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여행기 #.8 구스타브 에펠이 설계했다고 '알려진' 120년 역사의 홍강 롱비엔교 건너기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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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구스타브 에펠의 유산, 하노이 홍강 롱비엔교 건너기



베트남으로 건너온 지도 어느새 5일이 됐다. 그동안은 팔자가 상당히 좋았다. 하지만 그 팔자와도 당분간은 이별이다. 오늘부터는 본격적인 집중 업무 기간이다.


여행이라고 이름 붙이긴 했지만 이 여행의 진짜 목적은 출장이었다. 나는 가방을 만드는 사람. 오늘은 내 가방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살펴보러 가는 날이다. 하노이에서는 정신줄 놓고 지내도 뭐라 할 사람 없었고 딱히 문제 될 일도 없었지만 이제부터는 그럴 수 없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말끔하게 목욕도 하고 근처 빨래방에 가서 세탁도 마쳤다. 단돈 5천 원의 행복. 세탁도 해주고 건조까지 해준다. 보기 좋게 접어서 봉투에 담아주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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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러 가자. 오늘은 하이퐁으로 떠나는 날이다.


내 가방은 하이퐁에서 열심히 만들어지는 중이다. 잘 생산되고 있는지, 혹시 아픈 데는 없는지 살펴보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해야 한다. 굳게 마음을 다잡고 발걸음을 옮긴다. 팔자 좋은 여행객이 아니라 여행 가방 브랜드 사장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가방도 무겁게 몸도 무겁게, 숙제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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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쉬다 갑니다. 다음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호안끼엠 주변에는 깨끗하고 가성비 좋은 숙소가 아주 많다. 가끔은 하노이 롯데호텔을 가기도 하지만 호안끼엠 주변에서 신세를 많이 진다. 이번에 선택한 숙소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며칠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잘 쉬다 갑니다. 다시 뵐 때까지 기체후 일향만강하시옵고, 조만간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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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밥 생각은 없었지만 일하러 가는 길에 빈속으로 돌아다닐 수는 없다. 내도록 반미만 먹으려니 은근히 질리는 감이 있고 분짜를 먹으려니 을씨년스러운 날이 안 도와준다. 오늘 아침은 케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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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불맛이 본격적인 고기가 듬뿍 들어 있고 야채와 소스도 아끼지 않고 한가득 넣어 주셨다. 맛있는 빵에다가 갖가지 맛있는 걸 잔뜩 넣었으니 이건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정말로 맛있는 케밥이었다.


하지만 망했다. 이 시국 때문에 남아나는 노점상이 없다. 화가 많이 난다. 어딘가에서 건강하게 잘 살고 계시겠지. 그립습니다 아주머니. 인연이 된다면 언젠가는 또 만나겠지요. 그저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참 맛있었는데 많이 그립습니다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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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여행 상자를 잘 뒤져 보면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몇 안 되는 취미 중 하나다. 무용하고 별로 의미 없는 것들을 우리나라까지 잘 모셔오는 것. 무슨 쓸모가 있을까 싶지만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없는 떠나간 과거 앞에서는 의미가 생긴다. 다시 만날 수 없다면 추억 팔이라도 해야하지 않겠는가.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끝내고 여정을 계속 이어간다.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평소보다는 활기가 감도는 거리의 풍경이다. 곧 돌아올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떠나는 마당이니 부지런히 눈으로 마주하는 것들을 사진으로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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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 커피 한 잔도 빠질 수 없다. 하이퐁에는 콩카페가 별로 없기 때문에 마실 수 있을 때 부지런히 마셔 둬야 한다. 근처에 있다고 한들 공장에 가면 늘상 바쁘기 때문에 마실 엄두도 못 낼 것이다.


하이퐁으로 떠나는 날 아침을 책임진 콩카페는 아마도 여행자가 가장 많이 찾는 지점 중 하나일 것이다. 호안끼엠에서 걸어서 불과 3분 거리에 있다.


맛은 평이하지만 굿즈를 항상 넉넉하게 쟁여놔서 좋다. 내 경험으로는 콩카페에서 나오는 굿즈 재고가 가장 많은 매장이다. 선물로 뿌리기 위해서 사 모으다가 도저히 안될 것 같으면 최후의 보루로 찾는 곳이다.


나는 베트남 여행이나 출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면 콩카페의 다이어리를 잔뜩 사고는 한다. 콩카페의 다이어리는 예쁘고 독특해서 주변에 나눠주기 좋다. 스무 권 정도 사면 선물 고민은 안 해도 된다.



쭈와아아아압. 오늘의 콩카페도 맛있었다 흙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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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퐁으로 떠나기 전 하노이에서의 볼일은 끝이다. 나에게 남은 것은 하이퐁으로 떠나는 버스를 타는 것뿐이다. 택시를 타고 움직일까 생각했지만 시간이 꽤나 많이 남았다. 버스터미널 근처는 딱히 할 게 없기 때문에 일찍 가 봐야 지겹기만 할 것이다. 적당히 속도 조절을 위해서 홍강을 지나 버스터미널까지 걸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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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를 가로지르는 홍강은 규모가 상당히 거대한 강이다. 가장 폭이 넓은 구간은 한강 못지 않다. 롱비엔교는 그런 홍강 위에 놓인, 강의 서안과 동안을 잇는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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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다리다. 왜 때문에 고스란히 묻어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보수 정도는 해도 됐을 것 같은데 말이다. 어쨌든 나는 이 다리를 지나서 강의 동쪽으로 건너갈 것이다. 오토바이도 이렇게나 거뜬하게 다니는데 사람 하나 지나간다고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 별 일 없을 것이다.



별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정신 안 차리면 말이다. 그나마도 강 위가 아니라서 다행이지 다리의 한가운데에서 이런 상판을 밟고 추락한다고 생각하면 그저 아찔하다.


딱 봐도 상판 하나가 사라져서 주변에 있는 것들을 적당히 옮기는 식으로 만든 징검다리다. 상판 자체도 불안하고 그것을 지탱하는 철제 구조물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철거만이 답인 듯한데 동네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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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천 번도 넘게 했지만 늦었다. 오토바이가 없을 때마다 도로를 따라 걸으면서 불안하기 짝이 없는 롱비엔교와의 동거를 이어간다.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불안하기 짝이 없는 철교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롱비엔교의 가운데 공간은 기차가 지나다니는 선로의 차지다. 부디 흔적만 남은 것이길 애타게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현역이다. 안전불감증이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다. 당장에 사고가 나도 전혀 이상할 것 없어 보이는, 너무나 낡고 불안한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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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중요한 건 아니지만 롱비엔교는 구스타브 에펠이 설계했다는 설이 있다. 에펠탑의 그 구스타브 에펠 맞다. 정확하지는 않다.


시공사는 특정할 수 있지만 누가 설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남아 있는 것이 없다고 한다. 에펠이 롱비엔교 설계 입찰에 참여한 것은 확실하다. 다만 그의 설계가 채택되었는지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홍강


한강만큼 넓은 홍강이지만 한강만큼 깨끗하지는 않다. 그것이.. 홍강이니깐 (끄덕)



다행히도 무사히 강을 건넜다. 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보고만 있어도 불안하니 나도 모르게 걸음이 엉거주춤해진 탓이다.


어쨌든 무사히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진짜로 업무의 시간이다. 당분간 거친 공장의 시간이 이어질 것이므로 하이퐁에서는 아무런 기록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다시 하노이에서 만납시다. 저는 일 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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