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전거 여행기 #.13 고베 여행 명소 산노미야 유람기

202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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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의 중심, 산노미야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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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흙 오늘의 점심은 맛있었다.


고베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훌륭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고베규로 한 번 질러 볼 걸 그랬다. 못 먹을 가격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입이 둔해서 맛있는 걸 먹어도 엄청나게 호들갑 떨거나 감동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을 부른다. 훌륭한 고기 한 상과 함께한 시간 덕분에 오후가 즐거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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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게 배를 채웠으니 한가롭게 동네를 유람할 일만 남았다.


오늘은 자전거도 없고 거추장스러운 짐도 없다. 한결 가벼운 몸을 이끌고 동네의 이곳저곳을 유람해 보기로 했다. 완연하게 봄기운이 찾아온 날씨는 아니다. 하지만 바람은 산들하고 공기는 깨끗하다. 그늘을 벗어나니 볕도 그런대로 아늑하다. 외투를 걸치고 나니 더할 나위 없는 봄날이다.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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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바다가 있는 곳이렸다. 맞바람을 맞으며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다 보니 희한한 생김새의 건물 하나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누가 봐도 전망대다. 저곳에는 필시 바다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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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나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발걸음을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푸른 바다를 만났다. 지도 하나 없이 무심결에 옮긴 걸음이 닿은 곳은 고베 메모리얼 파크다. 고베 대지진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고베는 일본 안에서는 비교적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으로 꼽힌다. 그것이 아마도 고베 대지진의 피해를 키운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도 일본이라서 지진 대비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동네에 비하면 부족했다. 도시의 새벽을 깨운 진도 7짜리 지진은 고베의 모든 것을 철저히 파괴했다. 희생자만 해도 무려 7천 명 가까이 발생했고 재산 피해는 10조엔에 달했다.



아주 귀여운 댕댕이가 주인과 함께 산책을 나왔다.


스스로가 귀여운 줄 아는 녀석이다. 보이는 사람마다 쓰다듬어 달라고, 카와이~하고 외쳐달라고 요망하게 꼬리친다. 하지만 어째선지 나를 지나치는 녀석의 눈빛은 시큰둥하다. 아침부터 뜬금없이 댕댕이에게 상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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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고베의 상징물인 듯하다. 비 고베가 등장했다. 고베가 되자. 우리 모두 고베가 됩시다.


2008년 유럽 여행을 갔을 적에 비슷한 생김새의 조형물을 암스테르담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 당시 암스테르담의 슬로건은 'I amsterdam'이었다. 데자뷰를 느끼며 지나쳐 간다.


그때도 사진을 찍고 싶지만 민망해서 그냥 지나쳤고, 이날도 왠지 민망해서 사진은 찍는 둥 마는 둥 했다. 보는 사람 없고 신경 쓰는 사람도 없지만 사람 많은 곳에서 셀카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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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부터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 녀석의 정체는 고베 타워다.


높이가 100m가 넘는다고 한다. 당연히 이 동네의 전망을 둘러보기에 가장 좋은 곳이며 꼭대기에는 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다. 올라가 볼까 생각했지만 줄이 꽤나 길다. 하이패스여도 한 번은 고민했을 텐데 줄이 있으면 들어갈 이유가 없다.


눈에 담는 것으로도 충분하니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 시국을 맞이하여 전면 개보수에 들어갔는데 지금은 공사가 끝났으려나. 그래도 못 올라간 게 내심 아쉽다. 다음 고베 여행에는 전망대에도 올라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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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걸음이 향한 곳은 일본 최대의 차이나 타운 중 하나인 난킨마치다. 산노미야에서 별로 떨어져 있지 않은 이곳은 고베를 찾는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곳이다. 과연 그 명성답게 거리는 발걸음 디딜 틈 없이 사람으로 빽빽하다.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고 정신 없다. 나처럼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과는 상극인 장소다. 그래도 고베까지 와서 그냥 갈 수는 없으니깐 꿋꿋이 전진해 본다.


고베 최대의 관광지 답게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지만 생각보다 구성이 단조롭다. 중국집과 간식거리를 파는 집, 기념품 가게를 제외하면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인기와 명성에 비해서 생각보다 이름값은 못하는 느낌이 든다.



얼마나 맛있는 식빵을 팔길래 이렇게나 줄이 긴 걸까. 이태원에 있는 오월의 종이 한창 바쁠 때 이 정도인 듯한데 이 집은 아침 저녁 할 것 없이 언제나 이렇게 사람이 많다.


누구보다 빵을 좋아하는 나의 호기심이 마구마구 동하지만 그래도 줄 서는 건 너무나 귀찮은 일이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가 없겠구나. 여기는 언제나 사람이 많을 테니깐.



그래도 이 녀석을 발견했으니 모든 걸 용서할 수 있다.


고베를 근거지로 한 롯코목장에서 나온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다. 단언컨대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먹어본 아이스크림 중에서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다. 폴바셋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거보다 훨씬 상위 호환이다.


하지만 망했다. 이 시국의 포화를 피해가지 못했고, 결국 망해 버렸다. 너무 슬프다. 아이스크림은 공산품이기 때문에 원하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지만 나의 추억 한 조각이 사라졌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난킨마치로 발걸음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 되었다. 이 거리는 그저 추억으로만 남겨두련다.



그립네요 사장님. 잘 계시죠? 인연이라면 언젠가 또 만날 날이 있겠죠. 어디에서든 건강하시고, 부디 다시 뵙는 날이 오기를 바라겠습니다.