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전거 여행기 #.2 오사카에서 나라까지, 시작부터 산 넘어 산

20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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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 나라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건 쉽지 않다



자전거를 끌고 일본까지 오는 데에만 해도 수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다.


간사이 공항을 벗어나기도 전부터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사방팔방에 떠벌린 게 많았기 때문이다. 경솔하게 놀린 혓바닥을 쉴 새 없이 타박하면서 오사카를 향해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자전거는 아직 나와 사이가 좋지 않다. 안장이 특히 낯을 많이 가린다. 급한 대로 출발하기 전날에 안장 패드를 샀지만 별로 효과가 없는 듯하다. 망치로 후리는 것처럼 당황스러운 충격이 엉덩이로 쉴 새 없이 밀려 든다.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린다.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군가. 자전거 여행이란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 정녕 이게 최선이었을까.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몸은 이미 천근만근이다. 이제 고작 하루가 지났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안일하게 있을 수는 없다. 영상을 찍기 위해 고프로를 꺼낸다. 다시 침대에 몸을 뉘인다. 일어나는 연기를 하려는 참이다.


잠든 척만 하려다가 이대로 잠들어 버렸다. 허허. 꼴값도 가지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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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쉬어가기로 했고 필요한 장비들을 수집하기로 했다. 도톤보리를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걸 찾아다녔고 보호 장비도 부지런히 사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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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루가 더 지났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를 쉬었더니 몸이 아주 가볍다. 장비빨도 제대로 갖추고 나니 확실히 할 만하다.


자전거 여행의 막이 마침내 올랐다. 첫 번째 목적지는 오사카에서 동쪽으로 4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나라다. 사슴이 아주 유명한 동네다. 양아치보다 조금 더 사납다는 나라공원의 사슴이 유명하다. 40km밖에 안 떨어져 있으니깐 쾌도난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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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작부터 녹록지 않다. 시작부터 산 하나가 나를 가로막는다.


잠시 자전거를 멈추고 피해 갈 방법을 찾아보지만 방법이 없다. 눈앞에 보이는 산은 해발고도 500m. 나는 지금부터 이 산을 넘어야 한다. 출발한 지 30분도 안 됐는데 갑자기 급발진하는 느낌이다. 이런 난관은 계획에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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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은 원래 자전거 뒷바퀴에 보관함을 설치한 다음 그 위에 얹어서 가는 게 정석이란다. 하지만 나는 여행이 끝날 때까지 몰랐다. 여행 내내 등짝에 짊어지고 다녔다.


10kg이 넘는 가방은 메고만 있어도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하지만 이 상태로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까지 올라야 한다. 조용히 자전거에서 내렸다. 오르막이 끝날 때까지 열심히 끌었다. 한 시간 남짓을 끌었던 것 같다.



끌고 또 끌었다. 맨몸으로도 주파하기 힘든 수준의 경사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정상이 가까워 오니 경사는 완만해졌지만 이제는 남은 체력이 없다. 결국 나는 산의 정상까지 자전거를 끌고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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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고점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시간이 걸렸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과정에 눈물이 조금 흘렀지만 생각보다 할 만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지금부터는 행복한 내리막의 시간이다.



내리막의 끝에 맥도날드가 등장했다. 때마침 점심 시간을 지나는 중이었다. 고민할 이유가 없다.


아마도 이날 나의 점심은 빅맥 세트였다. 익숙한 맛과 양, 하지만 한국보다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잠시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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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난관을 극복했고 점심까지 든든하게 먹었다. 지금부터 남은 것은 오직 꽃길이라고 생각하니 만물이 그저 아름답다. 기분 좋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부지런히 페달을 구른다.



행복해하는 꼴이 영 보기 싫네요. 하나 더 드립니다.



편집을 하던 나조차도 헷갈렸다. 조금 전에 넘은 산과 아예 똑같은 풍경이다.


이러니 쌍욕이 안 나올 수가 없지. 유튜브 때문에 영상을 찍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고프로만 없었으면 숫자 공부에 동물 농장까지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을 테다.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 지 하루도 안 지났는데 벌써 염세의 감정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나는 내리막이 나타나도 쉽사리 기뻐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나라로 향하는 진짜 마지막 내리막이었는데 말이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긴 내리막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즐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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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km 남짓밖에 안 돼서 금방 도착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무리 늦어도 오후 세 시면 충분할 줄 알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다. 예상 시간보다 한 시간을 지체했다. 몇 가지 감정이 복잡하게 교차한다. 나라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와, 시원찮은 체력을 마주한 실망감,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불안감이 나의 머릿속을 사정없이 헤집는다.


이 자전거 여행, 과연 괜찮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