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지바르 - 다르에스살람 여객선 탑승기

실화냐.
믿기지 않지만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결코 올 것 같지 않았던, 절대로 오지 않았으면 했던 그날이 밝았다.
아침 햇살이 창가에 드리운다. 꿈보다 달콤했던 2주의 여정은 등 뒤로 멀어져 간 지 오래다. 아스라이 멀어지며 작별 인사를 건네는 중이다. 잡으려야 잡을 수 없는, 엄두도 나지 않는 시간의 무심함 앞에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스톤타운에 머무르는 내도록 함께했던 숙소와도 작별이다. 일주일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새 정이 많이 들었다.
도움 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기체후 일향만강하시옵고,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납시다. 안녕히 계세요.

무거운 몸을 이끌고 택시에 몸을 싣는다. 안 그래도 이고 진 것이 많은데 발걸음마저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딛는 걸음마다 고행길이 따로 없다.
저마다 느끼는 감정은 같지 않을 테다. 하지만 마음은 매한가지다. 할 수만 있다면 무심히 걸어가는 시간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싶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다르에스살람에서 날아오를 예정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다르에스살람까지 향하는 비행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사치품은 우리에게 맞지 않는 옷이다. 그 대신 도착한 이곳은 잔지바르 부두다. 우리를 다르에스살람으로 실어다 줄 여객선이 기다리는 곳이다.

건너올 때와 마찬가지로 벗어날 때에도 간단하게 출국 심사를 거친다. 당연히 소지품 검사도 필수다.
예상치 못했던 복병이다. 몸은 천근만근인데 날까지 흐리다. 그런 와중에 몸뚱아리에는 두른 것도 많다. 이 모든 것을 풀어헤쳤다가 다시 이고 질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잘 다녀오렴 친구들아. 아니, 짐덩어리들아.

비행기를 탈 만큼의 재력은 없지만 모두들 VIP 바로 아래 등급의 승선권을 지를 만큼의 여유는 된다. 덕분에 아주 고급스러운 대합실에서 짧게나마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출발 시간이 가까웠음을 알리는 방송이 울려 퍼진다. 하나둘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한다. 떠날 시간이 되었다. 아쉬운 마음에 한숨은 끊이지 않는다. 에효.

우리를 다르에스살람으로 실어다 줄 녀석이다. 탄자니아를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아잠'에서 운용하는 쾌속선이다. 날렵한 생김새에 걸맞은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그러면서도 거대하기까지 하다. 무려 500명이 넘는 인원을 태우고 항해에 나설 수 있다. 이 녀석의 이름은 킬리만자로. 실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이름이다.

VIP석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주 쾌적하고 훌륭하다. 의자는 널찍하고 편안하다. 뒤로도 상당히 많이 넘어간다. 크지는 않지만 모니터까지 갖추고 있다. 2만 원 남짓 들여서 받는 대접 치고는 상당히 호사스럽다. 이 정도로 삐까뻔쩍한 걸 기대하진 않았는데 말이다.

선장님의 안내 방송과 함께 힘차게 항구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이윽고 잘 차려 입은 승무원들이 주전부리가 가득한 카트를 끌고 나타났다.

빵도 주고 커피도 준다. 개꿀이다.

흐린 하늘을 뚫고 우리의 킬리만자로는 맹렬하게 물살을 가른다. 엄청난 속도에 걸맞은 육중하고 살벌한 물보라는 살짝 겁이 날 정도다.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린다.

VIP석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궁금하다. 아주 쾌적하고 널찍하다. 여러모로 비즈니스석을 연상케 한다. 기대한 것보다 훨씬 훌륭하다. 이런 줄 알았으면 돈 조금 더 주고 VIP석 탈 걸 그랬나.

날이 흐려서 온전하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 건 아쉽다. 오히려 좋아. 재회하기 위한 좋은 핑곗거리가 될 테다.

90분 남짓을 부지런히 달렸다. 그렇게 우리는 다르에스살람과 재회했다. 여러모로 부산의 영도를 생각나게 한다. 이역만리 타향에서 느끼는 익숙한 고향의 서정, 내가 부산 사람은 아니지만 반갑다.

한때 탄자니아의 수도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렇지만 탄자니아 최대 도시의 지위는 언제까지고 영원할 것처럼 보인다.
인구 1,000만이 훌쩍 넘어가는 다르에스살람의 마천루 군락은 웅장하면서도 세련됐다. 이변이 없다면 오래도록 보게 될 도시의 풍경이다.


물론 완전하지는 않다. 겉보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여러모로 어설픈 구석이 많다. 그런 도시의 면모는 지극히 사소한 급변 상황 속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배수 체계가 온전하지 않다. 그래서 조금만 비가 내려도 길거리는 삽시간에 물에 잠긴다.

..... 여기가 강이여 바다여.
하지만 사람들은 아랑곳 않는다. 아무렇지 않은 듯 그저 태평하기만 하다. 이런 모습이 생경한 건 머나먼 동쪽 나라에서 건너온 나와 형들뿐이다.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무탈하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다르에스살람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도시를 대표하는 거대 쇼핑몰인 음리마니 시티몰이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여행할 당시에는 탄자니아를 통틀어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 쇼핑몰이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밥 먹으러 왔다. 탄자니아에서 즐기는 마지막 끼니다.
수미상관의 아름다움을 살리기로 한다. 첫 끼가 햄버거였던 것처럼 마지막 끼니도 햄버거다.

부른 배를 두들기며 미처 쟁이지 못한 선물을 쓸어 담기 위해 마트를 들렀다.

하지만 생각보다 건질 만한 게 없다. 꼬냐기 말고는 눈에 띄는 게 없다.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러므로 아닌 것 같으면 지체하지 않는다. 꼬냐기 한 병만을 들고는 계산대로 향한다.

공항으로 직행해도 빠듯한 시간이지만 구하지 못한 것이 많다. 그래서 모두들 마음이 급하다. 다른 마트로 향하는 택시 안에는 무거운 적막만이 가득하다.
심장 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국면이다. 마지막까지 쉽게 가는 법이 없구만. 기사님 조금만 더 힘을 내 주십시오. 저희 그래도 비행기는 타야 하지 않겠습니까.
잔지바르 - 다르에스살람 여객선 탑승기
실화냐.
믿기지 않지만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결코 올 것 같지 않았던, 절대로 오지 않았으면 했던 그날이 밝았다.
아침 햇살이 창가에 드리운다. 꿈보다 달콤했던 2주의 여정은 등 뒤로 멀어져 간 지 오래다. 아스라이 멀어지며 작별 인사를 건네는 중이다. 잡으려야 잡을 수 없는, 엄두도 나지 않는 시간의 무심함 앞에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스톤타운에 머무르는 내도록 함께했던 숙소와도 작별이다. 일주일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새 정이 많이 들었다.
도움 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기체후 일향만강하시옵고,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납시다. 안녕히 계세요.
무거운 몸을 이끌고 택시에 몸을 싣는다. 안 그래도 이고 진 것이 많은데 발걸음마저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딛는 걸음마다 고행길이 따로 없다.
저마다 느끼는 감정은 같지 않을 테다. 하지만 마음은 매한가지다. 할 수만 있다면 무심히 걸어가는 시간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싶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다르에스살람에서 날아오를 예정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다르에스살람까지 향하는 비행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사치품은 우리에게 맞지 않는 옷이다. 그 대신 도착한 이곳은 잔지바르 부두다. 우리를 다르에스살람으로 실어다 줄 여객선이 기다리는 곳이다.
건너올 때와 마찬가지로 벗어날 때에도 간단하게 출국 심사를 거친다. 당연히 소지품 검사도 필수다.
예상치 못했던 복병이다. 몸은 천근만근인데 날까지 흐리다. 그런 와중에 몸뚱아리에는 두른 것도 많다. 이 모든 것을 풀어헤쳤다가 다시 이고 질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잘 다녀오렴 친구들아. 아니, 짐덩어리들아.
비행기를 탈 만큼의 재력은 없지만 모두들 VIP 바로 아래 등급의 승선권을 지를 만큼의 여유는 된다. 덕분에 아주 고급스러운 대합실에서 짧게나마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출발 시간이 가까웠음을 알리는 방송이 울려 퍼진다. 하나둘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한다. 떠날 시간이 되었다. 아쉬운 마음에 한숨은 끊이지 않는다. 에효.
우리를 다르에스살람으로 실어다 줄 녀석이다. 탄자니아를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아잠'에서 운용하는 쾌속선이다. 날렵한 생김새에 걸맞은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그러면서도 거대하기까지 하다. 무려 500명이 넘는 인원을 태우고 항해에 나설 수 있다. 이 녀석의 이름은 킬리만자로. 실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이름이다.
VIP석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주 쾌적하고 훌륭하다. 의자는 널찍하고 편안하다. 뒤로도 상당히 많이 넘어간다. 크지는 않지만 모니터까지 갖추고 있다. 2만 원 남짓 들여서 받는 대접 치고는 상당히 호사스럽다. 이 정도로 삐까뻔쩍한 걸 기대하진 않았는데 말이다.
선장님의 안내 방송과 함께 힘차게 항구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이윽고 잘 차려 입은 승무원들이 주전부리가 가득한 카트를 끌고 나타났다.
빵도 주고 커피도 준다. 개꿀이다.
흐린 하늘을 뚫고 우리의 킬리만자로는 맹렬하게 물살을 가른다. 엄청난 속도에 걸맞은 육중하고 살벌한 물보라는 살짝 겁이 날 정도다.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린다.
VIP석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궁금하다. 아주 쾌적하고 널찍하다. 여러모로 비즈니스석을 연상케 한다. 기대한 것보다 훨씬 훌륭하다. 이런 줄 알았으면 돈 조금 더 주고 VIP석 탈 걸 그랬나.
날이 흐려서 온전하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 건 아쉽다. 오히려 좋아. 재회하기 위한 좋은 핑곗거리가 될 테다.
90분 남짓을 부지런히 달렸다. 그렇게 우리는 다르에스살람과 재회했다. 여러모로 부산의 영도를 생각나게 한다. 이역만리 타향에서 느끼는 익숙한 고향의 서정, 내가 부산 사람은 아니지만 반갑다.
한때 탄자니아의 수도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렇지만 탄자니아 최대 도시의 지위는 언제까지고 영원할 것처럼 보인다.
인구 1,000만이 훌쩍 넘어가는 다르에스살람의 마천루 군락은 웅장하면서도 세련됐다. 이변이 없다면 오래도록 보게 될 도시의 풍경이다.
물론 완전하지는 않다. 겉보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여러모로 어설픈 구석이 많다. 그런 도시의 면모는 지극히 사소한 급변 상황 속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배수 체계가 온전하지 않다. 그래서 조금만 비가 내려도 길거리는 삽시간에 물에 잠긴다.
..... 여기가 강이여 바다여.
하지만 사람들은 아랑곳 않는다. 아무렇지 않은 듯 그저 태평하기만 하다. 이런 모습이 생경한 건 머나먼 동쪽 나라에서 건너온 나와 형들뿐이다.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무탈하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다르에스살람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도시를 대표하는 거대 쇼핑몰인 음리마니 시티몰이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여행할 당시에는 탄자니아를 통틀어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 쇼핑몰이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밥 먹으러 왔다. 탄자니아에서 즐기는 마지막 끼니다.
수미상관의 아름다움을 살리기로 한다. 첫 끼가 햄버거였던 것처럼 마지막 끼니도 햄버거다.
부른 배를 두들기며 미처 쟁이지 못한 선물을 쓸어 담기 위해 마트를 들렀다.
하지만 생각보다 건질 만한 게 없다. 꼬냐기 말고는 눈에 띄는 게 없다.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러므로 아닌 것 같으면 지체하지 않는다. 꼬냐기 한 병만을 들고는 계산대로 향한다.
공항으로 직행해도 빠듯한 시간이지만 구하지 못한 것이 많다. 그래서 모두들 마음이 급하다. 다른 마트로 향하는 택시 안에는 무거운 적막만이 가득하다.
심장 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국면이다. 마지막까지 쉽게 가는 법이 없구만. 기사님 조금만 더 힘을 내 주십시오. 저희 그래도 비행기는 타야 하지 않겠습니까.
탄자니아 여행기 #.40 여행의 끝. 잘 있어요 탄자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