해진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기다리는 수밖에.
기다리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고 이해도 못 하지만 칭징저훠궈라면 얘기가 다르다. 먹는 데에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에 유독 맛집을 위해서 대기하는 데에 인색하지만 여기는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그럴 만하다. 합리적인 가격에 신선한 고기를 양껏 즐길 수 있을 뿐더러 맛까지 기가 막힌다. 나는 훠궈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집 훠궈는 먹는다. 기다리면서까지 먹는다.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집이다.
오랜 기다림의 결실을 마주하기 직전이다. 자꾸만 승천하려는 광대를 붙잡기가 쉽지 않다. 빨리 입안에 고기를 잔뜩 집어 넣어서 못 움직이게 조치를 취해야겠다.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잘 먹고 오겠습니다.
퍄하아
여지없이 완벽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90분의 기다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드는 이 집의 훠궈는 정말이지 사랑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오늘도 칭징저훠궈의 성은은 어김없었다. 산뜻한 자연 속에서 즐거운 산책을 즐기고 귀여운 양떼도 잔뜩 구경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으로 배까지 채우니 정말이지 더할 나위 없는 하루의 마무리가 아닐 수 없다. 입가에 미소가 만면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이렇게 하루가 또 저물어 간다.
대만 일주 여행기 (네이버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