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여행기 #.40 여행의 끝. 잘 있어요 탄자니아.

2024-01-23
조회수 2284

2주 여정의 끝, 안녕 탄자니아. 다시 또 만납시다.


2ae2511d93713.gif


시간 없다 퍼뜩 나온다.


우리는 배를 타고 잔지바르를 벗어나 무사히 다르에스살람에 도착했다. 탄자니아 최대의 쇼핑몰에 들러 밥도 묵었다. 정말로 여정의 끝을 향하는 중이다. 마침내 탄자니아의 관문, 줄리어스 니에레레 공항이다.


e5816de5fa6d6.jpg


아니다. 아직 할 일이 남았다. 여기는 '쇼퍼스'라는 이름을 가진 마트다. 미처 쟁이지 못한 선물을 쓸어담기 위해서 걸음했다.


점심을 해결했던 쇼핑몰은 전례없이 거대했지만 우리에게는 속 빈 강정이었다. 엄청나게 큰 대형 마트가 있었지만 그 누구의 기대도 충족하지 못했다. 몰카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말이다.


우리는 현지 감성이 그득한 수수한 것들을 원했다. 하지만 조금 전에 들른 마트는 너무나 고급스럽고 거대했다. 대용량 제품 일색이었고, 그나마도 필요한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예정에 없던 마트를 방문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택시비와 피 같은 시간을 쓰게 되었다. 여정의 마지막이 생각보다 험하다.


14989136f4eca.jpg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쇼퍼스에는 원하는 모든 것이 있었다. 조그마한 깡통에 든 '아프리카페'라는 이름의 커피 원두를 잔뜩 샀고 주전부리도 푸짐하게 쟁였다. 이 동네에서만 구할 수 있는 '아마룰라'라는 이름의 크림 리큐르까지 손에 넣었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은 없다.


e6d6ae768dba9.gif


하지만 수난은 계속된다. 강이 된 지 오래인 거리의 풍경이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우리 공항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dbee879bc7764.gif


아주 짧은 여정이었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온몸을 사정없이 조여 오는 긴장과 그 위를 무겁게 짓누르는 아쉬움 탓이다. 어쨌든 무사히 도착했다. 마침내 줄리어스 니에레레 공항이다. 여정의 끝이 마침내 눈앞이다.


45bdc125ba79d.gif


택시비는 인당 5천 원 남짓이 나왔다. 하지만 소소하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담아 그간 고생한 호스트에게 10달러를 건넨다.


우리의 호스트, 작은 형이 아니었다면 이번 여행은 이토록 즐겁지도, 아니 성사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제대로 마음을 전하려면 한두 푼으로는 어림도 없다. 하지만 지금은 줄 수 있는 게 마땅찮다. 남은 빚은 호스트가 코이카 생활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오면 두고두고 갚기로 한다.


후일담이긴 하지만 부지런히 갚고 있다. 틈 날 때마다 함께 밥을 먹으며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덕분입니다. 고마웠습니다.


a7a8892c029e9.jpg


부푼 마음을 안고 첫발을 디딘 게 엊그제 같다. 그야말로 찰나와도 같은 시간이었다. 어느새 회전문을 마주하는 방향은 반대가 되었다.


딛는 걸음마다 아쉬움이 가득하다. 여정의 끝이 가까웠다. 가슴에는 묵직한 돌 하나를 얹은 듯한 저항이 엄습한다.


417g71.jpg

a98f4e266f948.gif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그런 시원섭섭함을 느낄 만한 여유조차 사치다. 비행기 시간이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 할 일이 생각보다 많이 남았는데 말이다.


곧바로 공터를 찾아 난장을 펼친다. 마트에서 쓸어 담은 것들을 부지런히 캐리어에 옮기기 시작한다.


3e73dcb72c98b.gif


나는 귀국길이 무거운 게 누구보다 싫은 사람이다. 여행용 백팩을 만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예외다. 언제 다시 걸음할 지 모르는 탄자니아다. 눈에 보이는 족족 집어댄 탓에 캐리어는 폭발하기 직전이지만 아랑곳 않고 쑤셔 담기 바쁘다.


f3c171694e775.gif


정말로 오지 않았으면 하는 순간을 눈앞에 두고 선다. 마침내 맞이하는 이별의 순간, 호스트를 보낼 때가 되었다.


덕분에 팔자에 없을 거라 생각했던 세렝게티의 장엄한 자연을 두 눈으로 담을 수 있었다. 덕분에 지난 2주의 여정을 그저 행복과 걱정 없는 웃음으로 채울 수 있었다. 너무나 고마운 호스트. 남은 코이카 생활 잘 마무리하시고 한국에서 만납시다. 굳바이 마이 프랜드.


이별의 후일담은 꽤나 싱겁다. 호스트는 여행이 끝나자마자 들이친 코시국의 마수 때문에 금세 한국으로 돌아왔다. 전 세계의 코이카 대원들에게 조기 귀국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그런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으니, 우리의 이별은 그저 아쉬움으로 가득할 뿐이었다.


d2a643c0aea28.gif


둘이서 시작한 여행은 셋이 되어 즐거웠고, 이제 다시 둘이 되었다. 그저 먹먹함뿐이다. 이 무거운 적막을 깨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따금 내뱉는 한숨 말고는 없다.


923acea2f95e5.jpg


개수를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은 국제선 청사는 깔끔하고 웅장하다. 그나마 감사한 일이다. 우리의 마지막 순간이 우중충한 모습으로 기억되지 않음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a3279cdef8446.gif


자꾸만 새어 나오는 한숨을 틀어막을 수 있는 방법은 병나발을 부는 것뿐이다. 아마도 두어 병쯤 마신 듯하다. 슬그머니 오르는 취기는 외로운 작별의 순간에 소소한 길동무가 되어 준다.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43f5d5b997cd4.jpg


탄자니아는 맥주를 잘 만드는 나라다. 우리나라에서 킬리만자로를 마실 날만 기다렸는데 그 사이에 나는 술을 끊고 말았다. 한국에서 마시는 킬리만자로는 이제 기약 없는 일이 되었다.


5d3e69e2da742.gif


마침내 때가 되었다. 탑승을 알리는 방송이 장내에 울려 퍼진다. 나와 큰형은 탑승교를 건너기 위해 취기가 오른 몸을 힘겹게 가눈다. 곁을 스치는 모든 것이 아련하다. 느린 걸음으로, 이 길에는 끝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주변의 모든 사소한 것들을 부지런히 눈에 담는다.


시간이 오래 지난 만큼 많은 것들이 가물하다. 하지만 이 순간의 기억만큼은 바로 어제의 일처럼 너무나 선연하다. 그만큼 간절했던 탓일까, 나는 정말이지 떠나가는 순간에 발이 달려 있다면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싶었다.


347b90ecbeac1.gif


슬그머니 애간장이 끓는다. 정말로 끝이 왔구나.


938cdb5347979.jpg


안녕히 계세요. 안녕.


hg0r3p.webp

8d89c9d44d92e.jpg


곧게 뻗은 활주로가 눈앞에 펼쳐진다. 나에게 허락된 탄자니아 땅은 더 이상 없다.


e6bf26d6e945e.gif


고마웠어요. 잘 있어요. 또 만납시다. 안녕.


f8468dd0d62b0.gif


노래 한 곡 들을 만큼의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발아래에는 잔지바르가 유유자적한다. 실감이 나지 않는 현실이다.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가 눈을 뜬 자리였는데 말이다.


fea15fbf8880e.jpg


그렇게 네 시간 남짓을 달려 아디스아바바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로 환승을 해야 한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여지없이 부산하다.


81c359be64306.gif


사진도 한 장 남겨 주고


543e044fed1d8.jpg


기분 좋게 맥주도 한 잔 걸친다.


7a0629090bc97.gif


홀로 우뚝 솟은 킬리만자로 곁에는 이따금 빛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찬연하다.


정말로 작별 인사를 건넬 시간이다. 안녕히 계세요 아프리카. 또 만납시다. 바다예.


31460d9953dec.jpg


인천을 비추는 태양이 나직이 떠오른다. 여정의 끝과 일상의 시작을 알리는, 어느 2019년 12월의 이른 아침이었다.


탄자니아 여행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