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여행기 #.2 아직도 멀었다고? 탄자니아 가는 길은 너무나 멀고도 험하다.

20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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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시간을 날아왔는데 아직 멀었다. 탄자니아 가는 길은 쉽지 않다.



허허허. X병.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지.


인천공항에서부터 지금까지 마신 술이 소주로 따지면 세 병을 조금 넘어가는 듯하다. 잠들기 직전까지도 술병을 붙잡고 있었다. 알딸딸한 기분으로 잠에 들 때까지는 좋았다. 눈 뜨고 난 뒤에 펼쳐질 재앙을 예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생각하며 일단 잠을 청했다.


그리고 그 미래가 현실이 되었다. 예상치 못했던 혼돈까지 이자로 쳐서 돌려받는 중이다. 한 걸음씩 디딜 때마다 땅바닥이 솜사탕처럼 포근하다. 지구가 도는 건지 내가 도는 건지 알 수 없는 혼란함 속에서 입에는 술 냄새가 진동을 한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자꾸만 집 생각이 난다. 이거 혹시 무를 수 있습니까.



한계에 달한 몸뚱아리가 쉴 새 없이 침묵의 비명을 질러댔다.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서 육두문자가 터지려는 찰나에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상황은 좋지 못하다. 그 정도로 몸뚱아리를 괴롭혔으면 그만큼 가혹하게 돌려받는 게 인지상정.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것에 대한 대가는 참혹하기 그지없다.


아디스아바바 공항은 어딜 가나 부산하다. 도떼기 시장처럼 정신없이 부산하다. 가는 곳마다 사람으로 가득해서 잠시 숨 돌릴 곳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갈 길은 여전히 멀고 할 일도 아직 아직 한보따리다. 가장 급한 숙제는 큰형을 찾는 일이다. 비즈니스석을 타고 온 형은 나보다 먼저 내렸다. 이곳 어딘가를 나처럼 떠돌고 있을 우리 형을 만나야 한다.


사실 카톡 한 번이면 일도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큰 일이다. 둘 다 로밍 같은 건 하지 않았고 이 공항에는 와이파이도 잡히지 않는다. 유년기의 향수를 느끼며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린다. 카톡은커녕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는 어떻게 친구들을 만났나 모르겠다.



실성했다. 어떻게든 버티려 했지만 반쯤 정신줄을 놔 버렸다. 뜬금없다 생각하겠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 여기가 공항이야 우시장이야. 신기한 구경거리가 쉴 새 없이 펼쳐져서 지루할 새가 없다. 그건 참 좋다. 하지만 지금부터 이 무리에 섞여야 한다는 사실은 도저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다. 이게 정녕 현실이란 말인가. 꿈이었으면 좋겠다. 형은 아직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데 더 큰 혼돈으로 몸뚱아리를 밀어 넣어야 한다니. 도저히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그래도 어떻게 일이 잘 풀렸다. 모든 걸 포기하고 편하게 생각했더니 신기하리만치 만사가 잘 풀렸다. 어차피 같은 비행기를 타니깐 만나지 못해도 상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비행기를 타러 가는 찰나에 뜬금없이 형을 만났다.


만난다고 딱히 달라지는 건 없다. 그래도 천군만마를 얻은 듯이 안정이 깃든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음 비행기를 타기 위해 줄을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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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B-787이다. 처음 경험하는 항공사인데 생각보다 돈이 많은 듯하다. B-787이 지천에 길냥이처럼 널렸다. 타고 온 것도 B-787, 타고 갈 것도 B-787, 앞을 봐도 B-787, 귀국편도 모조리 B-78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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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을까. 우리 비행기는 마침내 이륙 준비를 마치고 탄자니아로 향하기 위해 활주로를 박차고 올랐다. 3시간 남짓 되는 비행이 예정되어 있다. 아프리카의 광활한 대지 위를 부지런히 날아서 우리 비행기는 다르에스살람의 줄리어스 니에레레 공항에 착륙할 것이다.



바로 이렇게. 우리 비행기 곧 착륙하겠습니다. 가시는 목적지까지 안전한 여정 되시길 바라며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겠습니다. 레이디스 엔 젠틀맨 ...더보기



스무 시간을 날아 마침내 탄자니아 최대 도시인 다르에스살람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런 기쁨도 잠시. 쉴 새 없이 몰아닥치는 서류 더미가 나와 형을 사정없이 닦달하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쓸 것이 많은지 모르겠다. 답답한 마음에 자꾸만 눈물이 나오려 한다. 그렇다고 돌아갈 수도 없고 말이다.



가지가지한다는 말이 딱 맞다. 힘들게 서류 작성을 마치고 심사대로 갔더니 이번에는 공무원들이 말썽이다. 아주 당당하게 뇌물을 요구한다. 그렇다고 대놓고 "돈 내놔"라고 얘기하지는 않지만 누가 봐도 돈을 내 놓으라는 식으로 게으름을 피우고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드는 반려가 계속 이어진다.


큰돈을 요구하는 건 아니다. 만 원 남짓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나는 주지 않았다. 다음 비행기는 일곱 시간 뒤에 출발한다. 시간 많다. 마침 업무차 탄자니아에 들어가는 한국분들이 많이 계셔서 느긋하게 수다를 떨면서 될 때까지 기다렸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았는지 티가 날 듯 말 듯한 한숨과 함께 도장을 찍는다. 마침내 탄자니아 땅을 밟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반갑습니다 탄자니아. 처음 뵙겠습니다 다르에스살람. 잘 부탁드립니다 줄리어스 니에레레 공항.



가장 먼저 한 것은 환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탄자니아 실링을 환전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달러를 이용해서 현지에서 환전을 해야 한다. 번거로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가장 액면가가 큰 지폐가 한국 돈으로 5천 원 남짓이다. 백만 원을 환전했을 뿐인데 이렇게나 커다란 돈뭉치를 받았다.



마침내 현지 유심도 샀다. 과정은 꽤나 번거롭지만 가격은 크게 비싸지 않다. 마침내 우리도 핸드폰을 쓸 수 있는 몸이 되었다. 4G라고 되어 있지만 3G나 다름없는 수준의 인터넷이었지만 카톡만 있으면 되는 우리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밥도 묵고 다 했다. 공항에서 파는 음식은 대체로 맛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르에스살람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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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이상 속 맥주나 마시자. 힘들 때는 역시 맥주만 한 게 없다.


현지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 중 하나다. 이름은 킬리만자로. 정말 맛있다. 탄자니아는 맥주 만드는 솜씨가 상당히 좋다. 우리나라에도 들어왔으면 싶지만 이제는 별로 상관 없는 일이 되었다. 나는 술을 끊은 지 1년이 넘었다.



정말 멀고 험했다. 마침내 므완자로 가는 비행기가 출발하는 시간이 되었다.



A220은 처음이다. 특이하게 2, 3열 배치를 하고 있다. 일본 신칸센에서 동일한 배치를 본 적이 있다. 비행기에도 이런 게 있는 줄은 몰랐다. 조그만하지만 인수한 지 얼마 안 됐는지 굉장히 쾌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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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계세요. 잠시나마 즐거웠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때 다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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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의 마지막으로 향하는 중이다. 우리 비행기, 한 시간 남짓을 달려 므완자에 도착했다. 전혀 공항이 아닌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엄연히 공항이다. 드디어 여행의 막이 오른다는 생각에 흥분으로 가득하다. 이런 풍경마저도 그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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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서른 시간을 달린 끝에 마침내 도착했다. 반갑습니다 탄자니아. 반갑습니다 므완자. 2주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